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박근혜·최순실 19차 공판 진행
[뉴스핌=이성웅 기자] 김영태 SK그룹 부회장 겸 상근고문이 더블루K의 가이드러너 육성사업 등에 대한 지원요청을 두고 '황당한 얘기'라고 평가하고 "지원 안 하길 잘했다"고 증언했다.
김영태 부회장은 16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뇌물수수 등 혐의 19차 공판에 출석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최태원 SK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대가 있은 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더블루K의 사업소개 자료가 담긴 봉투를 전달받았다"라며 사업 지원을 검토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당시 김 부회장은 이를 박영춘 당시 SK수펙스추구협의회 CR팀장(전무)에게 건네며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해당 서류엔 컬러 표지로 된 더블루K 자료와 함께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의 명함이 들어있었다.
김 부회장은 "박 전무가 정 전 사무총장을 만나고 와서 '총 89억원을 요구했는데, 해외 전지훈련 비용 50억원을 독일 비덱스포츠로 보내주고, 나머지는 더블루K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라고 보고했다"라고 밝혔다.
지난 3월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김영태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부회장). [뉴시스] |
이에 김 부회장은 "박 전무에게 '칼같이 따져봐라. 우리도 펜싱협회 회장사라 대표팀 전지훈련 비용 대충 아는데, 그 내역 다 따져보라고'라고 지시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시에 지원할거면 K스포츠재단으로 추가 출연을 해야지 독일 비덱이나 더블루K 같은 단체로 보내는 것은 법적으로 말도 안되고 신뢰할 수 없어 결국 지원을 안하는 쪽으로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또 "안 전 수석이 건넸다고 하기엔 너무 황당한 얘기여서 이 서류를 받아온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에게 '나중에 정권 바뀌면 청문회감이니 안 전 수석에게 못 한다고 얘기하라'라고 의논했다"라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SK 측은 안 전 수석에게 거듭 피드백을 요구했지만, 안 전 수석은 '아직 못 여쭤봤다'라며 답변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검찰은 지원 요청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왜 SK에 이같은 요청을 한 것 같냐"라는 검찰 측의 질문엔 "우리가 기업현안이 있어 요청한 거라 생각했는데, 박 전무가 미팅 후 돌아와 '더블루K가 롯데랑 부영에도 다녀갔다'라고 보고해서 '문제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요청했구나'라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김 부회장은 또 최 회장과 박 전 대통령 독대 전에 2차례 회의를 거쳐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워커힐호텔 면세점 사업자 재선정, 최재원 부회장 사면 문제 등 기업현안을 정리해 자료를 만들었고, 이를 독대에서 언급했다고도 증언했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