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들 "경기침체 안 와도 증시 변동성 지속" 경고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미국 증시가 패닉 매도를 이어가는 가운데, 올해 미 증시 투자가 미친 짓일 수 있다는 비관론이 월가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9일(현지시각) S&P500지수는 4000선이 무너졌고, 올 1월 3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 대비 16% 정도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이미 3월 중 약세장에 진입해 현재는 고점 대비 26% 가까이 빠진 상태다.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패닉장 이후 저금리 자금을 쏟아 부었던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공격적 긴축으로 선회, 시장 버팀목이 무너진 데 따른 현상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4주 동안 미 증시 뮤추얼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370억달러로 2018년 말 이후 최대 4주 유출액을 기록했다. 지난 4일 미국 개인투자자협회(AAII) 주간 조사에서 약세장을 예상하는 투자심리는 52.9%로 평균인 30.5%를 대폭 웃돌았다.
S&P500지수 1년 추이 [사진=구글] 2022.05.10 kwonjiun@newspim.com |
◆ IB들마저 '패닉'
인플레이션 속도가 예상보다 가팔라 연준의 금리 인상은 이미 예상됐던 변수지만 시장 충격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면서 그간 비교적 담담했던 투자은행(IB)들에게도 공포감이 엄습한 모습이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4월 보고서에서 내년 중 S&P500지수 20% 하락과 함께 경기 침체가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리서치 전략가들은 지난주 금리 충격으로 인해 증시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까지 해외 주요 IB들의 증시 공식 전망치에 이러한 공포감이 완전히 반영된 것은 아니나, 개별 전략가들 사이에서 증시 변동성에 대한 경고음은 빠르게 고조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 연말 S&P500지수 전망치를 4700으로 판단, 연초 대비로는 소폭 마이너스이긴 하나 현 수준 대비로는 여전히 17% 상승에 베팅 중이다. 다만 골드만 전략가들은 경기 위축이 진행될 경우 S&P500 지수가 3600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BofA 전략가들도 S&P500 연말 전망치를 낮추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시장 매도세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으며, 과거 추이를 살펴보더라도 4월까지 지수가 하락할 경우 연말까지 지수가 회복되기 어려운 적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간 약세론을 강하게 펼쳐 왔던 모간스탠리 수석 미 증시 전략가 마이클 윌슨은 단기적으로 S&P500지수가 3800까지 밀릴 수 있고, 3460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크레딧스위스는 올해 S&P500 전망치를 5200에서 4900으로 하향했고, 웰스파고 선임 글로벌 시장 전략가 사미어 사마나는 기술적 지지선인 4100이 무너지면 약세장 진입 확률이 3분의 1이라고 경고했는데 지수는 이미 4100 아래로 내려온 상태다.
골드만 전략가들은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한다 하더라도 증시는 여전히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 전략가는 "주가 수익률이 제한적 수준을 지속하는 것이 그나마 베스트 시나리오"라면서 "인플레이션 먹구름이 걷힐 때까지는 변동성이 연출될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눈을 질끈 감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 하루 새 5~6% 떨어지면 '찐바닥'
유명 헤지펀드 운용자이자 '가트먼 레터' 편집인인 데니스 가트먼은 미 증시가 이미 약세장 영역에 있으며, 하루 사이 낙폭이 5~6% 정도가 연출되면 가격이 마침내 바닥을 치고 반등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해 눈길을 끌었다.
가트먼은 "일일 낙폭이 5~6% 정도 되면 그 때가 최후의 매도 압력이 나타날 때로, 약세장 종료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최대한 발을 빼고 매수를 자제하는 것을 추천한다면서 "가능한 보수적 스탠스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덜 잃는 사람이 이기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가트먼은 투자자들이 아직도 저가 매수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저가매수가 완전히 사라지고 3~5% 정도의 일일 낙폭이 연출될 때까지 자신은 약세장을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도 주목하라면서, 현재 30선인 VIX지수가 40선까지는 올라야 약세장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가 기술 분석가들은 S&P500지수가 4000선이 무너진 상황에서 수주 내로 3800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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