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거부 생보사 제재 방침…생보사는 ‘난감’
[뉴스핌=전선형 기자] 금융감독원이 ‘소비자에게 지급하지 않은 자살보험금(재해사망 보험금)을 모두 지급하라’며 생명보험사를 압박했다. 금감원이 그동안 임원들을 소집해 우회적으로 지급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공개적으로 강경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권순찬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자살보험금 관련 금감원의 입장을 전달하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
23일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는 “소멸시효 계약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상관없이 금감원은 보험회사가 당초 약속한 보험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보험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권한에 따라 검사·제재 및 시정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생명보험사들은 지난 2002년(ING생명 최초판매)부터 종신보험에 재해사망 특약을 붙여 판매해왔다. 당시 재해사망 특약 약관에는 ‘특약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자살한 경우에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생명보험사는 자살을 재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신청한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일부는 일반사망보험금만을 지급해왔다. 보통 재해사망 보험금은 보통 일반사망보험금의 2~3배에 이른다.
특히 대법원에서 최근 자살과 관련된 재해사망 보험금 지급을 하라고 판결했지만, 미지급 보험금의 80%를 차지하는 소멸시효경과 계약들에 대해서는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아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소멸시효는 일정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경우 그 권리가 소멸하는 기간을 의미하며 상법상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는 2년(2014년 개정으로 그 이후엔 3년)이다. 보험계약자가 2년 내에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보험사가 보유중인 자살관련 미지급 보험금(2016년 2월 26일 기준)은 2980건이며, 금액으로는 2465억원이다. 이중 소멸시효 경과건은 2314건(78%) 2003억원(81%)에 이른다.
권 부원장보는 “재해사망 특약은 보험사들의 일본보험사 약관을 그대로 베껴오면서 생긴 것이고 금감원에 보고할 때는 주계약만 보고하고, 특약에 대해 보고하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약관의 경우는 논란이 불거진 이후 2010년 1월에 개정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는 전문가 집단이며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하면서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변명거리가 될 수 없다”며 “보험사가 신의성실 원칙에 입각한다면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도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 보험금 지급을 미를수록 신뢰만 떨어질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험사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완벽히 나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금 지급을 강요하는 건 감독당국의 억지’라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나서 지급을 해도 늦지 않는 상황”라며 “보험금 지급규모가 한두푼도 아니고 섣불리 결정했다가 추후 주주들에게 배임여부로 소송을 당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계약들은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다만 소멸시효 지난 계약은 소송이 진행중이라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주요 보험사 미지급 된 자살보험금 현황<자료-금융감독원> |
[뉴스핌 Newspim] 전선형 기자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