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위 안 넘기고 찬반 결정한 듯..주가 추이 따른 조건부 찬성 가능성도
국민연금이 삼성합병 투자위원회를 열기로 한 1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김학선 사진기자> |
또 국민연금은 투자위원회에서 직접 찬반을 결정했는지,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안건을 위임했는가에 대해서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이 비공개 입장을 견지함에 따라 삼성 합병의 성사 여부는 주총 당일에야 분명하게 판가름 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에서 3시간 반에 걸쳐 회의를 갖고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했다.
회의 직후 국민연금 관계자는 "신중히 결정했다"며 "주총 전까지는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외 질문에 대해서는 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위에 넘기기로 결정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국민연금이 긴 시간 끝에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렸지만 그 내용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삼성 합병의 성사 여부는 주총 당일에야 분명해질 전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투자위원회가 의결위에 위임하지 않고 직접 찬반 여부를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나도 부담이 큰 사안을 외부에 떠 넘기기보다는 직접 책임진다는 자세를 취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뉴스핌과의 만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나도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투자위원회가 임시 주총 전일 삼성물산 주가에 따라, 찬반을 결정하는 조건부 결정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삼성물산 주가가 주식매수권청구가격인 5만7234원을 상회할 경우 찬성하고, 그렇지 않으면 반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나 기권을 해야만 주식매수청구권이 발생하는 만큼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앞선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가격보다 위인지 확인해야 되기 때문에 미리 판단할 수 없다”고 강조해 왔다.
이날 국민연금의 결정과 관련해 삼성물산 측은 "비공개로 우리가 확인한 것이 없기 때문에 어떤 입장도 피력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열린 투자위원회에는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을 비롯한 국민연금 내부인사 12명이 참석했다. 회의 시작 2시간 40분여가 지난 시점에 휴식 시간을 가지는 등 평소보다 2배 가까이 길게 회의를 진행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 건과 관련해 얼마나 부담을 가졌는가에 대해 짐작이 가능한 대목이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주식 11.6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이번 합병의 결정적 키를 쥐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