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한국계 은행을 비롯 중국에서 영업중인 외국은행들의 자산규모와 이익이 줄어들고 있다. 중국 경기 침체로 인해 기업들의 대외무역 거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발표한 ‘2015년 3분기 중국통화정책집행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외국계은행의 위안화 대출업무가 크게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말 기준 위안화 대출잔액은 92조1000억 위안으로 동기대비 2조3000억 위안, 동기대비 15.4% 늘어난 반면, 외국계 금융기관의 신규 대출잔액은 동기대비 368억 위안 줄어든 289억 위안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가 발달한 지역일수록 외자은행의 자산축소 현상이 두드러졌다.
광둥(廣東)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광둥(선전 제외) 은행업 금융기관의 자산총액은 12조6000만 위안으로 동기대비 11.41% 증가했으나, 이 중 외국계은행의 자산총액은 1687억4200만 위안으로 동기대비 11.62% 감소했다.
또한, 선전 은감국(局) 자료로는 올해 3분기 현지 은행업계의 자산총액은 연초 대비 10.22% 증가했지만, 외국계은행의 자산총액은 3.2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 면에서는 외국계은행과 중국계은행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9월 말 선전지역 중국계은행의 장부상이익(Paper profit)은 동기대비 27.03% 증가한 818억 위안에 달한 반면, 같은 기간 이 지역 외자은행의 장부상이익은 18억으로 동기대비 36.27% 감소했다. 선전 은감국은 올해 1-3분기 외자은행의 장부상이익 동기대비 감소율이 각각 57.82%, 44.44%, 36.2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국 금융중심지 상하이는 외국계은행이 몰려있는 주요 도시로, 이 지역에 소재한 외국계은행 상황 또한 낙관할 수 없다.
상하이 은감국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은행의 절반 이상이 상하이에 등록 중이고, 상하이 관할 내 외자은행의 자산규모는 중국 내 전체 외국계은행 자산총액의 47.3%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상하이 관할지역 내 은행 자산총액 중 외국계은행의 비중은 11.7%로 전국 평균치(10%p)를 크게 웃돌았다.
2014년 12월 말 기준 상하이 관할지역 내 외자은행의 자산총액은 동기대비 11.1% 증가한 1조3200만 위안을 기록했지만, 올해 이후에는 그 규모가 크게 축소되면서 6월 말 기준 상하이 내 외자은행의 자산규모는 동기대비 1.7% 증가한 1조3000억 위안에 그쳤다.
외국계은행의 자산 및 수익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중국 경기침체가 꼽힌다. 프랑스 BNP 파리바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천씽둥(陳興動)은 “외자기업의 중국 내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외자은행의 수익도 감소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내 외국계은행의 주요 고객은 외자투자기업과 해외투자가 필요한 기업들인데, 많은 외자기업이 생산라인을 이전함과 동시에 외자무역기업의 수출입업무가 줄어들면서 외국계은행 수익이 감소했다는 것.
이와 함께 외국계은행에 있어서는 증권·선물 등 비(非)은행업무가 주요 수입원이지만, 중국 당국은 은행의 증권업무 겸업을 제한하고 있어 외국계은행의 이윤창출공간이 더욱 좁을 수 밖에 없다고 천씽둥은 덧붙였다.
선전의 한 은행 관계자는 “외국계은행의 경우 중국 은감회와 모기업의 이중 통제를 받고 있어 리스크 관리에 대한 요구수준이 매우 높다”며 “중국 은행업계의 부실자산 문제가 확대될 경우 외국계은행 업무에 더 큰 제약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계 은행의 상황도 열악하긴 마찬가지.
익명을 요구한 한국계은행의 베이징현지 법인 관계자는 뉴스핌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에 진출한 외자은행 상황은 어느 은행이나 모두 비슷하다. 외자은행의 경우 중국 현지 기업보다는 중국에 진출한 본국 기업들이 주요 고객인데, 중국 경제상황이 안 좋다 보니 본국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외자은행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에 더해 계속된 기준금리 인하로 예대마진까지 줄어들어 은행 영업환경이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한국계은행 관계자 역시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소수 은행을 제외하고는 한국계은행의 주요 고객 모두 한국 기업들이다. 한국 은행들뿐만 아니라 외국계은행 전반적으로 중국기업의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중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여신이나 대출 등에서는 매우 신중하다”며 “다만, 중국에서의 장기발전을 위해서는 중국 현지 기업고객을 확대해야 하는 만큼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관리감독이나 규제 면에서는 중국 은행이나 외자은행이나 별 차이가 없다”며 “정책 유연성이 확대되면 영업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홍우리 기자 (hongwoor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