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는 반발…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우려
보험사가 질병정보 이용해 보험금 거절 등도 지적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의료계 반대로 11년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의료계는 보험금 청구절차가 간소화될 경우 환자의 질병 정보가 보험사에 유리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가결하고 있다. 2020.08.04 leehs@newspim.com |
의료계는 간소화 절차가 도입될 경우 보험사가 환자의 질병 정보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고액의 진료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 보험사가 간소화 절차를 통해 얻은 질병 정보를 이용해 '병력 고지 의무 위반'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등이다.
아울러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중계기관을 통해 보험사에 넘어가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등 지적도 있다. 전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거나 이를 전문 중계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의료정보가 새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유력한 중계기관 후보로 꼽히는 곳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라는 점도 의료계 불안을 키우고 있다.
심평원은 건강보험 적용 급여항목 진료의 적정 여부를 심사하고 필요한 경우 의료수가를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의료계는 심평원에 국민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정보가 모이게 되면 데이터 관리가 용이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상대적으로 수익이 되는 비급여 진료 가격에 통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
그러나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가 이뤄질 경우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편익은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소비자 대부분은 소액의 진료금액으로 복잡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절차를 거치는 것을 꺼려왔다.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2018년 12월 한국갤럽에 의뢰해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미청구 비율은 47.5%에 달했다. '진료금액이 소액'이라는 이유가 73.3%로 가장 많았고 이어 '병원 방문이 귀찮고 시간이 없다'가 44%, '징빙서류를 보내는 것이 귀찮다'가 30.7% 순이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 같은 불편함은 해소될 전망이다. 현행 보험업법에서는 실손의료보험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에서 진료명세서, 진단서 등 증빙자료를 받아 보험사에 직접 찾아가거나 팩스, 우편, 이메일, 스마트폰 등을 통해 제출해야 한다. 일부 보험사는 대형 병원 등과 제휴를 통해 자체 어플리케이션에서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도록 했으나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포함되지 않는다.
개정안은 소비자가 동의할 경우 병원과 약국 등 의료기관이 의료비 증명서류를 곧바로 보험사에 전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험업계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는 가입자수 3800만명 이상, 연간 8000만건이 넘는 실손보험 청구를 처리하는 데에 쓰이는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소액이기 때문에 손해율이 다소 올라갈 순 있지만 절감되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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