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재택근무 확산 추세...비대면 서비스도 활발
MS·슬랙 양강 구도에 버라이즌·페이스북 경쟁
국내 기업도 특장점 내세워 고객확보 전면전
[서울=뉴스핌] 김지완 정윤영 기자 = # 아침 8시쯤 느긋하게 일어나 샌드위치로 식사를 한다. 평소 6시반이면 일어나 서둘러 지하철을 타고 강북에서 판교까지 오가던 생활, 어떻게 했나 싶다. 8시50분 회사 업무 시스템에 로그인을 한다. 온라인 출근이다. 실내복 그대로 로그인을 하면 화상 미팅에서 난처해지기에 웃옷은 갖춰 입는다. 물론 아버지 세대 정장은 아니다. 화상 미팅은 오프라인 미팅에 비해 시간이 짧아졌다. 부장의 잔소리가 없어지고 딱 필요한 얘기만 오간다. 전달해야 할 자료는 메신저를 활용한다. 지방이나 외국에 있는 직원들과는 한결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다.
내 방에서 근무하지만 땡땡이는 칠 수 없다. 1시간가량 키보드 작동을 하지 않으면 사유를 기록하라는 팝업창이 뜨기 때문. 코로나19라는 전염병 때문에 시작됐지만 이후 코로나 시국이 완화되더라도 지금의 근무 시스템은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한국남부발전 본사 경영진이 각자의 집무실에서 화상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남부발전] 2020.09.25 swiss2pac@newspim.com |
원격근무가 현실로 다가왔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21일 "코로나19가 원격근무에 자신감을 줬다"며 "엔지니어부터 시행하고 5~10년내에 전 직원 50%가 재택근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12일 트위터는 직무 성격이나 여건상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원이 재택근무를 원할 경우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내서도 원격·재택근무가 확산 추세다. SK텔레콤은 지난해 8월 MS와 함께 클라우드, 모바일, 5G,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에 기반한 디지털 워크플레이스 구축을 발표했다.
이는 모든 임직원이 20분 내 사무실에 도착해 스마트 워크에 돌입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에서 시작됐다. 이에 지난 4월 서대문·종묘·판교·분당 등 4곳에 거점 오피스 운영을 시작했다. SK텔레콤은 연내 거점 오피스를 10곳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핑크퐁으로 유명한 '스마트 스터디'는 작년 말 기준 종업원 249명 중 75%가 재택근무다. 전체 직원 90%가 노트북을 사용해 업무 연속성을 유지하고, 라인·슬랙·행아웃 등 협업 툴(Tool)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HN은 자사의 협업 툴 '워크플레이스'의 경우 코로나 이전보다 이용 기업은 매주 100여 개씩 늘고 있고, 화상회의는 26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알서포트 측은 1월 2주차 대비 최근 이용자 원격회의 시간이 34배 늘었고, 일본에선 신규 설치가 50배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스트소프트 '팀업(Teamup)'은 사용자가 2월 대비 약 1400% 늘었다고 전했다.
◆ 비대면 서비스 늘고, Z세대 커뮤니케이션 변화로 원격근무 확대
신동형 알서포트 전략기획팀장은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업무 인프라가 갖춰졌고, 다양한 업무가 원격으로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보안에 문제가 없고, 동료와 물리적 접촉 없이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전해왔다. 이에 선입견이 사라지고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원격근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원격근무는 기업으로선 업무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혜택이 있다"며 "근로자들은 일과 삶의 균형이 생기고, 생산성과 효율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한 남성이 집에서 일하며 아침을 먹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2020.09.25 swiss2pac@newspim.com |
비대면 서비스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도 원격·재택근무 확산을 앞당기는 요소다. 은행은 이미 개인고객 계좌개설, 영상통화 인증, 챗상담 기업고객 통장개설, 대출 연장, 증빙서류 제출 등을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보험권은 DB손해보험이 고객상담업무를 자동화하는 스마트 컨택센터 구축을 추진 중이고, 교보생명은 '사용자 중심 플랫폼' 구축 등 비대면 기반 디지털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밀레니얼·Z세대 커뮤니케이션 방식 변화도 원격·재택근무 확산을 가속화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글로벌 IT컨설팅 업체인 아바나드(Avanade) 리서치는 1980년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8년 이후 출생한 Z세대는 효율성과 합리성을 중시해 화상회의, 기업용 SNS, 기록이 남는 채팅 선호도가 높아 협업 툴 사용이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 MS·슬랙 양강 구도에 버라이즌·페이스북 가세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글로벌 협업 툴 시장은 올해 119억달러에서 2023년 136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원격·재택근무 등이 증가하는 등 일하는 방식이 이전과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협업 툴 시장 승기를 잡기 위한 초경쟁 국면에 들어갔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등 글로벌 거대 IT기업을 비롯해 국내 네이버, NHN, 알서포트, 이스트소프트, 토스랩, 콜라비, 트위니 등이 협업 툴 경쟁에 뛰어들었다.
