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산업,투자금융,증권서비스등 본부 신설 잇따라
"양사 데칼코마니화 통해 대등 합병 속내도"
[뉴스핌=박민선 조한송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를 만들겠다던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밑그림이 가시화되고 있다. 통합일(12월 29일)까지 남은 시간은 두달 남짓. 하지만 '결합'을 위해 진행된 기초작업들은 이미 상당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합병 예정인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증권에서 감지되는 최근 일련의 변화들은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제2의 창업"에 나서겠다던 박현주 회장의 말과 일치한다. 인수주체인 미래에셋증권도, 피인수사인 옛 대우증권도 아닌, 새로운 길을 갈 '미래에셋대우'의 재탄생이 예고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비슷한 시기 통합을 앞둔 KB-현대증권이나 앞선 NH투자증권 등 인수합병(M&A) 사례와는 달리 상당히 적극적이고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일 미래에셋대우는 신설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성장투자팀을 본부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옛 대우증권은 브로커리지와 투자은행(IB), 세일즈앤트레이딩(S&T) 등 대형 증권사의 주력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형성해왔다.
신성장투자본부장을 맡게 된 정지광 본부장은 미래에셋증권 입사 후 자기자본투자(PI)와 구조화금융(SF) 등에서 주로 근무해 온 데다 지난 5월 이후 창업지원팀을 맡아온 터라 신성장투자 관련 미래에셋의 '청사진'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돼 왔다. 현재 해당 팀의 인원은 8명 안팎. 이들은 바이오·헬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미래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바이오 등 신성장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 온 박 회장의 구상이 본격화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박 회장은 향후 10년간 10조원 규모를 신성장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후 연내 1조원 규모의 벤처펀드 출시 등을 구체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올초 이후 현재까지 변화된 미래에셋대우 조직을 살펴보면 자산관리(WM) 및 글로벌사업 분야의 역량이 강화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4월 기존 전략기획부문 산하에 있던 해외사업본부를 떼어내 대표이사 직속인 글로벌사업부문으로 확대 개편했고, 7월에는 자산관리(WM)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WM전략본부를 신설했다.
미래에셋증권의 변화는 더 크다. 우선 WM부문 내 증권서비스 본부가 꾸려지면서 기능이 강화됐고 6월에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취득하면서 IB 사업 분야가 확대됐다. 그동안 미래에셋증권 IB부문은 M&A나 인수금융 등에서 이렇다 할 경쟁력을 보이지 못했던 게 사실. 미래에셋증권은 초대형사로 성장 기회를 마련하게 되면서 기업공개(IPO) 등에서 강점을 가진 미래에셋대우와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또 투자금융본부 신설을 통해 인수금융 및 인수·합병(M&A) 등 신규비즈니스를 이끌어 나가는가 하면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시장에 출사표를 내놓은 것도 새로운 변화로 꼽힌다.
곳곳에 필요한 인재 영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벤처모험자본 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한다는 취지로 현재 센터원 건물 5층에 마련 중인 글로벌 트레이딩룸에는 최대 500명 안팎까지 수용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통합 작업 논의 전까지 미래에셋증권이 확보하고 있는 트레이딩 인력은 60여명 수준에 불과했으나 최근 100여명까지 늘어난 상태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86개이던 미래에셋증권의 본사 내 부서는 올해 6월 말 기준 97개로, 미래에셋대우는 81개에서 83개로 늘었다. 비슷한 시기 통합을 앞둔 현대증권도 같은 기간 68개에서 71개로, KB투자증권 역시 44개에서 52개로 늘었으나 분사 등에 의한 요인일 뿐 새로운 사업을 위한 부서는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미래에셋증권 한 임원은 "증권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있어 온 M&A 사례들과 비교했을 때 미래에셋의 변화 속도는 다소 이례적"이라며 "단순 몸집 키우기가 아닌 새로운 회사로 글로벌 무대에 진출하겠다는 것이 당초 (박 회장의) 구상인 만큼 각 조직의 특성을 강화하고 역량을 키우기 위한 작업들이 앞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를 두고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양사를 '데칼코마니화' 함으로써 통합시 결합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과 동시에 두 조직을 대등하게 맞춰 경쟁시킬 수 있는 효과를 노린 것이란 관측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박현주 회장이 서로 대등한 규모에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없는 부서는 신설하는 등 1대 1로 조직을 만들어 통합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조한송 기자 (1flowe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