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상승세로 출발한 뉴욕증시가 탄력을 유지하지 못한 채 완만한 내림세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 증가해 당초 예상보다 성장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가 상승에 힘을 실었지만 연방준비제도(Fed)가 주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긴축에 대한 경계감을 자극, 증시 발목을 잡았다.
26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가 57.32포인트(0.34%) 내린 1만6639.97에 거래됐고, S&P500 지수는 3.65포인트(0.19%) 떨어진 1948.05에 마감했다. 반면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8.27포인트(0.18%) 오르며 4590.47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통신> |
이날 상무부가 발표한 PCE 물가지수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 1월 PCE 물가지수는 전월에 비해 0.3% 상승해 3년래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또연율 기준 PCE 물가지수는 1.7% 뛰었다. 이미 연준 정책자들의 올해 4분기 목표 수준인 1.6%를 넘어선 셈이다.
이와 함께 지난달 소비자 지출도 0.5% 증가해 8개월래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0.3%를 웃도는 것이다.
이번 물가 지표를 계기로 월가의 통화정책 전망이 수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올해 네 차례의 긴축이 단행될 여지는 여전히 낮지만 적어도 연내 추가 금리인상이 불발될 것이라는 전망은 설득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이번 인플레이션 지표는 골드만 삭스를 포함해 금융시장이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일부 투자은행(IB)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대외 리스크와 국내 물가 추이 사이에서 연준이 당장 내달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제러미 클라인 FBN 증권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6월 이전에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단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이날 물가 지표로 인해 전망 수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증시 전반의 모멘텀이 꺾인 가운데 금융주가 두각을 나타냈다. S&P500 지수를 구성하는 금융 섹터 지수는 장중 한 때 1% 이상 뛰며 10개 섹터 가운데 가장 강한 상승을 나타냈다.
SPDR S&P 은행 상장지수펀드(ETF)는 2% 가량 뛰었고, 유틸리티 관련 ETF는 2% 이상 내렸다.
이번 주말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리지만 투자자들의 기대는 저조하다. 특히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합의가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날 씨티그룹은 G20 회의가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경우 당분간 금융시장 변동성이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의 금리 상승 기대감이 재점화되면서 달러화는 엔화를 포함한 주요 통화에 대해 강하게 상승했다. 특히 달러/엔이 장중 114엔 선까지 오르며 달러화가 모처럼 상승 탄력을 과시했다. 달러 인덱스는 장 후반 0.65% 올랐다.
한편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예상치 0.7%에서 1.0%로 상향 조정됐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3분기 성장률인 2.0%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이 밖에 종목별로는 듀폰이 2% 가까이 뛰었고 월마트가 2% 이상 떨어지며 지수에 부담을 가했다.
이날 주가 흐름과 관련, 이안 윌리엄스 필 헌트 전략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증시 전반적인 상승 모멘텀이 약하다”며 “다만 거래가 완만하게 증가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S&P500 지수가 투자자들의 관심사인 50일 이동평균선을 뚫고 오른 데 따라 매수 유입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