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에도 주요 지수 하락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가 상승에도 뉴욕증시가 하락했다. 장 초반 완만한 오름세를 보였던 주가는 장중 내림세로 돌아선 뒤 낙폭을 확대했다.
거래량이 최근 30일 평균치에 비해 31% 급감한 가운데 투자자들이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29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는 123.47포인트(0.74%) 하락한 1만6516.50에 거래됐고, S&P500 지수는 15.82포인트(0.81%) 떨어진 1932.23을 나타냈다. 나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32.52포인트(0.71%) 내린 4557.95에 마감했다.
월스트리트 <출처=블룸버그통신> |
2월 마지막 거래일 뉴욕증권거래소의 플로어 거래에서 ‘팔자’가 우세했고, 이 때문에 유가 강세에도 주가가 하락했다.
월간 기준으로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3개월 연속 하락했다. 두 지수의 2월 낙폭은 각각 0.4%와 1.2%로 집계됐다. 반면 다우존스 지수는 이달 0.3% 올랐다.
이날 국제 유가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산유량 동결에 따른 수급 균형 기대로 탄탄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3% 가까이 오르며 배럴당 33.75달러에 거래됐다.
유가 강세에도 에너지 섹터가 1% 이상 내렸고, 헬스케어 섹터 역시 1% 선에서 내림세를 보이면서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반면 유틸리티가 두각을 나타내는 등 엔화와 금값의 동반 상승에서 엿보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이날 뉴욕증시에서도 투영됐다.
경제 지표 역시 부진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발표한 1월 잠정주택판매지수가 106.0을 기록해 전월에 비해 2.5% 떨어졌다. 이는 0.5% 상승할 것이라는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과 빗나간 것이다.
제조업 지표도 크게 후퇴했다.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월 47.6을 기록해 위축 국면으로 뒷걸음질 친 것은 물론이고 전월 수치인 55.6에서 대폭 악화됐다.
일부에서는 경제 지표가 침체를 우려할 만큼 부정적이지 않은 동시에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을 재촉하지 않는 수준이라며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투자자들은 오는 4일 발표되는 2월 고용 지표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준 정책자들이 주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고용 지표 개선은 긴축에 대한 경계감을 자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터틀 택티컬 매니지먼트의 매튜 터틀 최고투자책임자는 CNBC와 인터뷰에서 “유가가 강하게 상승했지만 주가가 오르지 않은 점이 우려된다”며 “S&P500 지수가 1950 선에 안착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처드 시켈 필라델피아 트러스트 최고투자책임자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주가 상승을 이끌 만한 촉매제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지난주 상승을 이용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종목별로는 홈디포와 유나이티드헬스가 각각 1.5% 내외로 하락하며 지수를 압박했다.
NRG 에너지가 배당을 축소한다고 발표한 데 따라 유가 상승에도 3% 가까이 내렸고, 유나이티드 내추럴 푸즈는 경쟁 업체인 하돈 하루스 푸드 프로덕트를 2억175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21% 폭락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