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이번 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처음으로 항공편을 이용해 외교길에 나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하기 위해 중국 다롄까지 전용기를 이용했는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대비한 시운전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배제한 만큼 현재로서는 싱가포르가 유력하다. 장소 선정에 있어 김 위원장이 이동 가능한 거리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3월 베이징을 방문할 때 김 위원장은 기차를 탔고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때는 자동차로 판문점까지 이동했다.
북한 방송에 나타난 영상과 사진에서는 김 위원장이 비행기에 탄 모습이 종종 나타나지만, 6년이 넘는 기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외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 주 다롄 방문이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김 위원장은 짐이 많았다.
김 위원장의 다롄 방문에는 러시아 여객기 일류신(Ilyushin·IL)-62로 알려진 전용기인 참매 1호 외에도 고려항공(Air Koryo) 소속 화물기인 IL-76도 동원됐다. 화물기는 전용 차량을 운반하기 위해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언론에 노출된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을 만날 때 다임러AG의 마이바흐로 보이는 검정색 세단을 타고 나타났다. 이 차량은 보통 2722kg 정도 되는데, 의전 차량은 방탄 등 장치로 인해 더 무거워진다.
다임러 대변인은 대북 수출 엠바고를 엄격히 지키고 있지만 제3자가 북한에 다임러 차량을 판매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다며, “마이바흐가 어떻게 북한에서 사용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밤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전용 차량을 타고 북으로 돌아가고 있다. 2018.4.27 |
김 위원장의 전용기는 최대 1만㎞ 까지 운항이 가능하지만, 노후돼 5000㎞ 이상의 비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평양에서 싱가포르까지 거리는 약 4700km이므로 싱가포르까지는 경유하지 않고 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전용기는 장거리 비행에 나선 적이 없기 때문에 평양에서는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항공산업 매체인 플라이트글로벌의 그렉 월드론 에디터는 “정비만 잘 돼 있다면 싱가포르까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싱가포르까지는 중국과 베트남 등의 공항이 중간에 위치해 있어 긴급 상황 시 연료를 보충하거나 항로를 변경하기가 용이하다. 혹여 김 위원장의 전용기가 비행에 적합지 않다면 북한은 중국 비행기를 빌릴 수도 있다고 중국 전문가들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측이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이번 주 싱가포르 측과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싱가포르의 역할은 장소와 보안을 제공하는 것뿐이며, 이번 회담은 미국과 북한의 쇼다”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외무부는 관련 사안에 대해 아직 답변하지 않고 있다.
국제 행사 경험이 많은 외교관들은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때에도 10명이 넘는 경호원을 대동한 만큼, 북미정상회담에는 더 많은 수행팀이 따르고 전용 차량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외국을 방문할 때 신변 보호를 위해 전용 열차만을 이용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비행기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 종종 포착됐다. 2014년 북한 방송에서는 김 위원장이 우크라이나 제트기 안토노프-148을 직접 운항 시범까지 하는 모습이 공개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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