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여전히 작품 안에서 좋은 연기를 하고 싶은 게 꿈이고 욕심이죠. 머무르지 않고 좋은 작품에서 박수 받는 배우가 욕심이자 제 욕망이고요."
'로맨스의 여왕'으로 불린 배우 김하늘이 tvN '킬힐'을 통해 데뷔 27년 만에 변신을 꾀했다. 끝없는 욕망과 처절한 사투, 성공과 질투에 눈 먼 세 여자의 전쟁 같은 이야기를 담은 이번 작품에서 김하늘이 패션 쇼호스트 우현으로 열연을 펼쳤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김하늘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2022.04.29 alice09@newspim.com |
"이번 드라마를 하기 전부터 여배우들과 작업을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대부분 남자 배우들과 로맨스를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여배우들과 촬영한 적이 많이 없었고요. 이번에 이혜영 선배, 김성령 선배와 함께 했는데 두 분 다 제가 좋아하는 선배라 환호를 지르면서 촬영을 했죠(웃음). 배운 점도 많았고, 의지도 많이 하면서 촬영했어요."
김하늘이 맡은 우현은 UNI 홈쇼핑의 패션 쇼호스트이다. 편안한 진행과 무난한 실적으로 괜찮은 평판을 유지한다. 하지만 톱 쇼호스트 자리로 올라가고자 하는 욕망에 휩싸이는 인물이기도 하다.
"사실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 조금 어려웠어요. 이런 느낌의 대본은 처음 받아봤거든요. 욕망이 주를 이루는 작품의 대본을 보니까 흐름을 따라갈 때 덜컹거리는 장면들이 있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장면도 있었고요. 작가님, 감독님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기도 했는데 연기를 해보니까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주인공을 이해하고 사랑해야 연기가 되기 때문에 이해하려고 하면서 연기를 했죠."
이 작품은 김하늘이 맡은 우현과 UNI 홈쇼핑의 전무 모란(이혜영)과 간판 쇼호스트 옥선(김성령)이 주축을 이룬다. 홈쇼핑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만큼 쇼호스트 연기를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쏟았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김하늘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2022.04.29 alice09@newspim.com |
"전작에서는 아나운서 역할이라 발음과 호흡 연습을 계속했는데 이번에는 배워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웃음). 또 쇼호스트 분들은 대본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이야기해야 하는 대본이 분명 존재하잖아요. 말이 아닌 대사를 해야 하니까 갭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어렵기도 했고요. 너무 대본 읽는 것 같지 않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간 로맨스 작품을 주로 했던 김하늘은 이번 작품에서 연기 변신을 꾀했다. '로맨스의 여왕'으로 불린 그였지만, 이번에는 '성공'이란 욕망에 사로잡혀 물불 가리지 않는 역할을 맡아 새로운 매력을 선보였다.
"초반에 극중 시어머니랑 소리 지르고 싸우다 따귀를 맞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때 격앙이 돼서 소리를 지르고 악다구니를 썼는데, 연기 생활 20년 만에 처음 해보는 연기였어요. 하하. 그런 연기를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 장면은 리허설도 최소한으로 했어요. 리허설 하다가 감정을 쏟아버리면 후련한 마음이 생기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어디까지 감정이 폭발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찍은 장면이기도 해요. 너무 잘하고 싶었던 장면이라 긴장도 많이 했고요. 안했던 연기와 감정들이라 긴장도 많이 했고, 어려워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기도 해요(웃음)."
우현은 가정이 있지만 UNI 홈쇼핑 사장 현욱(김재철)에게 흔들리는 인물이다. 하지만 흔들리는 마음마저 이용해 위로 올라가고자 한다. 물불 가리지 않고 위로 가고자 한 만큼 나락으로 떨어지지만 결말은 시청자들에게 다소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김하늘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2022.04.29 alice09@newspim.com |
"결말도 작가님,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어요. 작가님도 뒷부분을 더 극에 달하도록 가고 싶은데 TV에서 방영되니까 수위나 감정들을 부드럽게 깎아 가면서 마지막 대본을 완성하신 것 같더라고요. 저도 연기하는 입장에서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죠. 더 극적으로 갔다가 나락으로 떨어지길 바랐거든요. 제 욕심만 차릴 수 없으니까, 마지막까지 우현의 마음을 이해하고 감정에 최선을 다해 찍었어요."
'로맨스의 여왕'으로 불린 김하늘에게 '킬힐'은 도전이었다. 여 배우들이 주축을 이루는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것도 처음이었을 뿐더러 로맨스가 아닌 성공과 사투를 그린 작품에 임하는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제가 우현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제가 기본적으로 가진 감정이 있는데, 그 친구를 따라가면서 연기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됐어요. 굉장히 어려웠고요. 그래서 현장에서 감독님과 이야기도 많이 나눴고요. 저한테 '킬힐'은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어요. 이 작품으로 인해 연기 시야가 더 넓어진 것 같아요."
1996년 '스톰' 전속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전작 '18 어게인'부터 '바람이 분다', '공항 가는 길', '신사의 품격', '온에어', '로망스' 등 다양한 작품을 소화했다. 27년차의 베테랑 배우지만, 여전히 그는 "박수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작품 안에서 좋은 연기를 학 싶은 게 꿈이고 욕심이죠. '킬힐'도 그랬지만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 여전히 많고요. 우현도 '내가 어떤 모습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라고 우려하면서 연기했거든요. 앞으로도 저는 한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좋은 작품에서 박수 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게 제 욕심이자 욕망이죠. 하하."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