협업 툴 시장이 성장하자 MS는 오피스, 아웃룩 등 기존 MS 소프트웨어와 호환을 장점으로 내세운 '팀즈(Teams)'를 지난 2017년 3월에 출시했다. 올해 3월 19일 기준 일간 팀즈 사용자가 4400만명에 이른다. 코로나19로 원격근무가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자 협업 툴 시장의 경쟁구도는 심화됐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은 향후 재택근무와 원격근무 확산을 전망하고 지난 4월 16일 화상회의 업체 '블루진수'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7월 최대 50명이 참여할 수 있는 '메신저 룸(Messenger Rooms)' 화상회의 서비스 출시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앱이나 메신저에서 화상채팅방을 만들어 화상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MS는 지난 4월 3일 화상회의 서비스 '스카이프 미트 나우(Skype Meet Now)'를 공개했다.
이 서비스는 최대 50명이 참여할 수 있고 30일간 녹음 데이터가 보존된다. 구글은 지난 4월10일 회상회의 서비스 '구글 미트(Google Meet)' 무료 이용 기한을 9월 말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구글 미트는 최대 250명이 참여할 수 있고, 10만명에게 실시간 스트리밍 중계가 가능하다.
◆ 국내 기업들도 치열한 고객확보 경쟁
국내서도 네이버, NHN, 이스트소프트, 알서포트 등이 자사 협업 툴 무료 프로모션에 나서면서 고객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각자 특화된 기능을 내세운다.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원격영상수업 시스템 점검하는 이희진 영덕군수.[사진=영덕군] 2020.09.25 swiss2pac@newspim.com |
네이버 '워크플레이스(WORKPLACE)'는 한국 기업 환경에 맞춘 워크플로우, 인사, 회계, 비용 기능이 포함됐다. 네이버 서비스 노하우를 반영해 사용자 중심의 프로세스와 UI(사용자 인터페이스)로 설계됐다. NHN '토스트 워크플레이스 두레이(TOAST Workplace Dooray)'는 메일·메신저·업무관리 등 협업도구에 더해 전자결재, 인사재무 ERP 등을 모두 제공하는 것을 특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일본에서 전체 매출의 50%를 올리고 있는 알서포트는 원격제어로 사무실에 있는 업무 PC를 재택에서 그대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듯 동일한 환경에서 업무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스트소프트의 '팀업'은 각 기업 환경에 맞춰 맞춤형으로 바꿀 수 있다. 고객사인 모두투어, 가톨릭의료재단, 한미약품 등은 자체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개발, 적용했다.
◆ 세계 최초 온라인 개학 '성공적' 평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오늘부터 한국 교육이 갈 것입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4월9일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이 같이 말했다.
예고 없이 찾아온 코로나19는 4차산업혁명 기술을 중심으로 언택트 문화를 앞당겼다. 지난 2월 확진자가 속속 드러나면서 기업은 재빨리 재택근무로 전환했고, 아이들은 학교 책상이 아닌 침실 한쪽에서 스크린을 통해 친구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한국의 온라인 개학은 준비기간이 열흘이 채 되지 않은 기간에 전국 600만명 재학생을 대상으로 시행됐다는 점에서 세계를 또한번 놀라게 했다. 온라인 개강이 두 달여 만에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사상 초유의 실험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실험한 '온라인 교육'은 EBS '온라인 클래스'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SRIS)의 'e학습터' 등 두 시스템이 양대 축이다. e학습터와 온라인클래스는 각각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의 발달로 교육이 교실에서만 이뤄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비대면 교육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기대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도 "코로나로 인해 생각지 않았던 비대면 교육 실험을 하게 됐다"며 "비대면 교육은 처음엔 다들 익숙지 않았지만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녹화를 돌려듣는 등 장점이 많았다"고 했다. 임 교수는 또 "코로나19로 촉발된 언택트 사회에서 한국의 IT기술은 온라인 교육뿐 아니라 의료 현장에서도 활용 가능성을 증명했다"며 언택트 기술 확장을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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