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문제로 1시간20분 만에 첫 재판 종료
"제가 살아있는 한 계속 수사"…검찰 비판
李, 재판부 허락받아 측근 정진상과 포옹도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첫 재판에 출석해 "민간사업자들과 유착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모멸감을 느낀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검사 수십 명이 투입돼 수백 번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데 제가 살아있는 한 계속 수사할 것"이라며 법정에서 정면으로 검찰을 비판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1차 공판을 열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및 성남FC 후원금 뇌물 혐의'에 대한 1차 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 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3.10.06 leemario@newspim.com |
단식 여파로 병원에서 회복 치료를 받고 있는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과 마찬가지로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법원에 나왔다.
이 대표는 재판부의 인정신문 절차에 천천히 일어나 이름과 생년월일을 말하고 "국회의원"이라고 직업을 밝혔다.
재판부는 "이재명 피고인 측에서 건강상태 때문에 기일변경을 요청했는데 모두절차를 진행하면서 건강상태를 보고 일정을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변경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이 대표 측 변호인은 "근육이 많이 소실돼 앉아있는 것도 힘든 상황이고 얼마 전 영장실질심사에서 8~9시간 법정에 앉아있어 큰 후유증을 남겼다"라며 "회복하는 일정이 더뎌지고 있는데 장시간 절차가 진행되면 향후 재판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빠른 쾌유를 바란다"면서도 "이미 기일이 한 번 연기된 바 있고 다른 사건과 달리 오랜기간 준비기일을 거치면서 본 재판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며 "정해진 일정대로 재판이 진행되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도 "재판을 처음 시작하는 게 중요한데 계속 미뤄지면 진행에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며 "검찰 측이 준비한 모두절차 일부라도 진행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검찰은 대장동 2시간, 위례 30분, 성남FC 1시간30분 등 총 4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준비했으나 이날 이 대표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위례 의혹 부분만 공소요지 진술이 이뤄졌다.
검찰의 공소요지를 들은 이 대표는 진술 기회를 얻어 "영장실질심사 때 백현동과 관련된 검찰의 주장을 봤고 이번에 대장동 배임죄나 비밀을 이용했다는 것으로 기소가 됐는데 저는 상식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기본적으로 말이 되는 소리냐는 생각이 든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대표는 "민간사업자였던 사람들은 제가 혐오해 마지않는 부동산투기 세력들이고 이들이 성남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게 저의 중요한 내심의 목표 중 하나였다"며 "실제로 그들이 유동규 본부장을 통해 뇌물을 주고 부정거래를 했지만 저는 전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단 한 개도 들어준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끼리 한 녹취록을 보면 제가 자기들을 미워해서 숨어있었다고 스스로 이야기한다"며 "검찰이 기록을 다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제가 2013년부터 민간사업자들과 유착이 됐다는 건지 모멸감을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위례 사업과 관련해서도 제가 (민간사업자들과) 유착해 그들의 입장을 고려해준다면 조용히 수의계약하면 되는데 뭐하러 요란하게 공개입찰을 거치면서 불법까지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저에 대한 수사가 지금도 계속되지만 몇 년째 하고 있나. 검사 수십 명이 투입돼 수백 번 압수수색하고 아마 제가 살아있는 한 계속하지 않겠나"라며 맞은편에 앉은 검사들을 쳐다보기도 했다.
이날 재판은 이 대표의 향후 국정감사와 국회 연설 일정 등으로 기일을 정하는데도 난항을 겪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국회의원이고 당대표라 일정 없는 날이 없을 것"이라며 "모두 고려할 수는 없고 정말 중요하고 변경이 어려운 일정이나 다른 재판이 있으면 고려하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오는 17일 종일 재판을 열어 검찰의 나머지 공소요지와 변호인의 공소사실 입장을 듣고 모두절차를 끝내겠다고 했다. 이어 20일에는 위례 관련 서증조사를 진행한 뒤 11월에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공동피고인인 정 전 실장의 보석 조건 때문에 접촉하지 못하고 있다며 재판부 허락을 구해 재판이 끝난 뒤 정 전 실장과 말없이 포옹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 당시 대장동 사업을 진행하면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민간업자들이 4895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게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는 같은 금액만큼 손해를 가한 혐의를 받는다.
또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과정에서 대장동 일당과 공모해 남욱 변호사 등 민간업자를 시행자로, 호반건설을 시공사로 선정되게 해 211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게 한 혐의도 있다.
이 대표는 2014~2016년 각종 인허가 관련 부정한 청탁을 받고 네이버, 두산건설, 차병원, 푸른위례가 성남FC에 합계 133억5000만원의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하도록 요구한 혐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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