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미군기지 이전문제와 관련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오키나와(沖縄)현의 의견 대립이 다시 한번 선명하게 드러났다.
2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전날 오키나와에서 열린 전몰자 추도식엔 아베 총리와 다마키 데니(玉城デニー) 오키나와현 지사가 참석했다. 다마키 지사는 헤노코(辺野古)기지 이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반면 아베 총리는 기지 이전 문제 언급을 피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선 일부 주민들이 아베 총리의 인사말에 야유를 보내는 등 소동도 있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왼쪽) 일본 총리와 다마키 데니(玉城デニー·오른쪽) 오키나와(沖縄)현 지사가 23일 오키나와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전몰자추도식에 참석했다.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부끄러운 줄 알아라" "돌아가" "거짓말뿐"
전몰자 추도식이 열린 23일 오키나와현 평화기념공원에서 아베 총리가 인사말에 나서자, 조용하던 행사장에 야유가 나왔다. 아베 총리는 "오키나와의 기지부담 경감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기지 이전 문제와 관련해 '오키나와와 발 맞추겠다'고 해왔지만, 직접 방문한 건 지난해 위령의 날 이래 1년만이었다. 인사말 내용도 지난해와 거의 같았다. 해당 행사에 참석했던 오키나와현 출신의 한 국회의원은 "총리에게 직접 분노를 표현할 수 있는 장소는 여기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마키 지사도 행사를 마친 후 "조용한 가운데에서 (행사가) 진행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양한 생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마키 지사는 이번 행사 평화선언을 통해 헤노코 이전 중단을 요구하며, 오키나와가 전쟁 후 74년에 걸쳐 과중한 기지 부담을 강요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2월 주민투표에서 70%가 넘는 주민이 이전공사에 반대의사를 드러냈던 일을 언급하며, 대화에 따른 해결도 강조했다.
다마키 지사는 이날 행사에서 역대 지사들과는 다르게 오키나와 방언과 영어도 활용해 말했다. 신문은 다마키 지사가 "오키나와의 일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하기 때문"이라며 "아베 총리의 인사말과는 달리 주민들로부터 몇번이고 박수가 나왔다" 전했다.
다만 그의 노력과는 별개로 헤노코 이전 문제는 해결 전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오키나와현의 매립승인 철회는 지난 4월 국토교통상에 의해 취소됐다. 오키나와현 측은 7월에 항고소송에 나설 계획이지만, 지금까지 헤노코 관련 소송에서 현 측이 승리한 적은 없다.
다마키 지사는 민의에 기댄다는 방침으로, 오키나와 외에도 본토의 국민들을 향해서도 미군기지 문제를 홍보할 방침이다. 현 측은 일본 전국 주요도시에서 강연을 진행하는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아베 총리, 주민 민의 '무시' 계속돼
아베 총리와 오키나와현 측이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베 총리와 다마키 지사는 지난해 10월 이후 약 반년 간 4번에 걸쳐 회담을 나눴다. 전임지사였던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지사가 4년 간 4번 회담을 가진 것에 비교하면 빈도가 급증했다.
하지만 회담을 해도 변화는 없다. 한 총리관저 간부는 "무슨 일이 있으면 항의 형태로 곧장 오지만 하는 얘기엔 변함이 없다"고 냉담한 반응이었다. 신문은 "지사선거, 주민선거, 중의원 보결선거를 거쳐 드러난 '민의'를 무시하는 자세를 바꿀 생각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추도식에서 기자단에 '민의'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그는 "헤노코 이전은 기지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존 설명을 반복했다.
되레 아베 총리 측은 후텐마(普天間) 미군 비행장이 철거되고 남는 부지를 어떻게 이용할지에 대해 힘을 쏟고 있다. 이용 방안을 통해 '헤노코 매립' 이미지를 바꾸려는 노림수다.
지난 20일 열린 '기지 철거지 미래에 관한 간담회' 첫 모임에는 일본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요시모토흥업(吉本興業) 회장이 참석했다. 그는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를 통해 '세계 최고의 섬을 만든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2021년 9월 자민당 총재 임기를 마친다. 아베 정권의 한 간부는 "지금 정권에서 헤노코 이전의 길이 마련돼 잘됐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헤노코 이전 부지의 연약지반 공사는 지금부터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 대한 자민당 내부 조사에서 오키나와 선거는 열세로 분류된다. 정부와 현의 대립이 계속되면 공사 진행도 장담할 수 없다.
