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향해 노력'하기로 했을 뿐"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합의는 북한이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신호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소장은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발언에도 불구하고, 모호한 단어로 이뤄진 1페이지 반 분량의 합의문은 그 언어를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기본적으로 북한 핵 프로그램의 "암묵적 승인"을 나타낸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싱가포르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어 그는 "내가 걱정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그의 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계속 약속하고 있는 점"이라며 "갑자기 어느 날 트럼프가 일어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게 되면 그는 폭발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우호적인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 조차 평가를 유보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재단은 "공동 합의문이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향한 작은 발걸음인지, 아니면 다른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신호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러한 우려를 일축하고 나섰다. 비록 합의문에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이라는 단어가 빠지긴 했지만 '완전한'이라는 단어에 이러한 뜻이 전부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2021년까지 비핵화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더라도 통신은 북한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한 것을 제외하고는 양보한 게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완전한 비핵화'는 당초 미국이 동의하지 않았던 언어기도 하지만 북측 역시 바라지 않았던 것이었다. 최대 60개의 핵폭탄과 여러 종류의 미사일 폐기에 대한 시간표도 제시되지 않았다. 수차례 합의를 깨온 북한의 이전 약속보다 약했다는 평가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파키스탄과 인도 같은 다른 핵보유국과 함께 사는 것을 배운 것처럼 일부 분석가는 트럼프가 북한과 함께 살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현재 북한을 제외한 핵보유국으로 알려진 8개 국가 중에서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국제적인 군축 체제' 밖에 있는 국가다. 이들은 핵확산방지조약(NPT)에서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지 않고 있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의 애덤 마운트 선임 연구원은 "공동 합의에서 북한은 군축을 '향해 노력(work toward)'하기로 노력했을 뿐"이라며 "이같은 두 단어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의 언급 부재는 세계 정상들에게 김 위원장이 핵 프로그램 포기를 강요받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북한이 군축을 '향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은 핵 무기가 허용된 5개국을 묶는 언어와 유사하다"며 "북한은 이 언어를 군축 약속을 등한시할 자격이 있는 다른 핵보유국처럼 자신들을 핵 열강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은 북한의 '모델'이 성공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라디오쇼 진행자 '휴 휴이트'와의 인터뷰에서 "핵무기가 없었다면 김정은은 트럼프와 앉아서 협상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이란과 쿠바 같은 국가는 아직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북한처럼 미국을 위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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