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사회 교육

속보

더보기

농촌유학 선택한 서울 학생들…"이제는 내돈 내고 살아요"

기사입력 : 2022년03월17일 17:01

최종수정 : 2022년03월17일 17:52

"내돈내산 시골생활, 아이들 변화 보면서 보람 느껴"
서울시교육청, 농촌유학 연장 70% 넘어
1년 넘게 농촌에서 유학하는 가구도 절반 이상
전남 18개 시군에서 '농촌학교' 운영

[곡성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코로나를 피해 택한 '농촌행'이 2년을 넘어설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툭하면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서울 학교와는 다르게 매일 등교수업을 하는 농촌 학교의 수업 방식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천식과 알레르기로 항생제를 달고 사는 큰아들의 건강이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었다.

고민도 많았다. 발품을 팔아 어렵게 알아낸 학원을 포기해야 했고, 편의시설이 인접한 아파트 생활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농촌으로 내려온 후 큰 아이는 항생제를 더 찾지 않았고, 주위 친구들을 살피고 학교의 역할을 깨달아가는 아이들을 보게 됐다.

지난 15일 전남 곡성군에서 만난 서지연(41·여) 씨는 농촌유학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서씨는 지난해 3월 곡성군 오산초등학교로 두 아들을 유학보내며 농촌생활을 시작했다.

농촌유학 프로그램이 지난해 처음 도입됐으니, 서씨는 소위 '창립 멤버'인 셈이다. 현재 농촌유학을 준비하는 학부모들은 서씨가 운영하는 '시골학교 유학일기'라는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얻어가고 있다고 했다.

곡성 죽곡초등학교 6학년 수업 모습[곡성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022.03.15 wideopen@newspim.com

◆"지역 특성, 교과 과정에 녹이는 게 핵심"

농촌유학은 농산어촌 소재 재적수 60명 이하의 소규모학교가 서울 등 대도시 소재 학교의 학생을 전학생으로 받아 6개월 이상 학사 과정을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농촌학교로 전학오는 학생은 원적이 유지되기 때문에 '유학' 기간이 끝나면 애초 본인이 다녔던 학교로 돌아갈 수 있다.

올해 농촌유학은 크게 온 가족이 내려와 체류하는 '가족체류형', 지자체가 정한 시설에서 기숙하는 '지역센터형', 농가에서 생활하는 '홈스테이형'으로 나뉜다. 선호가 높은 가족체류형은 자녀수에 따라 업무협약을 맺은 교육청들이 임대료 명목 등으로 매월 최대 80만원을 나눠서 지원한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농촌유학 참가학생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한다. 전라남도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지난해 1학기 처음 모집한 농촌유학생은 81명이었지만, 올해는 223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전남의 농촌유학 배정학교는 초등학교 32개, 중학교 11개다. 지역은 구례, 순천, 곡성, 화순, 해남, 영암, 장성, 강진, 광양, 함평, 신안, 무안, 담양, 장흥, 완도, 나주, 보성, 진도 등 18개다.

농촌유학 연장율도 높았다. 서울시교육청이 집계한 농촌유학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1학기 신청자 중 한 학기 연장자는 57명(70.3%), 두 학기는 26명(45.6%)이었다. 두 학기 이후에도 농촌유학을 이어갈 경우 거주비를 지원받지 못하는데도 일부 학부모는 스스로 비용을 지불하며 농촌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2년째 곡성에 머무는 서씨의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곡성 죽곡초등학교 6학년 수업 모습[곡성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022.03.15 wideopen@newspim.com

도시에 비해 유명 학원도, 교육 인프라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농촌학교 생활에 만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씨를 비롯해 농촌유학을 경험한 학부모들은 "학교가 지역의 특성을 교과 과정에 녹여서 수업을 하는데, 서울 학교에서는 할 수 없는 방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곡성군의 학교는 숲 체험과 같은 지역의 특색을 교과 과정에 반영해 수업하는 중이다.

또 다른 학부모인 이하정(40대·여) 씨도 "농촌유학의 핵심은 교과과정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남 순천 월등초등학교에서 두 자녀와 농촌유학을 한 이씨는 1년 동안의 생활을 정리해 '슬기로운 농촌유학'이라는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이씨는 "순천 월등은 복숭아가 많이 나오는 지역으로 마을과 학교에서 공동으로 '복숭아 생태체험'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모든 과정을 체험하면서 생태 학습 이외에도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라는 교훈을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과정을 보았다"고 말했다.

