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사회

속보

더보기

[포항 강진 현장] 복구는 손도 못댄채, 임시방편만

기사입력 : 2017년11월17일 09:08

최종수정 : 2017년11월17일 10:23

지금의 포항은 '한 걸음 빠른' 복구의 손길이 시급

[포항=뉴스핌 김범준 기자] 규모 5.4 강진이 발생한 다음날인 16일, 포항은 스산했다.

경북 포항시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나와 올려다본 청명한 가을 하늘이 유독 어색하게 느껴졌다. 택시에 올라 제일 먼저 부른 목적지는 포항 북구 포항여자고등학교. 이내 취재 기자임을 눈치 챈 택시 기사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오늘 거리에 유독 사람들이 없고 한산하네예. 아무리 평일 낮이어도 (평소엔) 이 정도는 아닌데, 다들 지진에 겁먹고 집 안에 들어가 있나봅니다. 하긴 어제 전 차에 있는데도 (운행 중에) 갑자기 남정네 서너명이 뒤에서 차를 밀고 흔들 듯 들썩거리더라고요"

"흥해(읍 일대)가 오래된 건물도 많고 피해가 크지만, 시내에도 꽤 있습니다. 북구 양덕동은 서울로 말하자면 강남과 같은 신도시인데 새 아파트 벽에 금도 가고예. 장성동 일대는 한동대 학생아들이 많이 사는 원룸촌인데 죄다 1층을 비운 (필로티)구조라 기둥이 부서지고 찌그러지고 완전히 난리도 아닙니더. 꼭 한번 가 보이소"

이윽고 도착한 포항여고는 고요했다. 학교 정문에는 이날 수능이 치러질(뻔했던) 고사장임을 알려주는 현수막과 안내문이 아직도 붙어 있었다. 정문 옆에 세워져 있는 '지진 옥외대피소' 안내 팻말이 유독 눈에 밟혔다.

교실은 차갑고 텅 비어 있었다.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날 수능을 한창 치르는 수험생들의 열기로 가득 차 있었을 게다.

밖으로 나와 건물 뒤 무너졌던 담장 쪽으로 가봤다. 여전히 바닥에 떨어져 있는 벽면 파편들은 지진으로 긴박했던 순간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한 학생은 "어떤 학교는 벽에 금도 갔는데 아직 이렇다 할 복구 작업은 없다고 해요. 다음 주가 돼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라며 "이래 가지고 (고3) 언니랑 부모님 모두 제대로 수능이 치러질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해요. 대학 가려다가 죽을 순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다시 택시를 잡고 북구 장성동으로 향했다. 두번째 택시 기사 역시 포항시민들의 모습을 전해줬다.

"노인들이 윗집에서 조금만 쿵쿵거려도 '또 지진이 발생했나'하며 놀랜답니다"라며 "혼자 있으면 무서우니까, 낮에 아파트 안 경로당에 삼삼오여 모여 있다가 저녁에 자녀들이 귀가하면 그때서야 집에 돌아간다고들 하더라고요"

장성동에 도착한 뒤 물어물어 피해 원룸을 찾아갔다. A원룸은 '위험!'이라는 빨간 딱지와 출입을 금하는 노란 폴리스라인이 붙어 있었다. 필로티 기둥 벽면이 부서져 철근이 훤히 드러난 모습을 가까이서 보니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아찔한 기분이다.

마침 현장에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건물을 바라보는 건물주 김모씨가 있었다. 김씨의 한숨섞인 이야기는 작금의 마음만큼 무겁게 느껴졌다. 

"혹시 모를 더 큰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한시라도 빨리 보강작업 공사를 하고 싶은데, 시청에서 '절차' 문제를 들면서 허가가 나기 전까지 (작업을) 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이게 말이 돼요? 언제가 될 지 기약도 없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세입자들은 다 대피시켰죠. 당분간 세를 받지 못하겠지만, 더 큰 문제는 시에서 철거명령이 내려지는 거에요. 물어보니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하네요. 그럼 전 어떡해야 합니까. 그냥 망해야 합니까"

근처에 더 심각하다는 B원룸을 찾아가 봤다. 이 건물 필로티 기둥은 이미 기둥이 아니었다. 철근이 엿가락처럼 제멋대로 구부러지고 휘어져 있었다. 지금까지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게 기적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다행이 B원룸에는 공사 허가가 났나 보다. 마침 도착한 지게차가 H빔 철근을 부지런히 옮기며 보강작업을 벌였다.

