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사는 '별동대' 팀 영입해 임원 많아
[뉴스핌=한기진 정경환 기자] "칼바람 부는 증권가에 직원 수는 줄었는데 임원은 늘었다고?"
증권업계는 영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이사, 상무 등 '임원' 명함을 쉽게 만들어주는 관행이 있다. 그래서 30대 이사, 상무가 탄생하고, 40대 중후반에 '별'을 다는 이들이 많다. 제조업이나 은행 등에 비해 임원 인플레가 심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최근 증권업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불어닥친 구조조정 바람이 임원을 비껴가고 직원에게만 집중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직원 숫자는 크게 줄었으나 임원 숫자는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실적이 곤두박질쳤음에도 임원 연봉은 늘었다.
◆ 구조조정 한가운데서도 임원수 역대 최대 돌파한 곳도
20일 뉴스핌이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과 각 증권사의 6월말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현대증권, 동양증권, HMC투자증권, 교보증권 등이 임원 숫자를 늘렸다.
동양증권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임원(등기, 비등기 임원) 수는 55명으로 미래에셋증권(86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비슷한 규모의 대신증권(27명)의 두 배에 이르렀다.
이 회사는 50명 중반 수준의 임원 수를 유지해오다 2012년 3월 말 기준으로 40명대로 줄였고, 지난해 말도 47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 들어 임원 수를 대폭 늘렸다.
반면 직원 수는 작년 3월 2915명에서 올 6월 2568명으로 12% 줄였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임원 수 많다 적다는 회사별 사정에 따라 다르고 영업이사가 있을 수 있고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각 본부나 부서별로 역할에 맞게끔 적절한 인원 배치했고 영업 위해 명함상 임원은 없다”고 말했다.
지점 축소 추진으로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교보증권은 임원 수를 역대 최대인 16명으로 늘렸다. 직원 수는 1033명으로 지난해 말(1050명)부터 감소세가 이어갔다. 주목되는 점은 계약직을 전분기(168명)보다 174명으로 늘려 전체적으로 인원 감소 폭이 적어 보인다.
현대증권도 임원 수가 43명에 이르러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9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가 늘었다. 반면 직원 수(정규직, 계약직)는 2550명으로 석 달 사이 40여명 줄였다(3월 말 2589명). 이 과정에서 계약직이 217명에서 182명으로 줄며, 감소 인원의 90%를 차지했다.
HMC투자증권은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이기동 전무를 대신해 황순재, 박진열 이사대우를 선임했다. 이로써 임원 수가 3개월 전보다 1명 늘어난 23명이 됐다. 2011년 9월말에 처음으로 20명을 넘긴 이후 줄곧 이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직원 수는 979명으로 전 분기(1001명)보다 줄어 2011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 “업계 불황 피해 직원들한테만 돌아가는 비효율 조직 문제”
한편 증권업계에는 독특한 근무 형태가 있다. 소위 '별동대'라 불리는 계약직이다. 채권이나 IB, 트레이딩 분야는 소속된 회사의 브랜드보다 인적 네트워크가 영업에 더 중요한 요소다. 이에 10명 내외의 팀이 증권사와 계약을 맺고 팀 단위로 옮겨다닌다. 이같은 팀이 옮기면 수장이 본부장(상무급)을 맡고, 2~3명이 이사 직함을 갖는다.
이 같은 계약직 팀을 많이 고용하는 중소형 증권사는 임원 1명당 직원 숫자가 20명에 못미치는 곳도 있다.
부국증권은 직원 수가 208명 밖에 안되지만 임원은 34명이나 된다. 직원 16명 중 1명은 임원. 채권영업부, IB사업부 등에는 임원이 2~3명씩 있고 부국증권에만 근무한지 20년이 훌쩍 넘는 '장수 임원'도 흔하다.
부국증권 관계자는 “주로 영업을 위한 계약직으로 중소형사다 보니 영업 위해서는 고위직 명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영증권도 6월말 기준으로 직원이 620명이지만 임원은 43명에 달하고, KTB투자증권도 직원 552명과 임원 52명으로 대형사보다 임원 수가 많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신생회사다 보니 사업 초기 영업력 강화 차원에서 대형사 시니어 영입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생회사나 소규모 오너 회사일수록 임원 수가 많은데 근속연수가 많으면 임원 수가 자연스레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늘어난 자리만큼 성과를 내기보다 그냥 자리만 지키는 일도 많아 고비용의 비효율적인 조직을 만드는 일도 많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