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방자치 20주년, 광역단체장에게 듣다(충북지사편①)
[편집자] 오랜만에 화창한 가을하늘이 한반도를 다시 찾아왔다. 오랜 가뭄과 대기오염이 탄생시킨 미세먼지는 사라졌지만 세계와 한국 경제의 현실은 아직도 먹구름이다. 중국 경기침체와 유로존 재정위기는 한국 수출의 활로를 가로막고 있고, 곧 단행될 미국 금리인상이 미칠 충격의 크기는 가늠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경제가 살 길은 지역경제에 기반한 내수 확대밖에 없다. 뉴스핌이 올해 민선 지방자치 20주년과 광복·분단 70주년을 맞아 현장에서 뛰고 있는 광역단체장들을 만나 ‘한국 경제와 통일의 길을 묻다’ 릴레이인터뷰 기획을 마련한 이유다. “일에 관한 한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워커홀릭’ 이시종 충청북도지사를 지난 22일 이영태 선임기자가 만났다.
[뉴스핌=이영태 기자] 이시종 충북지사의 별명은 ‘선거불패’다. 충주시장 3선, 국회의원 2선, 도지사 재선까지 7번 선거에 나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누구나 이기고 싶지만 쉽지 않은 선거에서 연전연승한 비결을 물어봤다. 이 지사는 “선거를 수행하면서 한 번도 내가 정치인이라는 생각을 안해봤다”며 “나는 항상 ‘내가 행정하는 사람이지 무슨 정치가냐, 비정치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 너무 정치적으로 나가면 수명이 짧다’고 생각해왔다. 그런 것들이 통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필승전략은 전혀 없었다. 운이 많이 좋아서 당선됐다고 생각한다”며 “충북도민들의 특성과 기질에 열심히 하는 사람을 밀어주려고 하는 게 있다. 쉽게 바꾸는 기질이 아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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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 충북지사가 지난 22일 뉴스핌과 단독인터뷰를 갖고 한국 지방자치 20주년의 문제점과 성과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1971년 제10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녹봉을 받기 시작한 이 지사는 1995년 민선 지방자치제 도입 이전에 내무부 공무원으로 강원도 영월군수와 충청북도 충주시장을 지냈다. 한국 지방자치 역사에서 임명제와 선거제의 차이점과 장·단점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광역단체장이다.
이 지사는 “아무래도 선거제 도입 이후에 뽑힌 자치단체장들이 과거 임명제 시절보다 열심히 노력한다. 과거 임명제 시절에는 중앙이나 임명권자의 눈치만 많이 보면 되니까 주민들에 대한 부담이 적었다”며 “민선이 되고서는 주민들이 뽑아주니까 보답을 해서 재선에 성공하려고 노력한다. 열심히 아이디어도 낸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선 자치제 도입 이후의 제도적 차이점에 대해선 “옛날 임명제 시절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약간의 자율성이 보장됐다고 하지만 입법권에 한계가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장만 주민의 손으로 선출했을 뿐 재정과 조직 등 실질적 권한은 여전히 중앙정부의 통제 아래 놓여 있어 오히려 신중앙집권화가 됐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한 “중앙은 지방의 재정부담을 유발하는 정책결정에도 불구하고 지방과 협의없이 국가가 일방적으로 결정, 통보하고 지방은 수용해야만 하는 구조로 최근 5년간 지방예산 증가율 3.5%에 사회복지비는 10.7% 증가했다”며 “신규 국고보조사업과 공모사업을 일방적으로 중앙에서 결정하고 매칭펀드식으로 지방비의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방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의 가장 의미 있는 성과로는 ‘소방안전교부세’ 신설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 9월 정부는 금연종합대책을 발표시 담배값 인상안을 내놓았으나 개편안에 개별소비세 신설이 포함돼 전국시도지사협의회를 중심으로 개별소비세 대신 ‘소방안전세’를 신설해 줄 것을 중앙부처와 국회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담배분 개별소비세 20%를 소방안전교부세로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소개했다.
