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회의 영향력 크게 희석.. 시장에선 낙관론 확산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거침 없는 ‘트럼프 랠리’가 다우존스 지수를 2만선까지 끌어올릴까.
밸류에이션 고평가 논란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 이행 불확실성까지 끊이지 않는 경고와 국내외 악재에도 대선 이후 10여 차례에 걸쳐 최고치를 갈아치운 뉴욕증시는 당분간 상승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금리인상 할테면 해.. 우린 재정부양책 기대해
월가 트레이더들 <출처=블룸버그> |
주요 지수를 금융주를 포함한 소수의 섹터가 이끌고 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지만 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 지수 역시 최고치에 오른 것은 마찬가지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회의가 오는 13~14일로 예정돼 있지만 0.25%포인트의 두 번째 금리인상이 이미 투자자들 사이에 공공연한 사실이다.
정책자들이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경기 전망에 대해 ‘폭탄’ 발언을 내놓지 않을 경우 연준 역시 이번에는 주가에 강한 파장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대선 이후 강세장은 통화정책이 아닌 재정정책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을 배경으로 한 것이니만큼 연준의 회의 결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 역시 일정 부분 희석됐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주장은 경제 지표를 통해 확인됐다.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1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8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2015년 1월 이후 약 2년래 최고치에 해당한다.
피터 부크바 린지 그룹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주가 상승과 소비자신뢰 개선은 모두 트럼프 당선자에 대한 기대감을 공통 분모로 한 현상”이라며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민간 소비와 투자를 통해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미셸 메이어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기업 실적발표와 같은 사례들을 살펴본 결과 대선 이후 경제에 대한 낙관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감세나 재정지출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야성적 충동이 재정적 자극에 의한 경기 부양 수준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출처=블룸버그> |
스콧 앤더슨 뱅크 오브 더 웨스트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이제 연준은 예전만큼 주식시장에 핵심적인 변수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연준 정책자들이 금융시장에 휘둘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로 꼽히는 제러미 시겔 펜실베니아 대학 와튼스쿨 교수가 다우존스 2만선 돌파를 전망한 바 있지만 이는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먼 훗날의 일로 여겼던 일이다.
◆ 역사적 '2만 포인트' 눈 앞에 둔 다우지수
지난 9일 종가를 기준으로 다우존스 지수는 2만선과의 거리를 불과 243.15포인트(1.21%)로 좁힌 상황이다.
다우지수 100년 차트 <자료=매크로트렌트> |
문제는 이후의 향방이다. 최근 빌 그로스 야누스 캐피탈 펀드매니저는 투자자들이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 가운데 부정적인 측면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캔터 피츠 제럴드는 금리 상승에 따른 충격이 주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마켓워치는 이번 주가 폭등이 1929년 블랙 프라이데이를 포함해 역사적인 주가 폭락 이전에 나타났던 현상과 흡사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월가 투자은행(IB)은 트럼프 랠리를 꺾어 놓을 만한 강력한 악재를 찾기 어렵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이탈리아의 개헌 국민투표 부결을 포함해 굵직한 변수들도 상승 모멘텀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얘기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예일대학교 교수는 트럼프 당선자가 기존의 증시 지표들을 마비시켰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대선 이후 주식시장이 기술적 지표들이 제시하는 신호와 엇박자를 내고 있고, 과거의 잣대로 주가 밸류에이션과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다.
웰스파고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제임스 폴슨 수석투자전략가는 '자신감 소비(confidence spending)'이라고 부른, 경제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필요한 내구소비재 및 주택 구입, 설비투자와 같은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오랜 기간 경기 회복 과정에서 이러한 '자신감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와 비교할 때 바닥에서 20% 정도로 상당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면서, 따라서 이런 대목이 야성적 충동과 함께 살아난다면 경제를 크게 끌어올릴 잠재력은 남아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2만 고지를 코 앞에 둔 다우지수는 최근 두 배 오르는 기간이 17년 넘게 걸렸다. 앞서 1982년부터 2000년 사이 강세장 때 지수가 1만 포인트까지 10배 넘게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수가 1999년 이래 평균 상승 속도인 연 4%씩 오른다면 3만 포인트는 2027년에 도달하게 된다.
한편 국제 유가가 상승 모멘텀을 유지하며 에너지 섹터를 중심으로 뉴욕증시의 상승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비 OPEC(석유수출국기구) 산유국들이 10일(현지시각) 하루 55만8000배럴 감산에 합의를 이뤘다.
OPEC이 비회원 산유국들의 감산 동의를 이끌어낸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합의 이행에 가장 커다란 걸림돌로 꼽혔던 문제가 해결된 셈. 이 때문에 배럴당 50달러 안착을 시도하는 유가가 상승 모멘텀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