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맹계약서 뜯어보니… "점주 이익 보증 없다" 명시
실제 수입을 인건비가 좌우하는 구조는 일본도 마찬가지
[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편의점 가맹점의 생계보장을 위해 최저수익보장제를 확대하라는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는 일본 편의점 업계와 비교하는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고, 새롭게 출범한 민생연석회의는 최저수익보장제를 5대 의제로 포함시켰다.
일본 편의점의 경우 15년 계약 기간 중 12년간 연 2000만엔의 최저수익을 보장하는데, 한국 편의점은 보장 기간과 규모가 이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게 지적의 핵심이다. 그러나 의원들의 일본의 제도를 오해하고 있다는 반발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 일본 편의점 계약서, '점주 이익 보증 없다' 명시
과연 최저수익보장제로 가맹점주의 생존권 보호가 가능할까. 세븐&아이홀딩스의 가맹계약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일본 세븐일레븐의 가맹형태는 점포의 건물과 토지를 점주가 직접 보유하는 A타입과 가맹본부가 지원하는 C타입으로 나뉜다.
A타입의 경우 24시간 운영점포의 총수입이 연 2200만엔, C타입의 경우 2000만엔에 못 미칠 경우 차액을 보전해 준다. 이 지원책이 바로 ‘최저보증제도(最低保証制度)’다.
그러나 최저보증제도는 엄밀히 말하면 최저수익보장제가 아니다. 실제로 가맹계약서에는 ‘최저보증금액은 점주의 총수입(収入)의 최소 금액을 보증하는 것으로, 점주의 이익(利益)을 보증하는 것은 없다’고 명기돼 있다. 최저보증제도가 점주의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일본 세븐일레븐 가맹계약 C타입 최저보증제도. '가맹점주의 총수입을 보증하는 것으로 수익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자료=일본 프랜차이즈협회] |
지원 금액의 기준이 되는 총수입은 매출총이익(매출액-매출원가)에서 가맹수수료(로열티)를 제한 금액이다. 일본 세븐일레븐의 로열티는 A타입은 45%, C타입은 매출 구간별로 56~76%(24시간 점포 2%p 할인)에 달한다.
세븐일레븐 계약서상 C타입의 한 달(30일 기준) 최저보증액은 164만4000엔이다. 여기서 인건비와 수도광열비, 폐기손실비용, 각종 운영비를 제한 금액이 가맹점주가 실제로 가져가는 월 수입이다.
일본 도심의 편의점 최저시급은 1000엔 수준이다. 24시간 운영점포는 한 달 인건비로 최소 72만엔이 지불된다. 대형 점포 위주의 일본 편의점 특성상 2~3명의 파트타이머를 고용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점주 본인의 근무시간을 제한다 해도 월 100만엔 이하로 인건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월평균 광열비 7만엔(35만엔 중 80% 본사부담), 폐기·손실비용 25만엔(30만엔 중 15% 본사부담)과 비품 등 기타운영비 10만엔 등을 감안하면 월 22만엔(약 220만원) 정도가 점주가 가져가는 순수익이다. A타입의 경우 한 달 최저보증액이 181만엔이지만 대형 점포 위주인 만큼 임대료가 만만치 않다.
◆ 매출 이익이 최저보증금 규모 초과하면 본사가 보증금액 회수
일본 세븐일레븐 가맹계약 A타입 가맹수수료 정책(위)과 C타입 가맹수수료 정책[자료=일본 프랜차이즈협회] |
결국 인건비가 늘어날 경우 실질 소득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일본 편의점 역시 실제 수입은 본사의 지원 규모가 아닌 인건비가 좌우하는 셈이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의 최저보증제도는 어디까지나 점포의 경영을 지속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안전장치 중 하나이며 점주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물론 무분별한 출점을 방지하고 완충장치 역할은 할 수 있겠지만, 점포 경영은 이어갈 수 있더라도 점주의 생계는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최저보증제도가 가맹점 생존권 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국감에서 “일본 편의점 역시 과거 80~90년대에 과도한 출점으로 인해 본사는 이익을 보는 반면 점주들은 피눈물 나는 경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며 “그 때 찾아낸 상생방안이 바로 최저수익보장제”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저보증제는 1963년 미국 사우스랜드사가 세븐일레븐 프랜차이즈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최초로 도입한 제도다. 생소한 가맹사업 모델을 연착륙시키기 위한 유인책의 일환으로, 상생 지원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한국 세븐일레븐 가맹점[사진=뉴스핌] |
또한 매출이익이 늘어 최저보증금액을 초과할 경우 가맹본부는 과거 보증해준 금액을 다시 회수해 간다. 최저수입보장으로 지원한 비용을 회수하지 않는 한국과는 다른 점이다.
생계 안정성 측면에서 봤을 때 일본 편의점이 국내보다 낫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국의 경우 가맹사업법 제13조에 따라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의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가 없다. 반면 일본은 이 같은 규제 법안이 없어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본사는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의 편의점 시스템은 비슷하지만 분명 다른 부분도 존재한다. 각자의 장단점이 있는데 이를 무시한 채 한쪽을 일방적으로 따른다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며, “체력이 다른데 같은 옷을 입게 할 순 없다. 결국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겠느냐”고 고충을 토로했다.
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