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새 부동산 규제설 부인에도 부동산 사재기 기승
[뉴스핌=이지연 기자] 부동산 규제 소문이 나돌면서 중국 1선도시 상하이에 또 다시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어 닥쳤다. 상하이 당국은 주택 구매 및 주택대출 규제 강화 소문을 부인하고 나섰지만, 불안감에 휩싸인 상하이 시민들이 너도나도 부동산 투기에 가담하면서 집값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
30일 상하이시 신규주택 일일 거래량은 2000채를 돌파하며 연속 4일째 일일 거래량이 1000채를 넘어섰다. 지난 3월 지금과 유사한 부동산 투기 광풍 때도 일평균 신규주택 거래량은 533채 수준이었다.
이렇게 부동산 사재기가 기승을 부린 까닭은 상하이시 주택 구매 및 주택대출 규제가 한층 강화 된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최근 상하이에서는 당국이 내달부터 생애 첫 주택 구매 시 주택담보대출비율을 기존의 70%에서 50%로 낮추고, 대출 기록이 있거나 2주택 구매자, 혹은 외지인인 경우엔 주택담보대출비율을 무조건 30%로 낮출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혼한 지 1년 미만일 경우 주택구매 제한 및 주택대출 정책이 이혼 전의 상황을 기준으로 적용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에 상하이시 주택도농건설위원회는 29일 저녁 SNS 웨이보를 통해 해당 소문이 사실이 아님을 밝혔지만, 부동산 거래량과 규제를 피하기 위한 위장 이혼 신청건수는 계속해서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상하이부동산거래센터에 따르면 상하이 신규주택 거래량은 24일 778채, 25일 918채, 26일 990채, 27일 1056채, 28일 1267채, 29일 1689채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30일에는 중국 현지시간 20시 22분을 기준으로 신규주택 일일 거래량이 2000채를 넘어선 2116채를 기록했다.
상하이 롄자(鏈家) 시장연구부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28일까지 한 주 동안 상하이시에서 매매나 임대가 가능한 주택인 상품주택(商品房)의 거래 면적이 전주보다 93.02%나 증가한 55만5700제곱미터(m²)에 달했다. 1제곱미터당 평균 거래가격도 전주보다 5.6% 오른 4만3571위안(약 729만원)을 나타냈다.
상하이시 신규주택·기존주택 거래면적 및 평균 거래가격 추이(2015.01~2016.08). <빨간색 막대=기존주택 거래면적(만제곱미터), 회색 막대=신규주택 거래면적(만제곱미터), 연핑크색 선=신규주택 평균 거래가격(위안/1제곱미터> <자료=중원(中原)연구> |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은 부동산 정책 규제 강화 루머 외에도 당국에 대한 불신 및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최근의 상하이 부동산 투기 광풍의 배경으로 지목된다고 분석했다.
신문에 따르면 실제로 상당수 상하이 시민은 당국이 부동산 규제 강화설을 부인한 것은 역설적으로 곧 새 부동산 정책이 실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소문의 진위 여부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으로 판단해 더 가격이 오르기 전 서둘러 주택을 구매하려는 시민들도 존재했다.
지난해부터 상하이시 집값은 ▲풍부한 유동성 ▲주택 공급량 감소 ▲주택담보대출비율 확대 ▲신용대출 요건 완화 등으로 인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 3월 상하이 신규주택 및 기존주택 거래량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자 시 당국은 과도한 주택대출 리스크를 우려해 이른바 ‘호구조(沪九條·상하이 9조)’ 혹은 ‘325 신정책’으로 불리는 부동산 과열 억제책을 내놓았다.
상하이시 개인 신규 부동산 대출액(2009~2016.07). <단위=억위안> <자료=중원(中原)연구> |
지난 3월 25일에 발표돼 ‘325 신정책’으로 불리는 상하이시 부동산 과열 방지책은 역대 최고로 엄격한 부동산 정책으로 꼽힌다. 1선도시 부동산 조절책의 핵심은 주택 구입 및 대출 제한인데, 상하이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 즉 대출을 통해 집값을 충당할 수 있는 비율이 30~50% 이하(2주택 기준)로 떨어진 것.
상하이시는 이원화된 주택대출 정책을 실시, 보통(普通) 2주택 구입자의 다운페이(선지급금) 비율은 50% 이상, 비보통(非普通 건축면적이 크거나 상업용 주택) 2주택 구입자의 다운페이 비율은 70% 이상으로 책정했다.
아울러 상하이시는 주택 구입이 가능한 자를 상하이 호적(호구)이 없는 사람의 경우 개인소득세 혹은 사회보험료 납부기간을 만 5년 이상 연속 납부한 자로 제한했다. 이에 더해 가정(가구) 단위로 주택을 매입하게끔 규정을 강화했으며, 특히 결혼을 하지 않은 싱글족으로서 상하이시 호적을 갖지 않은 자에 대해서는 아예 집을 살 수 없도록 했다.
앞서 3월 중국 부동산 전문가는 ‘325 신정책’이 10월께에 본격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내다봤다. 10월에 접어들면 각종 규제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뉴스핌 Newspim] 이지연 기자 (del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