신문은 "아베 총리 주변에선 '토사 투입은 아베 정권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공사를 계속 이어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흘러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中 특별교역국 박탈 가능성"[서울=뉴스핌] 박공식 기자 =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자존심을 건 관세전쟁이 계속 고조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부여한 특별교역국(PNTR:Permanent Normal Trade Relations, 영구정상교역관계) 지위까지 박탈해 중국에 대한 관세를 평균 61%까지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무역전문가들을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1월20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에게 중국의 특별교역국 지위와 관련한 입법적 조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PNTR은 이전 '최혜국대우(most-favored-nation treatment)'로 불려진 것으로, 관세와 항해 등 양국간 관계에서 제3국에 부여한 조건보다 절대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하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교역의 일반원칙으로 지지하고 있다. 미국은 2000년 중국의 WTO 가입 전 중국에 PNTR 지위를 부여했다. 이후 중국의 대미수출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PNTR 지위 재검토 지시 이후 존 물레나 공화당 의원과 톰 스워지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23일 하원에 공정무역복원법안(Restoring Trade Fairness Act)을 공동발의했다. 물레나 의원은 하원 중국관련특별위원회의 공화당 의장을 맡고 있다.
상원에도 동시 발의된 법안은 중국과 정상교역 관계를 중단하고 관세를 5년간 35~100% 수준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슷한 법안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의회에서 발의됐지만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해 폐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무역 전문가들은 민주 공화 양당 지지가 점점 확산돼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짐 루이스 부소장은 중국이 글로벌 무역규칙을 따르지 않아 PNTR 지위가 박탈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트럼프는 중국과 어떤 거래를 할수 있을지 지켜보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기업 컨설턴트와 법률가는 거래 기업들이 중국의 PNTR 지위 상실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급망을 중국 바깥(제3국)으로 이전하거나 외국인 직원을 귀국시키고 중국내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있다고 했다. 추가 관세 부담을 전가하기 위해 납품 계약 조건을 재협상하는 기업도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무역단체인 미중무역위원회(USCBC:U.S.-China Business Council)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PNTR 지위를 상실하면 연료를 제외한 모든 중국산 제품은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했더라도 관세가 현재 19%에서 평균 61%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USCBC는 "중국에 대한 PNTR 지위 박탈은 중국의 무역 관행을 바꾸는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으며 미국이 가진 다른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현지시간 2월4일 0시1분을 기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10%가 발효되자 중국도 즉각 보복 관세 조치로 맞섰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최대 6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한편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선임연구원 데렉 시저스는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없이는 PNTR 취소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미국과 정상적 교역국 지위를 가지지 못한 나라는 쿠바와 북한, 벨라루스, 러시아 등 4개국 뿐이다.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항구에 접근하는 콘테이너 화물선 [사진=로이터]
kongsikpark@newspim.com2025-02-06 13:54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 '유리기판'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판 기술로 '유리기판'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FC-BGA(Flip-Chip Ball Grid Array) 기판은 플라스틱 재질로 제작돼 대면적 적용 시 휨 발생과 평탄성 저하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PLP(패널 레벨 패키징) 및 유리기판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6일 반도체 업계에서는 유리기판이 반도체 패키징의 한계를 넘어설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유기 소재 대신 유리를 사용함으로써 수율 문제와 패턴 왜곡 현상을 해결하고, 이론적으로는 칩의 패키징 두께를 최대 4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유리 기판 시장 규모는 지난 2023년 71억달러(약 10조 3063억원)에서 오는 2028년 84억 달러(12조 1934억원)로 18%가량 고속 성장이 전망된다. AI 등 차세대 기술 활용을 위해 고성능 메모리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 등 반도체 패키징 기술의 중요도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관련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챗GPT가 그린 유리기판의 모습. [사진=챗GPT]
국내 기업들도 유리 기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SKC는 CES 2025에서 유리 기판을 선보였으며, 자회사 앱솔릭스(Absolics)는 연간 7만2000㎡ 규모의 제2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또한 유리 기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스닥 상장사 나인테크도 FO-PLP 및 유리기판 관련 장비 개발을 완료했다. 나인테크는 열팽창 계수의 변화에 따른 기판의 휨 현상을 핸들링하고, 기판 두께가 얇아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장비 개발 및 테스트를 완료했으며, 향후 수요에 대비해 생산 시설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나인테크는 지난 3년간 FO-PLP에 적용되는 모든 WET STATION 장비를 해외 반도체 회사와 글라스 코어기판 회사에 납품해왔다. 과거 레퍼런스와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생산 시설까지 증설된다면 유리 기판 관련 매출 역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인테크 관계자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PLP 장비 납품 경험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여 반도체 패키징 공정을 선도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아낌없는 R&D 투자를 통해 PLP 및 유리기판이 상용화되는 시점에 나인테크가 우뚝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nylee54@newspim.com2025-02-06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