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및 외환시장 전염성 등 5가지 포인트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외환부터 주식까지 러시아 금융자산이 동반 폭락을 연출, 글로벌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러시아의 금융시장 혼란이 글로벌 경제에 미칠 수 있는 파장은 심리적인 영향보다 실질적인 충격에 가깝다는 것이 투자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각) 5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출처:AP/뉴시스] |
루블화의 극심한 평가절하는 기업의 루블화 기준 수익성에 커다란 흠집을 냈고, 이 때문에 러시아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의 디폴트 리스크가 크게 고조됐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경고다.
회사채 연쇄 디폴트가 가시화될 경우 1998년 위기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고 투자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투자심리 냉각이 이머징마켓 전반으로 확산, 채권 금리 급등과 함께 정크본드를 필두로 가격이 급락할 것이라는 얘기다.
외환시장의 전염성 역시 러시아의 리스크가 ‘남 일’이 아닌 이유로 꼽힌다. 특정 통화가 가파르게 하락할 때 경제적으로 연계된 국가를 중심으로 파장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미 터키 리라화의 동반 급락이 현실화됐고, 이 밖에 일부 이머징마켓 통화가 도미노 하락을 연출할 여지가 높다고 WSJ은 강조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러시아 금융시장의 혼란과 함께 중국 성장 둔화로 인한 상품 수요 둔화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를 포함해 이른바 상품 통화 가치를 끌어내릴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국제 유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장중 배럴당 55달러 아래로 밀린 뒤 반등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대응책이 없이는 유가 하락에 제동을 걸기 어렵다는 것이 투자가들의 판단이다.
뿐만 아니라 시장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경제 위기가 원유 시장의 불균형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경제 위기를 맞은 러시아 지도부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더욱 고조시킬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러시아의 불안정한 상황이 인접 국가에 정치적,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겨냥,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보다 강력한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러시아 사태로 인해 유럽 일부 지역의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 경우 천연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독일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시장 전문가는 지적하고 있다.
이미 디플레이션 위기를 맞은 유로존 회원국을 물론이고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주요국으로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고 WSJ은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