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 제재로 국면 전환
[뉴스핌=김동호 기자] 크림반도를 흡수통합키로 한 러시아에 대해 유럽연합(EU) 각국 정상들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러시아 고위 인사들에 대한 추가 제재와 함께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로 했다.
21일(현지시각)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로 러시아 디미트리 로고진 부총리 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고위보좌관과 흑해함대 부사령관 2명 등 고위 관료 12명의 EU 내 자산을 동결하고 비자 발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러시아의 크림 병합이 "칼라시니코프 기관총 총부리를 들이대고 치러진 주민투표"라고 비난하며 "크림 합병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인 만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낸다면 "엄청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부과할 때 예상되는 에너지 불안에 대해 "결국 미국의 셰일 가스가 유럽 국가가 찾는 대안이 될 것"이라며 "에너지 수입을 다변화하려면 미국이 수출 설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날 각국 정상들은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와 별도 만남을 갖고 EU-우크라이나 협력협정의 핵심 내용에 서명했다. 이번 협정은 우크라이나와 EU가 정치·경제에서 상호 협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크라이나 키예프를 방문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금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마주 앉아 직접적이고 건설적인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대화가 지연될수록 사태를 통제할 수 없는 위험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 대행은 반 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EU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에 합의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 각국 정상들은 인식을 같이했다.
헤르만 반 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유럽의 에너지 안보와 에너지 독립을 확보하는 방안이 오는 6월 열리는 EU 정상회의에 제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 롬푀이 의장은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줄이는 방안이 중점 논의됐다고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미국으로부터 셰일가스를 수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셰일가스를 도입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EU는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줄이기 위해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재생가능 에너지 등 대체 에너지 개발을 가속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 문제가 부각되면서 새로운 에너지 자원인 셰일가스 개발을 적극 추진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셰일가스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와 수질오염 등의 우려로 본격적인 개발이 지연돼왔으나 최근 EU 당국이 개발을 지원할 태세를 보여 본격적인 탐사와 추출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