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가수 홍진영이 논문 표절 논란 이후 1년 반만에 복귀한다. 조영수 작곡가가 선물한 곡 '비바 라 비다'는 웅크렸던 그를 세상으로 이끌어내고 대중 앞에 다시 설 용기를 불어넣었다.
홍진영은 7일 신곡 발매를 앞두고 취재진과 직접 만나 오랜만에 활동을 재개하는 심경을 털어놨다. 조용하고 신중한 목소리로 그간의 얘길 꺼낸 그는 "복귀를 결정하기까지 굉장히 생각도 고민도 많았다"면서 첫 말문을 열었다.
"오랜만이라면 오랜만일 수도, 짧다면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여러 고민과 생각이 많았어요. 저는 일단 가수이기 때문에, 또 조영수 작곡가 오빠가 좋은 곡을 또 주셔서 용기를 얻어 다시 맘을 먹게 됐죠. 따뜻한 시선을 부탁드립니다. 원래는 조용한 곡이 어떨까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래도 처음으로 사랑받았던 곡이 '사랑의 배터리'였고 밝은 곡으로 세상에 알려졌고 주변에서도 그런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영수 오빠도 신경을 많이 써주셨죠. 무대에서 가수는 3분간 연기를 하게 되는데 곡만 들으면 제가 근심 걱정 없이 너무 해맑게 보이실 수도 있어요. 여전히 조심스럽고, 마냥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가수 홍진영 [사진=IMH엔터테인먼트] 2022.04.06 jyyang@newspim.com |
홍진영의 '비바 라 비다'는 그의 말처럼 조영수 작곡가가 선물한 라틴 계열의 트로트 곡이다. 홍진영은 '인생 만세'라는 뜻을 담은 이 곡의 작사에 직접 참여했다. 그는 "제목도 제가 직접 붙였다"면서도 쉬는 동안 이런 저런 고민이 많았던 탓에 가사를 밝게 적는 것조차도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작사에 참여를 하게 됐는데, 곡 자체가 워낙 밝고 유쾌한 곡이어서 그 분위기에 맞게 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너무 어둡게 쓰여서 어울리지 않는단 말도 듣고요. 다시 좀 밝게 쓰려고 노력했고 곡 제목도 제가 정했죠. 그간 코로나 때문에 모두가 많이들 힘드셨는데 이 곡을 들으시는 동안에라도 조금이라도 즐겁게 들으셨음 좋겠고 기운 내셨으면 해요. 제목에도 그런 의미를 담았죠."
모두가 궁금해할 그의 지난 1년 반이 어땠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홍진영은 "10년 넘게 활동을 하다가 큰 일을 겪어본 게 처음이다보니까 제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면서 극도로 피폐해졌던 일상을 털어놨다.
"하루 하루가 마음이 너무 힘들었죠. 많은 생각이 오고가고 잠도 못자고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6개월 간은 거의 휴대폰도 보지 못할 정도로요. 다 나아졌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아요. 저를 세상에서 가장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사람이다보니, 스스로가 밉기도 하고 믿어주셨던 분들께 죄송한 마음도 컸어요. 컴백을 이렇게 하는 게 맞나? 가수를 그만 두는 게 맞나? 여러 생각도 들었죠. 만감이 교차하고 모든 게 제 과오로 인해서 그간의 활동이 모두 거짓으로 비춰질까 걱정이 컸어요. 맹세코 모든 무대에서 저는 진심을 다했고, 그걸 사랑해주신 분들 덕에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지금도 굉장히 두렵습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가수 홍진영 [사진=IMH엔터테인먼트] 2022.04.06 jyyang@newspim.com |
그럼에도 홍진영을 다시 일으켜 세운 건 주변 사람들이었다. 쉬는 동안에도 계속 신경써주고 좋은 곡을 제안해준 조영수 작곡가와 자신만 바라보는 1인 기획사의 직원들을 져버릴 수는 없었다. 홍진영은 그 모두와 스스로를 위해 다시 일어났다.
"1인 기획사긴 하지만 저를 믿고 따르는 직원 분들이 계세요. 제가 힘들다고 회사를 닫을 수는 없는 상황이에요. 제가 일을 하지 않고 운영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게 돼요. 사실 쉬는 동안 다른 곳에서 영입제안이 들어온 일도 많았어요. 가장 먼저 우리 직원들 다 데려갈 수 있냐고 여쭤봤죠. 한두명만 된대요. 안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고 해도 저 혼자 살자고 그럴 수가 없었어요. 직원들 생각해서라도 어떻게든 빨리 훌훌 털어내는 게 맞겠다 싶었죠. 또 곡이 좋지 않았음 더 망설였을 거예요. 컴백 생각을 안했을 수도 있고요. 감사하게도 영수 오빠가 정말 좋은 곡을 주셨고 쉬는 동안에도 늘 용기를 주셨어요. 옆에서 많이 지지해주신 분 중 하나였죠. 회사 직원분들이야 제가 밝은 척해도 가까이서 보니까 다 아시고요."
