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유이(30, 김유진)가 '데릴남편 오작두'로 쌓여왔던 답답함과 갈증을 모두 풀어냈다. 앞만 보고 달려온 그에게 더없는 힐링의 시간이었음은 물론, 자신감도 얻었다.
MBC 주말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 종영 이후 한껏 홀가분해진 유이를 지난 24일 만났다. 그는 "종영 후 인터뷰를 하면서 한껏 업된 상태다. 제 얘기를 들려드릴 기회가 그동안은 많이 없었다"면서 웃었다. 드라마 속 한승주 캐릭터만큼이나 밝은 표정의 유이는 연기하고 울고 웃으며 오히려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버린 듯 했다.
"촬영 끝나고 후련하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아쉬워요. 나중에는 대본이 너무 늦게 나와서 현장이 촉박하게 돌아갔는데 약간 아쉬움이 남죠. 우리끼리는 시즌2 하는 거 아냐 할 정도였어요.(웃음) 결말에서 7년 후가 나왔는데 아직 아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시즌2가 만약에 생긴다면 산골에서 아이 하나 정도는 낳아 길러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길 나눴어요. 순수한 드라마라 너무 힐링받은 시간이었죠."
앞서 김강우가 얘기했듯, '오작두'는 막장이 난무하는 주말 황금시간대에 편성된 무공해 드라마였다. 산골 풍경이 주는 힐링 에너지와 순수한 오작두(김강우) 캐릭터가 전달하는 메시지도 컸다. 유이 역시 한승주 역을 맡아 오랜만에 밝은 역할로 안방에 돌아왔다.
"승주가 걸크러시 매력이 있고 밝고 솔직한 친구예요. 그동안 제가 밝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밝아 보이게 행동하지만, 실제로 밝을 줄을 몰랐어요. 막 30살이 됐을 때 뭔가 개인적으로 타격이 있는 사건이 겹쳐서 좀 무너졌죠. 승주 연기하면서 힐링하고 싶었고, 감독님도 '작두한테 힐링 받아보자'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승주처럼 하고 싶은 거 다 했어요. 막 뛰고 액션 신도 일부러 맞고, 그러면서 저도 밝아진 걸 느껴요. 승주가 가끔 도라이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자신감이 저한테도 좀 오더라고요."
지난해 서른 살을 거쳐오면서, 유이는 전에 없던 울렁증과 압박에 시달리던 때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지금은 정신없이 산골과 도시를 누비는 승주 캐릭터를 완성하면서 많이 극복한 모양이었다. 승주가 방송국에서 PD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거기에서 잃었던 스스로와 삶의 가치를 되찾는 과정이,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던 유이에게도 힘이 됐음이 분명했다.
"이 작품 하면서도 청심환을 엄청 먹었어요.(웃음) 울렁증이란 게 예전엔 전혀 없었는데 언젠가부터 많이 떨리더라고요. 화면에 늘 나서야 하는 사람인데, 누구 앞에서 무슨 말 한 마디 하기가 두려웠죠. 누구도 압박을 안주는데 혼자 힘든 거예요. 사실 바보같은 생각이었죠. 아무도 뭐라고 안하는데. 승주가 산에도 갔다가, 방송국에도 갔다가, 오지랖 넓게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하면서 저도 승주처럼 굴게 됐어요. 많이 울고 웃고, 화내고 하면서 쌓아놨던 거, 참고 견디던 걸 다 풀어낸 것 같아요."
유이가 한승주를 연기하며 그랬듯, '오작두'를 보면서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치유를 받은 이유도 비슷했다. 이 작품에서는 팍팍한 도시와 한없이 느리게 흘러가는 산골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최근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것)'과 관련한 시사점을 던지기도 했다.
