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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한때 LPGA 포기 생각... 두려움 향해 달려갔다"

기사입력 : 2021년11월10일 07:45

최종수정 : 2021년11월10일 07:45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김세영이 3주만의 LPGA 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했다.

11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플로리다주 벨에어의 펠리컨 골프클럽(파70·6353야드)에서 열리는 LPGA 투어 펠리컨 챔피언십(총상금 175만 달러)에 출전하는 김세영은 '두려움을 향해 달려가라'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스토리를 풀어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 김세영. [사진= 뉴스핌 DB]

펠리컨 대회는 지난달 24일 부산에서 끝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이후 3주 만에 열리는 대회다. 김세영은 지난해 신설된 이 대회서 초대 챔피언 오른 바 있다.

2015년 LPGA에 데뷔한 김세영은 3승을 써내 신인상을 수상 하는 등 화려하게 데뷔했다. 2016년 2승, 2017년과 2018년엔 1승씩, 2019년엔 다시 3승을 수확한 뒤 지난해엔 2승을 작성했다. 하지만 올핸 아직 트로피를 안지 못했다. 다음은 김세영의 글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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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9살에 골프를 시작했다. 아버지는 골프를 좋아하셨는데, 어느 날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집 근처의 골프 연습장에 나를 데리고 가셨다. 이후론 심지어 집 안에서도 나는 항상 클럽을 휘둘렀다. 하지만 골프는 내게 있어 유일한 운동이 아니었다. 심지어 처음 시작한 운동도 아니었다.

처음 골프 클럽을 쥐었을 때, 나는 이미 제법 태권도 수련을 한 상태였다. 아버지는 집 근처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관장님이셨다. 아버지는 나를 포함해서 많은 관원들을 가르치셨다. 다섯 살 때, 나는 아빠와 함께 태권도로 신체를 단련하고 많은 기술을 익히며 시간을 보냈다. 12살 때는 이미 태권도 3단이었다.

무술을 통해 나는 많은 것들을 배우며 더 나은 골퍼가 될 수 있었다. 태권도의 동작들은 골프 스윙 동작으로 잘 옮겨왔다. 유연성, 지렛대의 원리, 균형감각, 적절한 순간에 스피드를 내는 법 그리고 공을 때릴 때 자신을 통제하는 것 등 골프와 태권도는 공통점이 많았다. 내 몸을 알고 올바른 타이밍과 위치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것은 드라이브 샷을 페어웨이로 보내거나 발로 송판을 격파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다. 하나를 익힘으로써, 다른 하나는 이해가 쉬워진다. 또, 태권도에서는 힘을 내기 위해 모든 근육을 사용하는 것을 강조하며, 가능한 한 점에 모든 힘을 집중시킨다. 모든 근육과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정지된 공의 뒷면에 최대한 많은 힘을 가하는 골프도 마찬가지다.

그 당시에는 아버지가 내게 가르쳐 주신 다른 모든 것들이 감사할 것이라는 점을 알지 못했다. 예를 들어, 나는 사람들 앞에서 시범 공연을 했었다. 승급 심사나 시범 공연에서, 나는 항상 친구들, 선생님들, 그리고 관중들 앞에 서야만 했다. 그래서 골프 대회에 참가했을 때, 나는 이미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그 느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어떤 것보다도, 스포츠와 인생에서 직면할 가장 큰 적이 두려움이라고 가르쳐 주신 것이 더 값졌다. 무술에서 나를 공격하는 사람은 나의 적이다. 하지만 진짜 적은 두려움이다. 아버지는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다.

"본능에도 불구하고, 너는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 상대와 맞서야 한다. 골프 대회에서도 그렇듯, 싸움에서 질 수도 있다. 하지만 두려움에 져서는 안 된다."

10대 때, 골프에 전념했다. 하지만 여전히 골프선수가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대회에서 신경이 날카롭지 않았다. 태권도에서 배운 호흡이나 집중, 통제와 같은 기술들을 많이 사용했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압도당하기 일쑤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는 나를 한쪽으로 끌어내서 말씀하셨다.

"세영아, 네가 뭘 하고 싶은지 결정해야 해. 재미로만 골프를 치고 싶어도 괜찮아. 하지만 다른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학교 생활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어. 만약 네가 프로 골프선수가 되고 싶다면, 그것도 괜찮아. 하지만 두려움을 극복하고 압박감 속에서 플레이하는 법을 배워야 해."

부모님이 어느 쪽이든 나를 지지해 주실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게 내게 필요한 전부였다. 골프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16살 때, 한국 여자 아마추어 선수권 대회에서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2년 후, 프로로 전향했고 KLPGA투어에서 5승을 했다. 그 중 두 번은 플레이오프에서 거둔 우승이었는데, 그때 나는 긴장을 억제하고 두려움을 물리칠 수 있었다.

그 후에 2015 시즌 LPGA투어에 출전할 자격을 얻었는데, 그것은 새로운 불안감을 주었다. 충분히 영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미국에 도착했다. 아주 잠시 동안은 말이다. 내가 그렇게까지 판단을 잘못 한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간판을 읽을 수도, 음식을 주문할 수도, 텔레비전을 보거나 읽을 책을 찾을 수도 없었다. 로컬룰을 적은 종이는 쓸모없었고, 오피셜의 지시는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난,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플로리다 오칼라에서 열린 대회에 루키로서 처음으로 참가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는데, 대회가 끝나자마자 나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실수한 것 같아요. 여기 있는 모든 게 너무 힘들고, 내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KLPGA투어에 복귀할까 봐요."

감사하게도 아버지는 내 말을 끝까지 다 들어주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무섭니?"

처음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무슨 뜻인지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다시 "한 주만 더 해 보는 게 좋겠다. 어떻게 되는지 보고 그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고 말씀하셨다.

그 다음 주, LPGA투어 대회는 파라다이스 아일랜드의 오션 코스에서 열린 퓨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이었다. 그 2월의 일요일, 거센 바람 속에서 나는 68타를 치며 14언더파로 경기를 마쳐 아리야 쭈타누깐, 유선영 언니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우승했다. 두 달 뒤에는 하와이에서 열린 롯데챔피언십에서 박인비 언니와 플레이오프까지 가게 됐다. 그리고 나는 내 인생 최고의 8번 아이언 샷을 쳤다. 연장 첫번째 홀에서 공이 한번 바운드된 후 홀 안으로 꽂히며 이글을 잡은 것이다. LPGA투어 첫 4개월 동안 거둔 두 번째 우승이었다.

물론 내 영어가 하룻밤 사이에 좋아지지는 않았다. 호텔에 체크인하고 식당 메뉴를 읽는 것이 여전히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내 결정이 두렵지 않았다. 그렇게 LPGA투어에 정착했다.

2015년 루이스 서그스 롤렉스 올해의 LPGA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20년에 나는 내 첫 메이저 타이틀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을 거머쥐었고, 이번 주에 타이틀을 방어하는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했다. 그리고 롤렉스 LPG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이 모든 것을 겪는 내내,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났다.

"잡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두려움을 향해 달려가라. 왜냐면 대담한 자 앞에서는 항상 두려움이 사라지거든."

fineview@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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