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권 얘기 꺼내지 말라는 정부...특별법 제정 국회 통과 필요"
[대전=뉴스핌 한태희 기자] "이익이 나는 회사가 대부분이었는데 정부가 막았잖아요. 그게 사실 제일 큽니다. 현재 40개 입주기업이 영업권 평가를 해서 제출했는데 약 4200억원이예요. 그런데 정부는 영업권 얘기는 꺼내지 말라는 것이고요."
10일로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된 지 6개월이 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SNG 대표이자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기도 한 정기섭 회장을 지난 9일 대전에서 만났다.
정 회장은 요즘 직원 3명과 대전에 있는 SNG 사무실을 지키는 게 일이다. 직원이 19명 남짓인 작은 회사라지만 대표직을 맡고 있는 한 신경써야 할 게 많을 터. 하지만 할 게 없다. 오전 8시20분에 출근해 책을 보다가 오후 6시에 퇴근한다. 개성공단 폐쇄 후 6개월째 반복 중이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냐. 인사차 가볍게 물었다. 답이 없다.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30여초가 흘렀을까. 정 회장은 개성공단 중단 결정이 내려진 바로 그날을 떠올리며 얘기를 풀어나갔다.
"설 연휴가 끝나는 날 '내일부터 개성공단 중단이다'란 말을 들었어요. 만약 감만 잡았어도 자재를 미리 빼왔을텐데." 정 회장은 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결정한 정부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입주기업 피해가 커졌다는 생각이다. 공장 시설은 그렇다쳐도 원부자재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것.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SNG 대표) / <사진=SNG> |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최초 파악한 피해액은 약 8152억원.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보름만에 협회는 시설투자 손실 5688억원, 원부자재 및 완제품 손실 2464억원 피해가 예상된다는 긴급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 중 정부가 인정한 금액은 7779억원이다.
하지만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 6개월간 공장 가동을 못한 손실을 더하면 피해액은 1조5000억원대로 추산된다는 정 회장의 설명. 상법에선 판매 기회 등 영업활동에서 생기는 영업상 재산적 가치를 영업권으로 규정한다.
"6개월 동안 일을 못했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수익이 없어도 직원 월급을 줘야하고. 사무실 운영을 해서 빚어지는 손실이 계속 있잖아요. 안보상 필요에 의해 영업권을 제한할 수 있지만 그랬을 때는 무엇무엇을 보상하라는 게 있는데 정부가 그런 절차를 안 밟았어요." 정 회장의 설명이다.
정 회장은 정부가 내놓은 대책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4일까지 경협보험금을 포함해 약 3369억원을 피해지원금으로 기업에 지급했다. 정 회장은 "엄밀히 보험은 보상 받고 끝나야 하는데 개성공단 재가동해서 다시 들어가려면 전액 갚아야 한다"며 "그래서 우리는 무이자 대출이라고 부른다"고 꼬집었다.
개성공단 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정부의 실질적 피해 보상이다. 법적 근거가 없이는 피해 보상이 어렵다는 법률 자문에 특별법 제정도 요청했다. 국회의원을 설득한 결과 지난달 '개설공단 입주기업 등의 피해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란 이름으로 국회에서 법안이 공동 발의됐다. 하지만 낙관적이진 않다. 여야 합의가 이뤄져야 해서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정 회장이다.
"여당에선 정부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정부에서 지금 특별법에 동의를 안 하려고 하죠. 그렇게 되면 제일 마지막에 할 수 있는 게 정부 상대로 소송하는 거예요. 그 경우 필요할지 몰라 헌법소원도 한거고요.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또 궁극적으로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서 노력 할 겁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