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프랑스 인수 검토 중단, 조직 슬림화 차원 인적 쇄신 진행, 해양 비중 40%로 축소
[뉴스핌=황세준 기자] 9년 만에 복귀한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그동안 미반영된 손실 요인을 발견, 2분기부터 반영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제기해 온 빅 배스(Big Bath; 새로운 경영진이 과거 숨겨진 부실을 한꺼번에 손실처리하는 관행) 가능성을 안정한 셈이다. STX프랑스 인수에 대해선 공식 부인했다.
정 사장은 25일 서울 대우조선 사옥 16층 식당에서 취임 후 첫 언론 간담회를 열고 ▲올해 실적 ▲STX 프랑스 인수 ▲인적 쇄신 ▲자회사 매각 ▲상선 및 해양플랜트 사업 조정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 해양플랜트 손실 파악 “우리만 잘 했을까 의문 품었다”
정 사장은 먼저 2분기 실적과 관련해 해양플랜트 관련 손실이 본격 반영된다며 정확한 실상은 현재 별도 팀을 꾸려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대우조선이 지난해 조선 3사중에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가 올해 1분기 1000억원 규모의 적자로 돌아서면서 손실 요인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를 인정한 것,
정 사장은 “작년에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등이 해양 분야에서 적자를 낸 것으로 발표했는데 대우조선에 사령탑으로 다시 오게 되면서 과연 우리만 잘 하고 있었을까 의문을 품었다”며 “현재 실사 마무리가 안 돼 결과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대우조선도 손실 요인을 안고 있다는 것은 파악이 됐다”고 언급했다.
25일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성립 사장이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 |
◆ STX프랑스 인수 부정적 영향 많아, 관련 없는 자회사 매각 검토
정 사장은 그러면서 크루즈 전문 건조 조선소인 STX프랑스 인수에 대해 “가야할 사업분야인 것은 분명하지만 시점상 지금은 이르다고 생각한다, (인수) 금액은 300억원 정도지만 지금 실적도 안 좋은데 인수를 한다는 것은 부정적 영향이 많아 잠정 덮어놓은 상황”이라고 공식 부인했다.
정 사장은 “STX프랑스가 상당히 현대화된, 어떤 면에서는 대우조선보다도 잘 조직된 조선소고 세계에서 크루즈를 가장 잘 짓는 회사”라고 평가하면서도 “크루즈는 사람을 태우기 때문에 문화적 요소가 반영돼야 하는데 승객 주류가 유럽에서 동아시아로 바뀌는 데 5~10년은 걸릴 것 같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에 도움이 되는 계열사는 적극 지원해서 살리고 관련이 없는 자회사는 철수를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블록공장과 부산 소재 설계 자회사 디섹은 매각 대상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정 사장은 “중국 블록공장은 싼 가격으로 양질의 품질을 내고 있는데 대형선박에 중국 블록을 사용하지 않으면 수주를 못한다”며 “디섹 역시 대우조선 경쟁력에 상당히 많이 기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TX조선 지원에 대해서는 회사 인수나 재무재표가 연결되는 방식의 위탁경영은 고려치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중견 조선소들은 중국과 원가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라 독자 생존은 어렵다고 보며 대우조선이 이 회사들을 떠안을 수는 없다”며 “구매 분야에서 공동구매를 통해 물량을 늘리 정도는 양사 모두에 이로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인력 구조조정? 15년 전 이미 상당히 많이 했다”
정 사장은 아울러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조직 효율성을 올리기 위한 쇄신은 하겠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현대중공업과 달리 대우조선 15년 전인 2000년 상당히 많은 구조조정을 했다”며 “인력 구조조정을 하면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신뢰가 확 떨어지게 되고 이를 회복하려면 3~5년 걸리는 데미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사장은 “15년전 구조조정 결과 지금 부장급 및 전문위원급에 쓸만한 사람이 모자라는 상황”이라며 “조직이 방대하다보디 무보직 고임금자가 있긴 하지만 계층별 언밸런스로 인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언급했다.
다만, “조직에 방만한 부분이 있는지 따져서 슬림화하고 구성원을 쇄신 차원에서 불필요한 버블 제거 작업을 차근차근 소문 안 나게 해 나가는 방법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 향후 나아갈 방향은 ‘상선’…해양 분야 축소
정 사장은 이와 함께 대우조선이 향후 나아갈 사업 방향으로 상선 비중 확대 및 해양 분야 축소를 언급했다.
정 사장은 “현재 하고 있는 해양 물량이 우리 생산능력을 초과하고 있으며 회사에 부정적이 영향을 주고 있다”며 “해양 관련 시장이 개선되는 시기가 오더라도 해양 40% 선박 50% 특수선 10%의 비중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상선은 절대 적자수주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라며 “워크아웃을 지나온 회사로서 은행과 매년 협약도 해야 하고 구조조적으로 저가 수주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양은 수주를 늘리기보다는 엔지니어링 능력을 확충해서 자체적으로 기본설계를 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려고 한다”며 “설계 능력을 갖추게 되면 이 분야 미래가 보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박에 대해서도 “연구개발(R&D)를 통해 차별화를 하겠다”며 “작년에 전세계 LNG선 발주물량의 80%를 석권했는데 경쟁사는 우리가 저가수주 했다고 하지만 사실 R&D를 통해 자재비를 배 하나당 1500만달러씩 절감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잠수함 등 특수선 분야에 대해서는 “우리가 자체 설계로 개발 할 수밖에 없는 진짜 미래사업”이라면서도 “관련 매출 비중이 2000년 5%였는데 지금은 1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향후 대우조선 매각 방향에 대해서는 “대우조선이 양적 팽창을 추구했던 시기가 있으나 제가 있는 한 회사의 경영방침은 조선해양 전문성, 내적 수익률에 중점을 두겠다”며 “매각시 덩치가 너무 크면 부담스럽다”고 언급했다.
한편, 정 사장은 최근 블록 오작(잘못 만들어짐) 의혹이 제기된 야말 프로젝트 쇄빙선 1호기에 대해 “오작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철판 용접 부위가 극저온에 못 견뎌 크랙 발생했으며 새로 제작을 하거나 수정 중으로서 공기가 좀 늦어졌지만 2호선과 10개월의 인도 시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