그렇다보니 '비바 라 비다'는 홍진영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담았음에도 마냥 밝게 들리는 곡은 아니다. 그는 "밝게 불러도 이미 목소리가 좀 슬프다"며 웃어 보였다. 직접 작사에 참여한 이후, 이번 앨범에 타이틀곡을 영어 버전으로도 녹음해 수록하며 가수 인생 최초의 경험을 해보기도 했다.
"영수 오빠도 밝게 부르고 있는데 뭔가 슬프다고 하더라고요. 뮤직비디오만 보고 노래만 들으면 근심걱정 없이 느껴지실 수도 있어요. 제가 요즘 간이 너무 작아졌어요. 하하. 원체 눈물이 많지 않은데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눈물이 나요. 나도 사람이구나 싶었죠. 이번 곡이 '데스파시토'처럼 라틴 멜로디에 팝스러운 느낌이 많이 나는 곡이어서 영어 버전으로 녹음하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혀가 많이 굳어서 녹음할 때 굉장히 힘들었죠. 가이드 떴을 때는 정말 발음이 별로였고, 연습을 많이 했어요. 팝송이나 중국어 녹음은 해봤는데 영어는 처음이라 발음 지적을 심하게 받으면 어쩌나 걱정도 했죠. 그래도 모니터링 반응이 나쁘지는 않아서 팬분들이 또 좋게 봐주신다면 감사드려요. 중국어 때도 피나는 노력을 했었는데 영어는 또 첫 경험이다보니 좋게 봐주셨으면 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가수 홍진영 [사진=IMH엔터테인먼트] 2022.04.06 jyyang@newspim.com |
10여년 간 긍정의 아이콘으로 무대에 섰던 그 역시도 '사람이었다'는 말이 많이 오고갔다. 그동안은 무대에서 에너지를 쏟고, 또 그만큼 받았다는 그에게서 여전히 깊은 상처가 느껴졌다. 스스로 '의리왕' '인맥퀸'을 자처했던 때도 있었지만 이번 휴식기에선 새롭게 깨달은 점도 많았다.
"홍진영 하면 긍정의 아이콘이라 해주시다보니 힘든 내색을 못할 때도 있었죠. 그래도 아무리 피곤하고 잠 못자고 힘들었어도 이상하게 공연할 때 무대에서는 힘을 받고 힘이 났어요. 잠 못자고 기절해서 가도 무대에서 한곡 두곡 할 때마다 에너지 게이지가 오히려 차올랐었죠. 그런 무대를 못하니 힘든 것도 없지 않았어요. 또 이번 기회에 자연스럽게 주변 정리가 좀 된 느낌이에요. 처음 경험해보는 일들이 많이 생겼죠. 조금 다르게 대하는 것 같은 분이 계시기도 하고요. 아무것도 아닌데 누구한테 연락 한 번 하는게 무섭기도 했어요."
홍진영은 매 순간 진심으로 무대에 올랐고, 그 진심을 알아준 분들 덕분에 이 자리에 왔음을 지금도 매일 느낀다고 했다. 그가 간절히 바라는 건 그간의 진심이 오해받지 않는 것, 딱 하나였다. 최근 몇년 새 트로트 장르가 주류로 올라오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된 지금, 마음 한 켠으론 다행스럽고 뿌듯한 마음도 털어놨다. 그럼에도 방송 복귀는 시기상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10년 넘게 활동하면서 진심을 다 태웠던 것들이 한순간에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게 가장 두려웠어요. 그래도 2009년에 사랑의 배터리 때처럼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임하려 해요. 처음으로 되돌아가 하나씩 쌓아가고 싶어요. 복귀 소식에 방송 섭외도 몇 차례 왔었는데 지금은 가수 홍진영으로 먼저 대중 앞에 서는 게 먼저예요. 노래할 때 가장 행복하거든요. 가이드 듣는데 눈물이 났어요. 마음이 약해진 것도 있지만 음악적으로 목말랐었구나 깨달았죠. 지금도 두렵고 무섭지만 가수 홍진영으로서 살아갈 거라면 어찌됐든 한번은 꼭 거쳐가야할 과정이니까. 힘겹게 용기를 낸 만큼 마음을 최대한 다잡고 잘 헤쳐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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