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보니 죽은아들 얼굴 떠올라"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1년여 만에 다시 광주 땅을 밟자 5·18 유족들과 광주 시민들은 "그날의 악몽이 다시 떠오른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故(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이날 광주지법에 출두한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시민들은 "단 하루라도 구속되는 모습, 처벌받는 모습을 보고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할아버지 손을 잡고 함께 법원에 온 이해솔(12) 양은 "할아버지한테 옛날 광주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오늘 전두환 아저씨 얼굴을 보러 가자고 졸라 함께 왔다"며 "사람들한테 나쁜 짓을 하고도 사과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두환 동상을 뿅망치로 때려줬다"고 말했다.
[광주=뉴스핌] 이형석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형사재판일인 27일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오월 어머니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외치며 흐느끼고 있다. 2020.04.27 leehs@newspim.com |
5·18 단체 회원 김양숙(86) 씨는 "지금도 눈을 감으면 지옥같던 그날이 생생하게 떠오른다"며 "오늘 전두환 얼굴을 보니 죽은 아들 얼굴도 생각나고 화가 치밀고 가슴이 아프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살인마 처벌이 정의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던 최영석(63) 씨는 "오늘도 전두환은 사과하지 앟았고 오히려 아주 당당한 모습으로 법원에 들어가더라"며 "적어도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라면 학살자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하는 모습을 광주 시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성토했다.
대학생 양모(21) 씨는 "5·18 민주화 운동을 직접 겪은 건 아니지만 그날의 상처는 광주에서 현재진행형인 것 같다"며 "전두환에게 항의하기 위해 소복까지 입고 법원에서 시위하는 할머님들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법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7) 씨는 "광주에서 고개 뻣뻣이 들고 있는 전두환 모습을 볼 때마다 '최소한의 양심마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며 "적어도 광주 시민에게 전두환은 전 대통령이 아니라 살인마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는 등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재판에 출두했다.
전 전 대통령은 "왜 책임지지 않느냐", "이렇게나 많은 죄를 짓고도 왜 반성하지 않는가",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는가"라고 묻는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법원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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