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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산불로 돌아갈 방 한 칸도 없는데"…울진장 좌판골목 '텅텅'

기사입력 : 2022년03월22일 15:24

최종수정 : 2022년03월22일 15:24

오일장 장거리 챙기며 집안살리던 할머니들의 살뜰한 삶도 무너져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울진의 대표적인 전통 장시(場市)인 울진읍 '바지게시장' 장터거리가 휑하다.

'2.7일장'인 울진장(場)이 서는 22일, 여느 때같으면 새봄과 함께 울진지역 산야에서 지천으로 돋아나는 햇산나물과 바다나물 등의 장거리를 장만해 앉을 틈 없이 빼곡하게 좌판이 들어서던 장터거리가 텅 비었다.

닷새마다 열리는 울진 바지게시장을 무대로 삶을 이어 온 주민들 대부분이 이번 '울진산불'로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열흘간 확산된 '울진산불'로 경북 울진군의 북부지역 4개 읍면이 잿더미로 변하면서 1700억원에 육박하는 피해와 335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가운데 울진의 대표적 장시(場市)인 울진읍 바지게시장 좌판거리가 텅 비어 있다.2022.03.22 nulcheon@newspim.com

지난 4일 오전 11시17분쯤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의 한 야산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산불이 강풍을 타고 9박10일간 울진군의 북부지역인 북면과 죽변면, 울진읍, 금강송면을 휩쓸면서 산림 1만8463ha가 소실되고 주택 181동이 전소됐다. 또 219세대 335명의 이재민이 보금자리를 앗기고 임시거주시설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다.

"산불에 살던 집도 태우고, 논밭전지며 송이산이며 화마가 몽땅 들어먹었는데 장 볼 경황이 있겠니껴. 장날이면 산나물이며 야채며, 온갖 장거리를 들고 나오던 할매들이 돌아갈 집도 방도 한 칸 없는 데 무신 경황으로 장보러 오겠니껴. 얼른 복구가 돼야할텐데..."

장터거리에 용케도 화마를 피해 돋아난 햇머구(머위)나물을 한 소쿠리 담아 좌판을 벌인 팔순의 할머니가 피해 이웃들의 생각에 안타까운 눈빛으로 혀를 끌끌찬다.

"그래도 이번 불난리에 우리 주민들 한사람도 다친 사람이 없으니까 그나마 큰 다행이시더"

옆에 좌판을 벌인 초로의 아낙이 노할머니에게 소주 한 잔을 따른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9박10일간 이어진 '울진산불'은 평생 텃밭을 가꾸며 새 봄이면 마을 주변 산이나 들에서 갓 돋아난 산나물을 뜯어 오일장마다 좌판을 벌여 스스로 노년의 건강을 추스리고 고향을 찾는 손주, 손녀들에게 용돈을 건네주던 할머니들의 애틋한 삶도 송두리채 앗아갔다.2022.03.22 nulcheon@newspim.com

장터에 드문드문 펼쳐진 좌판에서 장거리를 들고 나온 주민들 몇 몇 씩 둘러앉아 근심어린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모두 열흘간 울진의 북부지역을 휩쓸고 간 '울진산불' 이야기이다.

"정말로 순식간이디더. 금새 마을 먼데 뒷산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더니, 눈깜박할새도 없이 마을로 시뻘건 불길이 달려들디더. 우째 도망쳐 나왔는지 모르니더"

한 아낙이 화마가 불어닥치던 당시를 실감나게 설명하며 손사래를 친다.

사람들은 들고 나온 장거리는 한 편에 미뤄 놓은 채 친척들과 이웃들의 안부를 묻는다.

얼굴에는 모두 수심이 가득하다.

9박10일간 역대 최장시간 울진 북부지역을 잿더미로 만든 '울진산불'로 발생한 피해는 산림이나 주택, 공장이나, 창고 등 유형의 1차 피해에만 머문 게 아니다.

새 봄이면 마을 주변 산이나 들에서 갓 돋아난 홑잎나물과 쑥, 달래, 머구나물 등 햇나물을 뜯어 울진장과 죽변장, 흥부장을 돌며 가계에 보태고 오일장보기로 노년의 건강을 스스로 챙겨 온 피해지역 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채 앗아갔다.