현장에 나온 대한건축사협회 소속 한 공사 감리자는 "건물이 이미 옆으로 20cm 가량 누웠다. 지금까지 아슬아슬하게라도 버티고 있는 게 다행이다. 임시방편 작업이지만, 일단은 서둘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한 일식집은 아예 건물 한쪽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말 그대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지나가는 주민들과 차량은 이따금씩 통행을 멈추고서 힐끗 쳐다보곤 했다. 남 일 같지 않다는 걱정어린 시선들이었다.

정부는 포항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는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북구라도 흥해읍과 달리 이곳 장성동·양덕동 일대는 정비가 더뎠다. 거리 곳곳에는 붕괴의 잔해들이 아직도 방치돼 있었다. 지금의 포항은 '한 걸음 빠른' 복구의 손길이 시급하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

CES 2025 참관단 모집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민주 '금투세 당론' 지도부 위임 [서울=뉴스핌] 채송무 홍석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과 관련된 입장을 '지도부에 위임'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민주당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금투세와 관련해 치열한 논의를 펼친 끝에 금투세 결론과 시기에 대해 모두 지도부에 위임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뉴스핌 DB] 의견은 유예와 폐지, 시행이 팽팽했다. 다만 지난 금투세 정책토론에서 거의 없었던 폐지 의견도 유예 의견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왔다. 다만 이는 의원총회에서 입장을 표명한 의원 숫자로 투표를 통한 것은 아니다. 보완 후 시행을 주장한 의원들은 2년 전 여야가 합의를 해 국민들께 보고된 사안이라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적 의견과 함께 유예나 폐지 입장을 정하면 상법 개정을 추진할 지렛대를 잃는다는 우려를 제기한 의원도 나왔다. 유예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다음 정부에서 결론을 내도록 유예하자는 의견이 다수였다. 다만 2년을 유예하면 대선 직전에 해야 하는 문제가 있으며, 3년 유예 시 총선 직전으로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는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의원들은 다만 유예하더라도 22대 국회에서 책임지는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예 내지 폐지를 주장한 의원들은 현재 증시가 어려운 시기고 손해를 본 사람이 많아 정무적으로 고민이 필요한 상황으로 합의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폐지 의견을 낸 의원들은 유예 역시 개정안을 내야 하는데 여기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모든 정치적 책임을 민주당이 지게 된다며 불확실성 제거 차원에서 폐지하고, 대선 공약 등으로 새 약속을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의총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 있었지만, 다수 의원이 지도부 위임에 동의했다. 이재명 대표가 금투세와 관련해 유예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는 상황이어서 민주당은 금투세 유예 방향을 정할 가능성이 높다.  dedanhi@newspim.com 2024-10-04 12:53
사진
레바논 긴급 방문한 이란 외무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장관이 4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고 있는 레바논을 예고 없이 방문해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설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아락치 장관은 이날 오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라피크 하리리 국제공항으로 입국해 나지브 미카티 총리 등 레바논 정부 지도부를 만났다. 지도부와의 회동을 마친 장관은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스라엘이 우리에게 어떤 조치나 행동을 취한다면, 우리의 보복은 이전보다 더 강력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재보복 움직임에 경고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사진=로이터 뉴스핌] koinwon@newspim.com 그는 이어 "이란은 공습을 계속할 의도가 없다"면서도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이란을 겨냥한 일말의 행동에 나선다면 분명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국의 이스라엘 공습에 대해서는 "우리가 공격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면서 "이란 영토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이란 대사관 등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해 군사·안보 시설을 합법적으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을 위한 어떤 움직임도 이란은 지지하지만, 가자지구의 휴전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긴급 방문은 중동 '저항의 축'의 주축인 이란이 지난 1일 이스라엘에 탄도 미사일 약 180발을 쏘며 대규모 공습을 가한 후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설 것이라 천명한 가운데 이뤄졌다. 이란 고위 관리가 레바논을 찾은 것은 지난달 27일 이스라엘군의 베이루트 공습으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사망한 이후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3일 '북쪽의 화살' 작전 개시를 선언하고 레바논 남부 등에 대규모 공습을 진행해 왔다. 이어 27일에는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를 표적 공습, 살해한 데 이어 30일에는 레바논 남부에 병력을 투입하며 2006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지상전에 돌입했다. 이에 이란은 지난 1일 이스라엘에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야,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와 이란 혁명수비대 작전 부사령관 아바스 닐포루샨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koinwon@newspim.com 2024-10-05 00:09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