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1000만 서명운동, 美에 특사단 파견
한반도 비핵화 배치 등 현실적 어려움 지적도
[뉴스핌=송의준 기자]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 등으로 안보상황이 위태로워지면서 미군의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지만, 원유공급 중단 등 알맹이가 빠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가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은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한반도에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 국가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갖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국민 70% 가까이가 전술핵 배치에 찬성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긍정적 검토 입장을 밝혔다는 점도 거론했다.
한·미 양국이 지난 7월 29일 새벽 5시 45분 동해안에서, 전날 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합동참모본부> |
전술핵 재배치에 찬성하는 국민들의 여론도 높게 나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술핵 재배치 찬성 의견이 68.2%에 달했다. 특히, 보수층(83.8%), 중도층(64.4%), 진보층(59.9%) 등 모든 정치이념성향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찬성하는 응답자가 과반을 차지했다.
전술핵이란 주로 국지전에서 사용되는 소형 핵무기를 말하는데, 폭파 위력이 수 kt(킬로톤) 이내로, 효율성과 경제성이 높다. 사정거리가 짧지만, 지역적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선 및 그 후방에서 사용하도록 계획됐다. 군사목표를 공격하기 위한 야포와 단거리 미사일로 발사할 수 있는 핵탄두, 핵지뢰, 핵기뢰 등이 전술핵에 속한다.
그러나 전술핵 재배치는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이상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1차장은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며 “전술핵 재배치 관련 검토한 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차장은 “정치권 언론에서는 북한 핵 미사일 위협 대처하는 방안 하나로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잃을 게 너무 많은 문제라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술핵 재배치는) 1991년 이후 우리 정부가 유지해온 한반도 비핵화 기본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북한의 핵 폐기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명분이 약화·상실될 우려가 있다”며 “남북한이 핵무장하면 동북아도 핵무장이 확산되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커지는 데 대해서도 여론만으로 한반도 안보문제를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부인에도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제재 결의안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전술핵 재배치 요구가 다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안보리는 지난 11일(현지시각) 북한의 제6차 핵실험에 대응해 만장일치로 채택한 새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통해 유류 공급 30% 제한과 섬유 수출 금지 등을 포함시키며 추가 제재의 강도를 높였다. 그러나 애초 미국이 주도했던 결의 초안에 담긴 원유공급 전면금지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제재리스트 포함 등이 빠지면서 북한에 결정적인 타격은 주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들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한반도의 핵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여당 내에서도 이에 찬성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며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한국당은 국회 내에서의 전술 재배치 요구에 그치지 않고 당 차원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1000만명 서명운동까지 추진하고 있다. 13일에는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장인 이철우 의원을 단장으로 구성한 특사단을 미국으로 보낸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전술핵을 재배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정치적 의도가 많이 포함돼 있다”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심리적 안정이고, 반면 한반도 비핵화 명분 상실 등 잃을 것이 훨씬 더 많아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송의준 기자 (mymind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