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지난 5월 10일 이후 2개월여 만에 미중 무역 협상단이 대면협상을 재개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끄는 미국 협상팀이 오는 29일(현지시간)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의 보도가 사실일 경우 중국 정책자들이 여름휴가를 떠나기 전 협상의 얼개라도 마련하자는 양측 정부의 의지로 볼 수 있다.
몇 주간 양측 협상팀은 두 차례 전화통화를 통해 대화에 나섰다. 지난 9일에 이어 18일 양측은 두번째 통화를 했고 USTR은 빠른 시일 내 대면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29일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열린 미중정상회담에서 마주 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양국 대면협상 재개 소식이 나왔지만 손에 쥘 만한 성과가 나올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미중 협상단은 지난 5월 11차 협상에서 지식재산권 절도와 구조개혁, 정부 보조금 철폐 등을 포함한 초안에 합의를 이루지 못해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따라서 양측이 이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협상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미국 의회가 연방기금으로 중국산 전기버스와 철도 차량 구입 금지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협상 진전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 거래 허가'-'美 농산물 구매'에 논의 초점
미국과 중국은 최근 화웨이 거래 허가와 미국산 농산물 구매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해왔다. 미중은 중국 경제구조 개혁과 정부 보조금 지급 등 풀기 어려운 문제들은 잠시 제쳐두고 양국 정부가 원하는 카드를 맞교환하는 형식의 협상을 진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으로부터 원하는 요구사항은 미국산 농산물 구매 재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남을 가진 이후 중국에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압박해왔는데 이는 내년 대선을 염두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장기화된 미중 무역 분쟁의 영향으로 미국 농가 경제의 피해가 커지자 대선을 앞두고 농촌지역 내 지지율 하락을 우려해왔다.
지난 21일 중국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반가워 할만한 소식이 나왔다. 중국 국영 매체인 신화통신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 수출업체들에 농산물 수입 가격을 문의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또한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가 전문가를 모아 기업들의 관세 제외 신청을 심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이 농산물 수입을 행동을 옮기지 않은 상황에서 낙관은 이르다는 진단도 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농산물을 더 많이 구매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그 문이 얼마나 열려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화웨이 거래 허가는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에 따른 맞교환 카드로 여겨진다.
화웨이는 그간 미중 무역 분쟁의 중심에 서서 미 정부의 압박을 직접적으로 받아왔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를 국가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선언했다. 또한 중국 정부가 화웨이를 통해 서방을 감시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동맹국들에 화웨이 보이콧 동참을 촉구했다.
지난 5월 16일에는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와 화웨이 계열사 68곳을 거래 제한 목록에 올려 미국 기업들에 이들과 거래를 금지했고 구글과 인텔, 퀄컴 등은 화웨이에 부품 공급을 중단했다. 다만 미 기업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기존 화웨이 제품 부품에 대해서만 90일간 유예조치를 내렸다.
중국은 화웨이 보이콧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후시진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편집장은 23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화웨이 제재를 풀지 않으면 무역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웨이 거래 규제와 관련한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7개 정보기술(IT)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의 백악관 회동에서 "제때"(timely) 화웨이 거래 허가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에 동의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CEO들이 로스 장관에게 화웨이 거래 정책과 관련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 않은 것에 불만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산 농산물 구매와 마찬가지로 화웨이 거래 허가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미 의회에서는 화웨이가 국가 안보적 위협될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한 가운데 화웨이가 북한의 상업용 무선통신망을 비밀리에 지원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가 나온 이후 이같은 우려는 더우 증폭했다.
WP는 지난 22일 보도를 통해 화웨이가 최소 8년에 걸쳐 중국 국영기업인 '판다 인터내셔널 정보기술'과 협력해 북한의 무선 네트워크 건설 및 유지, 운영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이에 북한에 사업체가 없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을 확인하겠다는데 그쳤지만 상원의원들은 사실일 경우 화웨이에 더 강력한 조치를 해야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표했다.
릭 스콧(민주·플로리다) 상원의원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보도 이후 "(미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하지 않겠다는 계획에 대한 의회 내 지지가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
화웨이 로고 [사진=바이두] |
◆중국 통상시스템 개혁 논의 없이는 실질적 성과 기대 어려워
미중 대면협상을 앞두고 미 의회에서는 중국산 교통수단 규제 움직임이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미 의회가 연방 기금으로 중국산 전기버스와 철도차량을 구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중국산 교통수단 규제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보조금을 지급받은 중국 업체들로부터 미국의 경쟁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중국 정부가 중국산 교통수단에 달린 카메라나 위치 추적기를 포함한 각종 장비로 스파이 행위를 할 수 있다며 중국 물품의 안보적 위험성을 제기했다.
더욱이 양측 협상의 발목을 잡았던 구조적 이슈인 중국 통상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은 가운데 미국의 화웨이 거래 허가나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와 같은 조치는 미봉책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경제 구조 개혁에 대한 미국 측 요구와 수입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 철폐에 대한 중국 측 요구가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1일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양국이 휴전에 합의한 이후 150페이지에 이르는 합의 초안을 마련했을 당시, 합의안에는 중국의 통상 시스템 개혁과 지재권 침해에 대한 해법, 보조금 제도 폐지 등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 사항이 포함됐다.
이후 5월 양국은 미국 워싱턴에서 협상에 나섰으나 중국이 자국법 개정이 수반되는 지재권 관련 합의 등에서 태도를 돌연 바꾸면서 협상이 중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비난하며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했다.
결국 양국의 무역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 내용을 다루지 않고서는 무역 협상은 피상적 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외신들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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