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 국채 수익률 급등 시 ECB 통제 불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 비회원국인 영국의 EU 탈퇴가 공동 통화 유로화의 존폐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정치적인 질서 와해가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악순환을 일으키고, 특히 남유럽의 주변국 국채 수익률을 가파르게 끌어올릴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의 시장 통제력이 한계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 발표 후 부산하게 움직이는 런던 금융권의 트레이더들 <출처=블룸버그> |
이른바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 EU 탈퇴를 찬성하는 표가 51.9%로 집계된 가운데 24일(현지시각) 금융시장은 즉각적인 패닉 현상에 빠졌다.
파운드화가 달러화에 대해 8% 가까이 폭락,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20% 곤두박질 칠 것이라는 관측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채시장도 요동을 쳤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 0.17%까지 밀렸고, 이탈리아 10년물과 스페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각각 14bp와 12bp 뛰었다. 포르투갈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무려 30bp 가까이 치솟으며 투자자들의 공포감을 반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주변국 국채 수익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동통화존을 무너뜨릴 수 있는 도화선이 주변국 국채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다.
2011년 부채위기를 포함해 금융시장 불안감이 고조될 때마다 ECB는 공격적인 시장 개입 및 구두 개입으로 금융시스템의 무질서한 와해 리스크를 진화했다.
하지만 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역풍은 이른바 그렉시트 위기 당시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업계 애널리스트의 지적이다.
유로화<사진=블룸버그> |
유럽 전역으로 반EU와 반체제 정서가 번져나가고 EU의 정치적인 결속이 무너지면서 금융시스템 역시 흔들릴 경우 ECB의 통화정책 수단으로 이를 수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다.
위기 때마다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는 의지로 상황 반전을 이끌었던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얘기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ECB는 성명을 통해 금융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으며, 유로존의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모든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국채시장과 외환시장 움직임에서 보듯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RBC 캐피탈은 투자 보고서를 통해 이미 ECB의 시장 통제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이라고 평가하고, 유로존 금융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기존의 전면적통화거래(OMT) 시스템이 브렉시트의 충격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니콜라스 스피로 로레사 어드바이저리 파트너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단기물을 중심으로 주변국 국채 수익률에 시선을 집중해야 한다”며 “이들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유로존이 통째로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