◆ “충북경제 4% 실현으로 한국경제 회복에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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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 충북지사가 지난 22일 뉴스핌과의 단독인터뷰에서 이영태 선임기자에게 충청북도 발전전략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이 지사는 지난해 선거에서 도민소득 4만달러와 전국대비 충북경제 비중 4%실현으로 도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비전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추진전략을 묻자 “2013년 기준 충북의 GRDP(지역내총생산, 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가 약 46조원(전국대비 3.3%) 되는데 4% 경제를 실현하려면 67조원이 돼야 한다”며 “현 추세 유지시 2020년 58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경제 4%를 달성하기 위해선 성장률을 5.55%로 높여 9조원을 더 추가로 창출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충북경제 4% 실현을 위해 6대 신성장동력인 바이오, 화장품‧뷰티, 태양광에너지, 유기농, ICT, 항공정비산업(MRO)을 중점 육성해 미래의 먹거리 기반을 완성해나가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바이오·솔라밸리와 경제자유구역의 성공적 조성 ▲서비스‧ICT 융합산업 등 투자유치 대상 다변화 ▲국내‧외 기업투자유치 강화 ▲도로·철도·공항 등 인프라 구축 ▲일자리 창출 40만개 ▲수출중소기업 글로벌 마케팅 지원 ▲농식품 수출 확대 및 활성화 지원책 등을 추진해나가겠다고 언급했다.
한국경제 회복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글로벌 경제 변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특히 중국은 한국수출의 25%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 경제침체는 수출 등 한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침체된 한국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창출을 유도하는 내수활성화 정책과 미래산업 중심 연구개발로 글로벌 경제변화 환경에 대비하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충북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선 “투자유치 30조원, 2020년까지 고용률 72%와 수출 230억달러 목표 달성, 충북경제 4% 실현을 위해 도정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투자유치, 고용창출, 수출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한국경제 회복에 큰 몫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 “남북통일, 70년간 헤어진 형제의 마음으로 양보하고 준비해야”
남북관계에 대한 이 지사의 철학은 ‘형제론’으로 요약된다. 이 지사는 “남북관계는 하루빨리 통일이 돼야 한다는 게 기본생각이다. 통일을 위해서는 서로 양보하고 지원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통일은 해야 되겠다고 하면서 조금도 도와주지 못하겠다, 양보 못하겠다 하면 통일은 어려울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형제가 같이 살다가 헤어진 지 70년이 됐는데 이 형제가 다시 합친다고 할 경우에 아들, 손자, 며느리가 다 다르다. 가족 간의 통합이라고 해도 얼마나 참고 이해하고 해야 하겠나. 더욱이 남북관계는 나라와 나라 간의 통합인데 쉬운 문제가 아니다. 70년간 헤어진 형제 간의 통합이라고 할 때 형은 뭘 해야 하고, 동생은 뭘 해야 하는지, 그런 면에서 많은 생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통일이 될 경우에 대비해 통일을 감당할 만한 마음의 자세나 재정문제 이런 걸 준비해야 한다. 제도 풍습 재정 의식 등 각계, 각 분야에서 통일을 위한 준비를 충분히 해야지 준비 없는 통일은 오히려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충북이 추진할 남북협력 사업에 대해선 “우리 도는 2008년 황해북도 봉산군과 추진한 비닐하우스 설치, 농기계·종자지원 등 교류사업에 대한 사후관리와 신뢰성 확보를 위해 교류 재개를 추진할 것”이라며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을 위해 2015세계무예마스터십 북한선수단 초청, 북한 고문헌자료 보존사업 등 다양한 사회문화교류도 확대 추진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이 지사는 2013년 5월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 인구를 넘어서자 영호남 대신 ‘영충호(영남·충청·호남의 머릿글자에서 따온 낱말)’라는 신조어를 처음 사용하고 ‘충북이 영충호시대의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충북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물었다.
그는 “충북은 ‘태어나는 생명, 떠오르는 태양’이자 기회와 희망의 땅으로 민선 6기 충북도정의 핵심 키워드는 ‘경제와 행복’”이라며 “(충북은) 신수도권·영충호시대 개막과 인구와 기업, 일자리 소득 증가, 성장 A지역, 경제성장률 전국 1위 등 높은 성장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6대 신성장동력(바이오‧태양광‧화장품뷰티‧유기농‧ICT‧MRO)을 중심으로 경제프로젝트인 4% 경제실현을 위해 도정 역량을 집중해 미래 먹거리 창출기반을 완성해 나갈 것이며, 국내 유일의 KTX분기역이자 국가 X축 철도망의 중심인 오송역을 신수도권의 관문이자 관광, 물류, 산업, 문화, 주거의 중심지로의 입지를 확고히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제시했다.
지난해 7월 통합한 청주시와 청원군의 시너지 효과가 미약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통합청주시는 면적 940.3㎢로 서울의 605.25㎢면적보다 크며, 인구는 84만명(9월 기준)으로 높아진 경쟁력을 기반으로 대전시와 세종시, 천안시와 대등한 관계에서 중부권의 핵심도시로 영충호 시대의 중심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충청북도는 청주시가 인구 100만명 규모의 광역시급 명품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비청주권과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