"작두 하나 때문에 승주가 산골로 간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승주는 '나는 일만 하고 피해를 주지 않았는데 왜 누가 나를 죽이려 하지? 뭘 잘못했지?' 이런 생각을 했던 거고, 저도 공감했죠. 돈 문제나 일적인 것보다는 가족을 건드린다든가, 개인적인 관계가 틀어지기도 했고요. 그럴 땐 옆에서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아무한테도 소용이 없는 사람같이 느껴져요. 승주한테 작두가 나타난 것처럼, 저한텐 이 작품이 나타난 것 같아요. 이런 기회가 없었으면 이렇게 제 얘기를 들려드릴 수도 없었겠죠. '맨홀' 할 때도 시청률을 떠나서 저 자체가 무기력했어요. 딱 서른 살에 그랬는데 그 시간들이 좀 아쉬워요."
그러면서도 유이는, 김강우가 "나는 산골에서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과 비슷하게 "그렇게 산 속에 있는 남자는 싫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직접 연기한 입장에서, 과연 산골 청정남 오작두에게 승주가 반한 장면이 어디라고 생각하는 지를 물었다.
"개인적으로는 작두가 승주에게 밥을 해주는 신. 겨우 참치 캔 따서 계란 후라이만 해서 준 거긴 한데, 그래도 밥을 차려줘요. 승주가 밖에서 살인사건 용의자가 본인을 겨냥한 것이 아닌지 정말 힘든 일들을 겪고 온 상황이었거든요. 울 신이 아닌데 눈물이 많이 났어요. 산속에서 저런 사람을 데리고 온 게 감동인 거예요. 여자 스태프들은 다 울었대요. 강우 오빠는 그 뒤에 막 계약 조건 얘기하는 부분을 많이 연습했대요. 그래서 왜 그렇게 우냐고 너 때문에 신 망했다고 하기도 하고. 하하. 저는 승주가 그때 오작두한테 마음이 확 가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걸그룹 애프터스쿨로 시작해, 벌써 데뷔 10년차를 맞은 유이. 당시 함께 활동하던 멤버 중 벌써 두 명이 결혼을 했다. 그는 최근에 개인적인 심경의 변화를 겪으며 결혼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음을 고백했다. 덩달아 요즘도 결혼했으면 좋겠다 싶은 순간이 문득 찾아온다고도 말하며 웃었다.
"결혼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하고 싶어졌어요. 저희 친언니도 작년에 결혼을 했거든요. 오작두 같은 남자가 필요할 때가 언제냐고 물으시면, 얘기를 하고 싶은데 누구한테도 말 못할 때. 요즘도 그러나요? 1번에 남자친구를 저장해서 '너무 힘들었다. 누가 뭐라고 했다' 얘기하면 받아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해요. '언제 오냐 배고프다. 밥 먹자' 하고. 부부가 그렇지만은 않겠지만 토닥여주고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거죠. 멤버 언니들이 결혼하고 드레스 입은 거 보니까 또 '예쁘네' 싶고, 어울릴 때 가라는데 그때가 지금인 것 같기도 해요. 근데 있어야 가죠.(웃음) 이 때를 놓치면 한참 뒤에 간대요. 그래서 한참 뒤에 갈 것 같아요."
데뷔 초 건강미와 섹시 아이콘으로 주목받았지만, 유이가 배우로 인정받기 시작한 지는 꽤 오래 됐다. 특히나 여러 편의 주말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으며 격한 감정을 오가는 연기를 보여줬다. 야무지게 해내니, 대중성과 인지도는 저절로 따라왔다. 앞으로도 유이는 긴 호흡의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제는 '로맨스 강자'로 인정받는 것 정도다.
"그동안 주로 긴 호흡의 작품을 해와서 그런지, 쉴 때도 대본을 안 보면 심심하고 허전해요. 또 주말드라마 하고 싶다, 선생님들이랑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작품을 기다려요. 개인적으로 가족이 많이 나오는 따뜻한 드라마를 좋아하거든요. 앞으로는 '유이 어떻다'는 얘기보다 드라마가 재밌단 얘기를 듣고 싶어요. 그런 차기작을 만나는 게 올해의 목표죠. 특히 이번엔 작두랑 승주가 잘 어울린다, 케미가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 정말 좋았어요. 그동안은 상대와 그런 얘길 들어본 적이 별로 없었거든요. 처음으로 멜로 호흡이 좋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 뿌듯했고, 앞으로도 더 많이 로맨스로도 찾아뵙고 싶어요." [사진제공=열음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