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철, ‘공천개입’ 박근혜 재판 증인 출석, 현기환 발언 전해
“박근혜, 유승민 배제 위해 대항마 내세워...연설문까지 써줬다”
“朴,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 지정”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자신과 갈등을 겪던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대신 친박 인물을 대항마로 내세우고 당선을 위해 연설문까지 보낸 정황이 공개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김학선 기자 yooksa@ |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이 열린 가운데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근무한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이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은 내용을 증언했다.
신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대구경북 지역 경선에 유 의원의 ‘대항마’를 내세워 친박 세력이 주도권을 장악하도록 경선전략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해 박 전 대통령에게 ‘배신자’로 낙인 찍히는 등 불화를 겪은 바 있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유 의원의 대항마로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을 내세워 여론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2015년 12월까지 지속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지지율을 확인했으나 유 의원이 높게 나왔다.
신 전 비서관에 의하면 박 전 대통령은 이 전 구처장의 지지율이 낮은 이유로 연설을 못하기 때문으로 꼽았다. 신 전 비서관은 “현기환 전 정무수석에게 ‘이 후보가 연설을 못한다’고 지적했다”면서 “아예 친전 형태로 A4 3~4장 분량의 이 후보의 연설문을 내려보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신 전 비서관은 당시 현 전 수석이 자신에게 해당 연설문을 꺼내 흔들면서 “이거 봐라. ‘할매’(박 전 대통령)가 직접 연설문 보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자신의 위치가 연설문을 볼 수 없는 곳이어서 내용 확인은 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재만 후보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았고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해당 지역구를 이 후보로 ‘단수 공천’했다. 당시 김무성 대표는 이를 거부해 이른바 ‘옥쇄 파동’이 발생했다.
청와대가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에도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다.
신 전 비서관은 2016년 초 자신과 현 전 수석, 최경환·윤상현 의원과 정기적으로 만나 총선 전략을 논의했다고 했다. 여기서 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이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이한구로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여론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전체 선거전략자료를 수시로 보고 받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현 전 수석이 보고 후 자신에게 대통령의 반응을 설명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재판은 박 전 대통령이 지난 기일에 이어 불출석 의사를 밝힘에 따라 당사자 없이 궐석 재판으로 진행됐다.
박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 장지혜 변호사는 지난달 16일 공판준비기일에서 박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하도록 지시하거나 승인한 적 없고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