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후 추가협상' 北 무응답으로 사실상 무산
북미대화 열려도 '새로운 셈법' 없어 "협상채널 바꿔야"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지난 5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실무협상 '노 딜' 이후 스웨덴이 제안했던 '2주 내 북미대화 재개'는 북한의 무응답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 문제를 우선 논의할 수 있다는 미국의 발언에도 북한은 고자세를 유지하고 있어 북미 협상 채널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이 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안보 이해를 고려할 것"이라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미국의 (체제) 보장을 성공적으로 맞교환하는 데 미국이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
◆"대화 의지 강조했지만 체제 보장 쉽지 않아"
스틸웰 차관보는 청문회 출석에 앞서 제출한 서면자료에서 "미국은 싱가포르 공동선언의 4개항 각각에 대해 북한과 건설적인 논의를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과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을 뜻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체제 안전 보장은 북한이 제재 완화와 함께 미국에 요구하는 사안이다. 북한 외무성은 실무협상 결렬 다음날인 지난 6일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역겨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스틸웰 차관보의 발언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한 의미는 있으나 북한의 태도를 당장 바꾸기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 입장에선 '창의적 아이디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8일 "미국은 자신들의 기조를 계속 강조하고 있는데 새로운 셈법을 내놓아야 북미 대화가 진전될 수 있다"며 "체제 보장을 한다고 해도 수교, 평화협정 등 제재 완화보다 더욱 어려운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향후 북미 협상 전망에 대해 "북한은 실무회담을 정상회담으로 가는 요식행위로 보고 미국은 실무·정상회담을 큰 틀에선 별개로 본다는 차이가 있다"며 "북미 간 물밑에서 대화가 있을 것 같은데 실무회담을 1,2차례 열고 정상회담으로 가는 절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미국에게 제시한 비핵화 조치가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영변 핵시설을 내놓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2000년 조명록처럼 고위급 인사 나서야"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를 어느 정도까지 요구하느냐가 중요한데 북한은 지금까지 한 조치만으로도 미국이 대응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며 "실질적인 핵폐기를 요구하면 지금 북한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소장은 "북미 대화가 열리더라도 싱가포르 회담과 같이 상징적·형식적인 내용은 나올 수 있지만 북한은 분명한 조치를 받고 싶어하기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이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사안들에 대해 포괄적인 협상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북미 협상 채널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선희 제1부상을 필두로 북한의 대미 협상을 주도하는 외무성 라인이 충분한 협상 능력도, 내부 영향력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군부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외무성 관료들이 아니라 과거 강력한 추진력으로 군부 개혁을 진행했던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비핵화 협상을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2000년 10월에 조명록 당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미국에 가서 회담했는데 급이 비슷한 최룡해가 가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회담해야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명록은 미국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해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과 연쇄회담을 가졌고,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위한 '북미 공동 커뮤니케'에 합의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도 추진됐으나 이후 미 대선에서 조지 W 부시가 당선되면서 북미 관계는 다시 악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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