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집배원 근무하다 명예퇴직…퇴직한 날 수사개시 통보
1심 “명퇴수당 취소 안돼” → 2심 “취소 가능”…대법, 승소 취지 파기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공무원이 명예퇴직한 후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는 사실만으로 명예퇴직 수당 지급을 취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집배원으로 근무하다 명예퇴직한 금모 씨가 우정사업본부장과 경북영주우체국장을 상대로 낸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취소 처분취소소송 등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대법은 “단순히 조사·수사를 받게 됐다는 사정만으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이 취소된다면, 실제로 어떠한 비위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경우에 그가 입게 될 손해는 단순히 명예퇴직수당 제도의 효율적 운용이라는 공익과 비교하더라도 훨씬 더 클 수 있다”며 “‘수사나 조사 진행 중’이라는 잠정적 사유를 이유로 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취소 관련 규정의 해석에는 엄격해석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28년간 집배원으로 근무했던 금 씨는 2014년 10월 우편물을 배달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전치 7주의 상해를 입고 같은 해 11월 3일 명예퇴직원을 제출했다. 우정사업본부는 같은 해 12월 5일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금 씨를 정기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로 선정했고, 금 씨가 소속돼 있던 영주우체국은 이를 근거로 금 씨를 특별승진시킨 뒤 12월 31일 오전 0시자로 의원면직 처분했다.
하지만 금 씨는 공교롭게도 의원면직된 날 폭행 혐의로 수사가 개시됐다는 통보를 받았고, 명예퇴직수당 지급과 명예퇴직 취소처분을 받았다. 이후 최종적으로 불기소된 금 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18.11.20 kilroy023@newspim.com |
1심 재판부는 금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금 씨의 경우는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한 후 이를 환수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동일하고, 명예퇴직수당 환수의 경우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때 등 엄격하게 그 요건을 정하고 있다”며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원고가 입을 불이익을 비교함에 있어서 명예퇴직수당 환수의 요건에 상응하는 정도의 사유가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는데, 원고에게는 명예퇴직수당 환수의 요건에 상응하는 비위행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어 “명예퇴직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을 취소하도록 한 부분은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개인의 재산권 등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이라는 사유가 명예퇴직수당 지급신청기간 이후부터 명예퇴직일까지의 기간 중에 발생하면 지급대상자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결정 취소가 가능한 시기가 명예퇴직수당 지급신청기간 이후부터 명예퇴직일까지의 기간으로 한정된다는 뜻으로 새길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고 원심을 뒤집었다.
대법은 원심이 법리를 오해했다며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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