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국민도, 정부도 포기 못 한 결과...1, 2주짜리 징검다리 방역으론 곤란"
정부 "코로나 공존시대, 완화와 강화 반복 불가피...이번에 막아도 재확산 가능"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코로나19 확산세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다시 2단계로 올라간다. 수도권에선 8월 이후 3번째 2단계 조치다. 확진자 수가 줄면 완화하고 그로 인해 다시 확산되면 강화했다가 확산세가 수그러들면 다시 푸는 일련의 조치가 반복되는 상황이다. 다만 경제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방역당국은 물론, 감염병분야 전문가들도 마땅한 대안을 찾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23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오는 24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단계로 상향 조정된다.
지난 19일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를 시행한 지 5일 만의 단계 격상이다. 당초 오는 12월2일까지 2주간을 대상으로 1.5단계를 적용키로 한 정부로서도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그만큼 심상찮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측은 이와 관련,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유행이 급속도로 전파돼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라며 "3차 유행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확산을 늦추기 위해 거리두기 단계 격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2단계 적용은 정부가 지난 6월 1, 2, 3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을 발표한 이후 세 번째다. 8월 광복절 집회 등으로 인한 집단감염 발생 시 2단계로 격상한 후 강화된 2단계(2.5단계)까지 갔다가 9월 중순 2단계로 낮췄다. 이어 10월 1단계로 다시 거리두기 수준을 다시 내렸으나, 지난달 말 하루 신규 확진자가 다시 세 자릿수로 늘고 최근에는 그 수가 300명 대까지 올라서자 지난 19일 거리두기 단계를 1.5단계로 격상했다. 그 사이 정부는 지난 7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총 5단계로 개편, 보다 세분화한 방역조치를 내놨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을 하루 앞둔 23일 서울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이한결 사진기자] |
확산되면 강화했다가 확산세가 수그러들면 완화하고, 또 그로 인해 확진자가 늘면 다시 강화하는 반복 패턴이다. 문제는 이 같은 순환의 고리를 끊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나마 (이런 상황을 줄이려면) 1단계 상태에서 어떻게 통제할까 고민이 필요하다"며 "일상을 바꿔야 한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시 확산되지 않나. '뉴 노멀' 얘기만 하지 바뀌는 게 하나도 없다. 국민도, 정부도 포기를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은 그간의 일상을 포기 못 하고, 정부도 경제상황이 힘들어지니까 보다 강력한 방역으로 못 나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정부로선 경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런 고민을 매번 토로해왔다.
박능후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7일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격상 결정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번 1.5단계 상향 조정의 목표는 수도권과 강원도의 지역사회 유행을 차단하고 현재의 추세를 반전시키는 것"이라며 "특히, 서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2단계로의 단계 상향 없이 반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22일 거리두기 2단계 상향 조정을 발표할 때 역시 "2단계 적용에 따라 많은 국민들이 일상에 불편을 겪게 될 것"이라며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서민경제에 큰 어려움이 야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히려 국가 봉쇄 수준의 강력한 방역조치를 시행하는 게 결국에 경제 측면에서도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란 아쉬움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 2주짜리 징검다리 방역으로는 곤란하다"며 "세계적으로 봐도 대만이나 뉴질랜드 모델이 있다. 지역사회 전파를 제로(0)로 하고 공항, 항만 출입국 강력 차단하면 적어도 내수시장은 돌아갈 거고, 국내에서 여행 자유롭게 다니고 아이들은 마스크 안 쓰고 학교 다니고 그렇게 버티면서 백신 나오면 그 때 접종으로 면역 생기도록 하는 게 가장 피해가 적은 중장기 코로나19 대응 전략"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지금은 매번 1, 2주짜리로 기대감만 높이고, 거리두기 강화해서 확진자 줄면 다시 풀고 있다. 이게 몇 번째냐"며 "4월 말 지역사회 발생이 제로인 때가 있었고, 7월 말에도 10명 대로 준 시기가 있었다. 두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이제는 지역사회 발생이 많이 확산돼 그렇게 하기도 늦었다"고 답답해 했다.
남은 건 백신 뿐인데, 그마저도 단기간에 가능한 일이 아니라 현재로선 대안이 되기 어렵다. 김 교수는 "백신을 확보한다고 해도 타이밍이 중요한 건데, 아직 확보도 안 돼 있다"면서 "중장기 전략 부재가 아쉽다"고 했다.
이 교수 또한, "백신이 나와도 접종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공급량 문제도 있을 수 있고, 또 맞기 시작한다고 끝이 아니라 접종이 웬만큼 이뤄져야 할테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영래 중대본 전략기획반장은 이에 대해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시대에선 확산되면 강화했다 통제되면 다시 낮추는 조치를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전 세계적으로 봐도 이렇게 온오프(On-Off)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온의 단계를 레벨화시켜서 단계별로 왔다갔다하는 트렌드로, 공통적으로 계속 오르락내리락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신이나 치료제 나올 때까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강화시켰다가 약화시켰다가, 왔다갔다 할 수 밖에 없다"며 "이번이 세 번째인데 이번에 잘 통제한다하더라도 다시 반복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