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삼성가 형제간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차명재산을 둘러싼 상속분쟁이 양측의 격렬한 공격성 발언으로 가열되고 있다.

최근 이건희 삼성 회장이 "한푼도 내 줄 생각이 없다"며 강경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 형인 이맹희씨와 누나인 이숙희씨가 "어린이 같은 발언", "형과 누나를 상대로 한 막말 수준" 등 맹공을 퍼부며 맞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양측 모두 자존심에 흠집을 입은 상태이기 때문에 다가올 소송전에서 원만한 화해가 이루어지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맹희씨 등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화우가 23일 공개한 이맹희씨의 육성은 차분하면서도 또렷한 어투로 이건희 회장을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이다.

이맹희씨는 "삼성가의 장자로서 삼성이 더욱 잘 되길 바랬는데 최근에 건희가 어린애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을 듣고 몹시 당황했다"며 "앞으로 삼성을 누가 끌고 나갈건지 걱정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이건희 회장이 형제지간에 불화만 가중시켜왔고, 늘 자기 욕심만 챙겨왔다"며 "한 푼도 안주겠다는, 그런 탐욕이 이 소송을 초래한 거다"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삼성특검으로 인해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이 드러난 게 그 증거라고 그는 거듭 주장했다.

이맹희씨는 "이번 소송은 헌법재판소까지 갈 일도 아니며 소송은 자신의 의지"라고 언급한 뒤 "삼성을 노리고 하는 소송이 아니며 진실을 밝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 목적이다. 소송이 진행되면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숙희씨도 보도자료를 통해 "'수준 이하의 자연인'이라는 발언은 자신의 형과 누나인 우리를 상대로 한 말로서는 막말 수준이라 할 수 밖에 없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숙희씨는 "'선대회장 때 다 분재되었다'는 거짓말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한푼도 상속재산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이건희 회장이 그렇게 떳떳하다면 지난해 상속인들간에 합의가 있었다는 허위 내용에 도장을 찍으라고 강요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맹희씨와 이숙희씨의 강경 발언이 이어지자 재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법원의 조정이나 혹은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소송 도중 극적인 합의를 이룰 가능성은 그만큼 작아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나 이맹희씨, 이숙희씨 모두 감정적인 분노가 극에 달한만큼 소송전을 막판까지 끌고 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양측 모두 자존심에 상당한 흠집을 입은 상태이기 때문에 화해를 통한 소송 종료는 어렵게 됐다"면서 "소송 과정에서 어떤 사실들이 새롭게 드러나게 될 지 모르겠지만 이건희 회장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CJ도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양측 모두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았지만 삼성 내부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분위기가 역력하고, CJ 역시 감정적인 분노의 표출이 삼성과 또다른 대립국면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은 지난 17일 이번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이 아니라 헌법재판소까지라도 가겠다. 지금 생각 같아서는 한푼도 내 줄 생각이 없다"며 강경한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이건희 회장은 당시 "선대 이병철 회장때 재산을 이미 나눠 각자 다 돈들을 갖고 있고 CJ도 가지고 있다"며 "삼성이 너무 크다 보니 욕심이 나는 것"이라고 이맹희씨와 이숙희씨를 향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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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