평생 지켜 온 텃밭을 가꿔 객지에 나간 자식들에게 철마다 고향의 먹거리를 전하고 철마다 나는 산나물과 푸성귀를 밤새 다듬어 닷새마다 서는 장날에 좌판을 벌여 알뜰히 모은 푼돈으로 고향을 찾는 손주, 손녀들에게 용돈을 건네주던 할머니들의 애틋한 삶도 송두리채 무너져 내렸다.

한 해 새 농사철을 앞두고 여느 때 같으면 발디딜 틈이 없을 모종 전에도 사람 발길이 드물다.

모종을 늘어놓은 좌판에는 한나절이 지나도 처음 깔아 놓은 모종 판 그대로이다.

"지금이 산마늘이며, 상추, 양배추 모종이 내놓기 무섭게 팔리는 땐 데 사람 발길이 예전같지 않다"며 "이번 산불로 모두 피해를 입어 농사지을 겨를이 있겠니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야할 텐데..."

모종전 주인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산불 피해 주민들 걱정부터 앞세운다.

농사철이 코 앞인데도 평생 가꾸던 논밭이며, 농기계 등이 화마에 할퀴면서 산불 피해 주민들은 농사지을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이웃끼리 날을 잡아 밭갈이를 하고 모종을 심어야 할 시기에 트랙터며 관리기 등 농기계가 모두 불에 탔기 때문이다.

울진군은 산불피해 주민들의 2차 피해를 최소화하고 적기 영농을 위해 울진읍 등 4개 읍면을 대상으로 영농지원에 나섰다.

울진군은 영농지원단을 긴급 구성하고 농작업 기계화 영농을 오는 4월15일까지 운영한다.

또 오는 6월 말까지 피해지역을 대상으로 농기계를 무상 임대하고, 피해농가를 대상으로 종자 소실 피해조사를 서두르고 있다.

영농적기에 종자 등을 확보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9박10일간 이어진 '울진산불'로 경북 울진군의 북부지역 4개 읍면이 잿더미로 변하면서 농사철이 코 앞인데도 평생 가꾸던 논밭이며, 농기계 등이 화마에 불 타 산불 피해 주민들은 농사지을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울진읍 바지게장터의 주인 잃은 모종.2022.03.22 nulcheon@newspim.com

◇ 울진군, 피해조사에 보상.복구에 오미크론으로 일손마저 태부족...정부차원 특단대책 절실

울진군이 이번 '울진산불'에 따른 피해조사를 서두르고 빠른 복구와 보상, 이재민 주거대책 마련 등 전 행정력을 동원해 총력전을 쏟고 있지만 여전히 지자체 혼자만으로는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에 이번 산불진화에 열흘 간 밤낮없이 진화에 나선 공직자들이 산불 이후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코로나19 오미크론에 대거 감염되면서 피해조사와 보상 등 복구 업무위한 일손마저 턱없이 부족해 울진군은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울진군은 오미크론 등으로 인한 인력손실을 감안해 최소 민원업무 담당만 제외한 채 전 행정력을 산불피해 조사와 보상 등 복구업무에 투입했다.

특히 '울진산불피해복구대응본부'를 중심으로 우선 보금자리를 화마에 앗기고 18일째 임시거주시설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새는 이재민들의 주거대책 마련에 총력을 쏟고 있다.

울진군은 이재민들이 주택 복구 이전까지 머물 임시주택 122동을 긴급 주문하고 이르면 이달 마지막 주부터 입주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또 산불피해지역 빠른 복구와 피해보상 등을 위해 피해지 4개 읍면을 대상으로 피해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울진군은 당초 지난 16일까지 설정했던 피해신고 기간을 20일까지 4일간 연장했다.

전찬걸 군수는 열흘간 산불진화에 꼬박 밤을 새우다가 화마가 수그러들기 무섭게 산불피해복구대응본부와 이재민주거대책TF를 구성하고 복구와 보상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전 군수는 또 송이산 피해 등 사회재난 피해조사 항목에 제외된 주민 생계 지결 피해와 영농기 농업기반시설 복구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을 각계각층에 요청하며 피해주민들의 빠른 일상회복에 총력을 쏟고 있다.

21일 오전 11시 기준 울진군의 자체 조사 피해규모는 공공시설 포함 4299건에 1766억7000여만원으로 집계됐다.

또 중앙정부의 조사 결과에 따른 피해규모는 4299건에 1689억21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 입력 분으로 중복이나 추가 조사 등에 따라 그 규모는 가감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피해규모는 사회재난 피해 항목에 국한된 것으로 송이산 등의 피해규모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어서 이들의 피해를 모두 포함하면 실질적인 피해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nulche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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