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53명 국가직 선발 필기시험 D-2..경쟁률 41대1
카페·페스트푸드점·길거리서도 책 삼매경
5수생 30대 "떨어지면 모든 노력 물거품"
상인들도 "운 좋아야 붙는 시험, 다 잘 됐으면.."
[뉴스핌=황선중 기자] "모의고사 점수만 보면 충분히 합격권이다. 그런데 너무 긴장된다. 무사히 최선을 다하는 게 현실적인 목표다."
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서 만난 김모(27)씨는 담배를 피우며 한숨을 내쉬었다. 토목직 공무원을 준비하는 김씨는 합격의 문 앞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정리한 오답 노트만 세 권이 넘는다"고 말한 김씨는 "이번 시험까지 떨어지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벚꽃이 핀 노량진 학원가 <사진=황선중 기자> |
오는 7일 치러지는 국가직 9급 공무원 필기시험에 20만명이 넘는 응시생이 몰렸다. 총 선발인원은 4953명, 지원자는 20만2978명으로, 41대1의 경쟁률이다. 작년 46.5대1 경쟁률 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20만명 가까운 취준생은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인사처는 "지방공무원, 소방 등 특정직에서 채용인원이 늘어 지원자가 분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량진의 수험생들은 막바지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학원 주변 카페뿐 아니라 패스트푸드점에도 음식을 먹으며 모의고사를 푸는 수험생이 눈에 띈다. 책을 보며 길을 걷는 수험생도 흔히 보인다.
학원 역시 긴장감이 맴돈다. 강의실 문 앞에는 '껌 씹는 소리 조심', '다리 떨지 마시오' 등을 적은 종이가 붙어있다. 잠에서 깨고자 복도에서 공부하거나, 서서 공부하는 학생도 있다.
한 경찰직공무원 학원의 관계자는 "시험이 다가오면 수험생들이 예민해져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험 준비에 한창인 노량진의 한 공무원 학원 <사진=뉴시스> |
수험생끼리도 조심하는 분위기다. 한 학원 수강생은 "주변에 피해를 줄까봐 학원 내에선 더 조심스럽게 행동한다"며 "담배 필 때나 다른 수강생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시험을 앞두고는 학생들이 다 고향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학원 분위기가 더욱 조용해진다"고 덧붙였다.
불안감은 수험생의 가장 큰 적이다. 중소기업 직장인이었던 최모(31)씨는 어느새 5수생이 됐다. "그저 '빨간 날'에 쉬고 싶어서 공무원에 도전했는데, 몇 년째 좋은 소식이 없으니 착잡하다"고 토로했다.
또 "시험에 떨어지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 되는 게 공무원 시험"이라며 "차라리 (중소기업에서) 조금만 더 버텼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직 공무원을 준비하는 이모(30)씨는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게 가장 힘들다"며 "부모님께는 약한 소리 하기 눈치 보이고, 친구들에겐 수많은 공무원시험 준비생 중 한 명일 뿐이다"고 말했다. 이씨는 "올해를 끝으로 떠날 것이다"고 전했다.
마음이 무거운 건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노량진 컵밥거리에서 토스트를 파는 가게 주인은 "학생들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공부하니까 어떨 때 보면 안쓰럽다"라며 "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퇴직 경찰관 출신 봉모(63)씨는 "공무원 시험 자체가 운이 좋아야 붙는 시험"이라며 "수험생에게 충고나 조언보다는 묵묵한 응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휴식을 취하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 <사진=뉴시스> |
국가직 9급 공무원 필기시험은 오는 7일 오전 10시부터 11시 40분까지 진행된다. 수험생은 시험 당일 오전 9시 20분까지 지정된 고사장에 반드시 도착해야 한다. 타 지역이나 타 시험장에서는 응시할 수 없다. 수험생은 응시표와 공공기관이 발행한 신분증, 그리고 컴퓨터용 사인펜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뉴스핌 Newspim] 황선중 기자 (sun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