이어 "농촌으로 유학을 오는 학부모들의 공통 고민이 '학습·학원·교우관계'로 보인다"며 "한 학년 정원이 3명에 불과하지만, 방과후 교실이 9과목에 달하는 등 다양한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오른쪽 첫 번째)과 장석웅 전남교육감이 농촌유학에 참가한 학생들과 기념 촬영 중이다/제공=서울시교육청 [곡성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022.03.15 wideopen@newspim.com

◆학생들 학습활동·규칙 이해력도 높아져

농촌유학을 마치고 복귀한 학생들의 생활은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한 관심도 모아지고 있다. 농촌유학을 떠났다가 원래 학교로 복귀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학기를 기준으로 학교생활 적응 점수는 비교적 낮았지만, 학습활동 및 학교규칙 영역의 적응 점수는 높았다.

초등학생의 경우 학교생활적응 점수는 5점 만점을 기준으로 2.58로 비교적 낮았지만, 학습활동 및 학교규칙에 대한 점수는 4.00으로 높게 나타났다. 농촌유학 이후 심리·정서적 상태는 초등학생은 자아존중감이 4.67점, 삶의 만족도가 4.00점으로 비교적 높았다.

곡성으로 유학을 떠난 학생들에게서도 이 같은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교생이 1000명 넘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다 전교생이 36명에 불과한 곡성 죽곡초등학교에 유학온 정재희(9) 양은 "매일 학교에 가는 게 좋다"며 "서울에서는 학원, 유튜브 보는게 전부였는데,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좋다" 말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다가 올해 새 학기 죽곡초에 유학온 류시헌(12) 군은 "텃밭 가꾸기 체험이 가장 기대되는 수업"이라며 "불과 보름만에 친구들뿐 아니라 저학년 동생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게 될 만큼 함께 어울리는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농촌유학은 지역을 살리는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서 두 자녀와 농촌으로 유학 온 김미진(38·여) 씨는 "주말에는 곡성에서 모든 가족이 모인다"며 "자연스럽게 귀촌 체험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wideope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한덕수, 대선 출마 여부에 "노코멘트"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맞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행은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양측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는 데는 미국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원조, 기술이전, 투자, 안전 보장을 제공했다. 이는 한국을 외국인에게 매우 편안한 투자 환경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대행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축소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2025.03.24.gdlee@newspim.com 한 대행은 "협상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상업용 항공기 구매 등을 포함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조선업 협력 증진도 미국이 동맹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FT는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고 한 대행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 대행은 협상 과정에서 "일부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도, 양국 간 무역의 자유가 확대되면 "한국인의 이익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재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 대행은 6·3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nylee54@newspim.com 2025-04-20 13:43
사진
호미들 중국 한한령 어떻게 뚫었나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중국의 한류 제한령)이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가 중국에서 공연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8일 베이징 현지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3인조 래퍼 '호미들'이 지난 12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공연을 펼쳤다.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중국인 관객들은 공연장에서 호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분위기를 만끽했다. 공연장 영상은 중국의 SNS에서도 퍼져나가며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적 가수의 공연은 중국에서 8년 동안 성사되지 못했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BTS도 중국 무대에 서지 못했다. 때문에 호미들의 공연이 중국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미들 공연이 성사된 데 대해 중국 베이징 현지 문화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공연이 소규모였다는 점과 공연이 성사된 도시가 우한이었다는 두 가지 요인을 지목했다. 호미들이 공연한 우한의 우한칸젠잔옌중신(武漢看見展演中心)은 소규모 공연장이다. 호미들의 공연에도 약 600여 명의 관객이 입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 800명 이하 공연장에서의 공연은 정식 문화공연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중국에서는 공연 규모와 파급력에 따라 성(省) 지방정부 혹은 시정부가 공연을 허가한다. 지방정부가 허가 여부를 판단하지 못할 경우 중앙정부에 허가 판단을 요청한다. 한한령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의 문화공연은 사실상 금지된 상황이었다. 호미들의 공연은 '마니하숴러(馬尼哈梭樂)'라는 이름의 중국 공연기획사가 준비했다. 이 기획사는 공연허가가 아닌 청년교류 허가를 받아서 공연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우한시의 개방적인 분위기도 공연 성사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한에는 대학이 밀집해 있으며 청년 인구 비중이 높다. 때문에 우한에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다. 게다가 젊은 층이 많은 만큼 우한에서는 실험적인 정책이 시행되어 왔다. 우한시는 중국에서는 최초로 시 전역에서 무인택시를 운영하게끔 허가하기도 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파격적인 정책이 발표되는 우한인 만큼, 한한령 상황임에도 호미들의 공연이 성사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의 한 문화업체 관계자는 "우한시가 개방적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호미들의 공연은 소극적인 홍보 활동만이 펼쳐지는 한계를 보였다"며 "공연기획사 역시 한한령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현지 문화콘텐츠 업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국의 최정상급 가수가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어서 빨리 한한령이 해제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한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시그널은 아직 중국 내에서 감지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호미들의 중국 우한 공연 모습 [사진=더우인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4-18 13: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