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이우영 회장 상대 소유권이전 소송서 대부분 원심 인용
소송 대상 138 필지 중 하나만 국가 귀속 판단
[서울=뉴스핌] 이보람 고홍주 기자 = 정부가 ‘친일파’ 이해승의 후손을 상대로 제기한 재산환수 소송 항소심에서도 사실상 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김용빈 부장판사)는 26일 국가가 이해승 손자 이우영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 대부분을 인용했다.
다만 원심 판결 가운데 일부를 깨고 토지 1필지를 국가에 이전하라고 선고했다. 또 이 회장이 이미 매각한 토지 대금 약 3억5000여만원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환수 대상이 된 필지는 소송 대상이 된 138 필지 가운데 하나로 충북 괴산군에 있는 수로 4㎡에 해당한다.
나머지 토지에 대해서는 원심과 동일하게 이미 확정된 판결의 소송 대상이었으므로 개정 법 부칙에 따라 국가 귀속 의무가 없는 친일재산귀속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 로고 /이형석 기자 leehs@ |
이 회장은 지난 2007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은 자’라고 판단해 반민족행위자로 지목한 이해승의 손자다. 그는 당시 시가 약 300억원에 해당하는 땅 192 필지를 국가에 환수당했으나 이후 행정소송을 통해 3년 만에 이를 되돌려 받았다.
당시 법원은 ‘이해승은 한일 합병의 공이 아니라 황실의 종친이라 작위를 받은 것이고 관련 필지도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한 재산이 아니다’라는 이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여 이같이 판단했다.
2011년 관련법이 개정돼 친일파 판단 기준에서 ‘한일 합병의 공’이라는 부분이 삭제됐고 정부 역시 토지 소유권을 돌려받겠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재산 귀속 대상에 대한 법 개정은 이뤄졌으나 이미 확정판결에 의해 국가귀속결정의 대상이 된 부분에 대해서는 친일재산귀속법 개정 규정이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 역시 이같은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같은 판결이 나오자 이번 소송의 정부 측 보조참가신청인인 광복회 측 소송대리인 정철승 변호사는 “최종심인 대법원이 국가와 사회의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워주길 간곡히 호소한다”며 즉각 상고 의사를 밝혔다.
정 변호사는 또 “거물 친일파는 단죄되지 않는다는 70여 년 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의 실패를 떠올리게 하는 참담한 판결”이라며 “친일재산귀속법과 그 개정법률의 취지가 친일파 후손들에게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 아닐텐데 재판부가 부당한 판결을 내렸다. 순국선열들께 고개를 들 수 없는 참괴한 판결이 내려져서 개탄스럽다”고 반응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