[뉴스핌=이동훈 기자] 4.11 총선이 불과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부동산 관련 정책 공약은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여론의 움직임은 우선 부동산 시장이 재테크의 한축에서 벗어났을 만큼 인기를 잃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와 함께 지난 18대 총선에서 쏟아진 무수한 부동산 관련 공약들이 거의 다 지켜지지 않은 것도 이유로 꼽히고 있다.
◆ '탄돌이'대신 '타운돌이'들 여의도 입성
지난 2004년 치러진 17대 총선이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불었던 이른바 '탄핵風'이 이슈가 돼 당시 열린우리당의 수많은 '탄돌이'들을 양성시켰다면 2008년의 18대 총선은 당시 한나라당 후보들이 수도권 지역 유권자들을 상대로 뉴타운 공약을 남발해 대거 당선되는 이른바 '타운돌이'를 양성한 바 있다.
이에 따른 18대 총선의 부동산 공약에 대한 '피로감'이 19대 총선에서 부동산 부문의 존재감을 미약하게 만든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18대 총선에서는 서울, 경기 뿐 아니라 농촌지역에서도 뉴타운 개발 이야기가 나왔을 만큼 뉴타운은 '전가의 보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서울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은 저마다 시장에게 뉴타운 추가지정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고, 수도권에서도 김문수 지사가 기 지정한 뉴타운이 속한 곳은 뉴타운 개발방향 홍보에 여념이 없었으며 뉴타운이 없는 지역에서는 뉴타운 지정을 추진할 것이라 큰 소리를 쳤다.
실제 이는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18대 총선 당시 서울지역의 경우 뉴타운 개발공약의 핵심은 정몽준 의원과 정동영 의원 두 거물이 맞붙은 동작을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두 거물 후보는 모두 사당동과 동작동에 뉴타운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냈고, 이는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당시 사당동 소형 연립주택의 지분가격은 2주 전보다 3.3㎡당 500만~1000만원이 올라 최고 3000만원에 거래됐으며, 흑석동의 다세대 주택 지분가격 역시 3.3㎡당 3800만~4000만원으로 2주 만에 400만원 오르는 등 대부분 5~10%씩 상승한 바 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타운돌이'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서울에서는 18대 총선이 끝나자마자 당시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나서 "뉴타운 추가지정은 없다"고 못박았으며,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소속 박원순 시장은 아예 서울 뉴타운 사업을 모두 폐기하려는 강공을 펼치고 있다.
경기도도 상황은 다를 바 없다. 심지어 뉴타운 출구전략은 오히려 한나라당 출신 김문수 경기 지사가 먼저 시작했을 정도다. 김 지사는 2010년 재선된 다음부터 야당이 장악한 시군의 뉴타운 지정해제 요청을 대부분 받아들여 2007년 23개에 달했던 경기도 뉴타운은 5년이 지난 현재 단 한 곳도 개발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8개 뉴타운이 지도에서 지워졌다. 이 과정에서 '타운돌이'들은 입을 다물고 있는 상태다.
한나라당 후보들의 뉴타운공약을 강력이 비판하고 있는 민주당도 4년전 총선 당시에는 뉴타운 특수에 편입하려 몸을 사리지 않았다. 경기 광명의 백재현 의원과 군포의 김부겸 의원도 18대 총선에서는 각각 광명뉴타운과 금정뉴타운의 원활한 추진을 대대적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실제 18대 총선 경기지역 당선자 중 뉴타운 공약을 내세운 의원은 모두 11명이며, 이중 5명이 민주당 의원이다.
◆ 개발공약은 여전히 화두, '타운돌이' 앞으로도 나온다
이 같은 '타운돌이'들의 침묵에도 사정은 있다. 무엇보다 2008년 총선이 끝난지 불과 6개월여 만에 찾아온 국제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즉 총선 당시와 이후의 뉴타운 개발 환경은 크게 달라졌으며, 돈이 되지 않는 뉴타운 사업을 주민들이 굳이 추진하지 않으려한다는 게 이들의 항변이다.
실제 경기도의 경우 여야 의원들은 뉴타운과 관련해 약 20개 법안을 18대 국회에서 쏟아냈다. 이들 의원들은 주민부담 경감을 통한 사업 원활화를 위해 국비지원을 요청하는 법안을 제출했으나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19대 총선에서는 일단 정권심판론이 최대 이슈지만 지역구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뉴타운 등 부동산 개발 공약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총선 후보 중 정비사업에 대한 공약을 제시한 의원은 모두 46명으로 집계 됐다. 이중 15명은 뉴타운 등 지정된 정비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금천의 새누리당 후보는 시흥재정비촉진지구1·2 구역을 조기에 착공하겠다는 입장이며 광진의 민주당 후보도 구의·자양 재정비 촉진사업을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강동구에서 출마한 새누리당, 민주당 후보들도 모두 지역 재건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공약을 내걸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출구전략을 받아들여 뉴타운 해제 및 수정방안을 모색한다는 후보는 이보다 많다. 주로 2008년
종로에 출마한 민주당 정세균 후보는 창인·숭인지역 뉴타운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며 민주당 노웅래 후보 역시 뉴타운 사업 타당성 전수조사를 통해 지구지정을 해제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다. 지역 개발을 중단한다는 공약이 표로 연결되기는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실천여부와 상관 없이 뉴타운 등 부동산 및 지역개발을 부르짖는 후보는 앞으로도 양성될 것이며, 제2, 제3의 '타운돌이'들은 여전히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뉴타운 등 18대 총선 당시 나온 부동산 개발공약 중 실제 집행 된 것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며 "물론 부동산 시장 상황이 가장 큰 이유지만 결국 후보들의 앞뒤 가리지 않는 표심 자극용 헛공약 남발로 이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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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