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브라질 '위험' 말레이시아, 필리핀 '안전'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터키 리라화가 28일(현지시간) 이틀째 상승, 폭락이 진정된 가운데 이머징마켓 전반에 금리인상 움직임이 확산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터키 중앙은행이 리라화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을 모두 동원할 것이라고 언급, 금리인상 가능성을 밝힌 데 이어 인도 중앙은행이 깜짝 금리인상을 단행하자 최근 통화가치가 급락한 다른 신흥국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머징마켓이 여전히 도미노식 해외 자금 썰물에 취약한 상태이지만 경제 및 재정 펀더멘털에 따라 차별화된 대응이 취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터키와 아르헨티나에 이어 브라질과 러시아가 패닉을 연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날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투자자 보고서를 통해 신흥국 통화가 일제히 하락 압박을 받았지만 전반적인 외환위기로 번질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기 펀더멘털과 경제 구조가 상이하고,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 매입 축소에 따른 실물 경기 파장 역시 다르다는 얘기다. 때문에 통화 방어를 위한 금리인상 여부도 차별화될 것이라고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주장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로버트 프리오 완더스포드 이코노미스트 역시 “이머징마켓 가운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의 타격을 전혀 받지 않는 곳은 없겠지만 충격의 강도는 국가별로 상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례로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역시 루피아화 하락 방지 및 인플레이션 진정을 위해 수차례에 걸쳐 총 1.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루피아화는 여전히 사상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브라질이 최근 터키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피델리티의 도미닉 로시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는 “이머징마켓의 혼란이 지속될 경우 터키와 아르헨티나에서 러시아와 브라질로 폭락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등은 이머징마켓 가운데 상대적으로 견조하게 자산 시장의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투자가들은 전망했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경우 미국의 테이퍼링이 정부 예산 삭감을 통한 재정 효율성 제고와 내수 경기 활성화 등 국내 경제 개혁에 순기능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최근 이머징마켓 자산 급락 사태를 통해 깨우쳐야 할 사실은 개별 신흥국의 시장 및 경기 상황에 따라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