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북한이 20일 남북 9·19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10개 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해 동시 폭파를 진행한 것은 한국이 북한과 관계에 있어 '새로운 시대'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북·미 관계 개선도는 이에 상응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 미국이 북한을 좀 믿었으면 하는 바람인 반면, 북·미간 신뢰 구축은 삐딱선을 타고 있다는 의견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워싱턴포스트(WP)는 '시간이 가면서 한국은 미국에 북한에 대한 맹신(盲信)을 바라다'란 제목의 사설을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사설을 쓴 사이몬 데니어 WP 일본 도쿄 지부장은 6월 북·미 정상회담이 있고 5개월이 지난 지금, 북·미 관계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진단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간 고위급 회담이 취소됐고, 미국은 한국과 소규모 합동군사훈련을 재개했으며 북한 언론은 미국이 제재 완화를 하지 않으면 핵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상황이다.
북한은 미국과 관계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아직 보지 못한 것 같아 좌절하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핵 무기를 포기해야 제재 완화를 논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북한 관영 웹사이트 '조선의 오늘'은 미국의 완고한 태도에 대해 "위협하고, 강압적이며 야만적인 중세시대적 전술"이라며 "비논리적인 전술은 통하지 않는다"고 썼다.
한국은 미국에 대놓고 비난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미국이 북한을 겨냥한 "바늘(제재)"을 거두고 북한과 신뢰구축에 나서길 바라고 있다. 과거 남북 협상을 이끈 바 있는 국회 외통위 민주당 간사, 이수혁 의원은 "불신임이 지속되는 한, 미국과 한국은 악순환을 반복할 뿐이다. 미국이 어떠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있길 정말 바란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와 북한의 비핵화에 있어 한·미가 근본적인 의견차가 존재한다고 데니어 코멘테이터는 꼬집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對)북 "최대 압박" 기조를 놓지 않을 기세고 청와대는 한·미 정상들의 공동 노력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우호적인 손길을 내밀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이견차에서 비핵화 협상 진전에 불화를 낳는다는 진단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최근 NBC뉴스에 북한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핵과 무기 시설을 폐쇄하고 미국 사찰단을 북한에 들이는 등 "검증 가능한" 계획을 내놓는 것이 "전적으로 긴요하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 결과를 봐야할 필요가 있다"며 재촉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한미워킹그룹의 기능이 어느 한 쪽이 상대방이 인지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단독행동을 저지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비핵화 단계가 남북관계 진전보다 뒤처져선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은 미국이 북한에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길 원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미국인의 북한 방문을 금지시하는 행정명령을 연장했고 미국 인도주의적 구호 단체의 북한 방문도 막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국이 북한과 제재 완화를 논의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 엇갈린다. 존 델루리 연세대 국제학 부교수는 "모래성 모래 조금이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앞에는 큰 파도가 기다리고 있다"고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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