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폐합 과정에서 정보 이용료 5만원→45만원
보건산업 핵심 '빅데이터'인데…정보 장벽은 높아져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약품 시장경향분석 데이터를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빅데이터만 남긴다. 보건의료 빅데이터가 산업의 핵심 역량으로 주목되는 가운데, 중소 제약사들은 정보 접근에 장벽이 생긴 셈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빅데이터센터는 '의료 빅데이터(HIRA)'를 타 서비스와 통폐합할 계획이다. HIRA는 의약품, 치료재료 사용내역 및 연구분석 데이터 전체를 포괄하고 있었으나, 유사 서비스가 많아 '공공데이터', '맞춤형 연구분석' 등으로 데이터를 이관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의료빅데이터(HIRA)' 데이터 일부가 '의약품사용정보(KPIS)'로 흡수된다. HIRA와 KPIS는 제약사들이 분기별 영업 실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문제는 KPIS 데이터가 기존에 제공하던 HIRA 데이터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점이다. HIRA는 회당 5만원으로 데이터 전체 열람이 가능했지만, KPIS에서는 의약품 품목 하나당 부여하는 제품코드당 45만7800원을 내야 한다. 즉 특정 제약사가 제품 코드를 10개 가지고 있고, 모든 약품 정보를 반출하려면 457만8000원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홈페이지에서는 지난 2월까지만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지 내역. 2023.04.04 hello@newspim.com |
제약사들은 재정 상황에 따라 데이터를 양자택일해서 사용해 왔다. KPIS는 HIRA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반출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HIRA에서는 현재부터 1년 전까지의 데이터만 반출할 수 있지만, KPIS를 이용할 경우 최대 3년 기간의 데이터를 뽑아볼 수 있었다. 다만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대형 제약사에서 주로 이용해 왔다.
여력이 되지 않는 제약사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HIRA를 이용하고 있었으나 심평원의 결정으로 선택지가 없어진 셈이다. 특히 심평원 데이터는 업계에서 실적을 지표하는 가장 정확한 데이터로 불리는 만큼 제약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게 됐다.
심평원의 결정은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최근의 기조와 충돌하기도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등이 부상하면서 의료 빅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자원이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을 늘리는 등 산업계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HIRA는 특히 의약품 빅데이터의 대표격으로 불려 왔던 만큼 정보 접근성을 낮춰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심평원의 이번 처사가 일방적이라고 주장한다. 몇몇 제약사들은 HIRA 데이터가 KPIS 데이터로 이관될 거라는 사실도 전달받지 못한 상태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사설 업체와 달리 심평원 자료는 요양기관이 직접 청구하는 정확한 데이터 값인데, 이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자사 실적을 평가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얼마 전에는 제약사들이 HIRA 데이터를 공개하라는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심평원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이달 내 해당 논란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심평원측은 이와 관련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사항인지라 공식 입장을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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