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12시 36분 기준 17.54%p 격차
진교훈 "상식·원칙의 승리...구정 정상화 약속"
이재명 "국민의 승리이자 국정실패 심판"
[서울=뉴스핌] 지혜진 홍석희 기자= 내년 총선의 전초전으로 불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두자릿수 격차로 국민의힘을 꺾으며 승리했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표율 94.52%를 기록 중인 오전 12시 36분 기준 진 후보가 13만65표(56.74%)를 득표해 김 후보(8만9877표·39.20%)를 17.54%포인트(p)가량 앞섰다.
권수정 정의당 후보는 4129표(1.80%), 권혜인 진보당 후보는 3188표(1.39%), 고영일 자유통일당 후보는 1492표(0.65%), 김유리 녹색당 후보는 477표(0.20%)를 얻었다.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당선인(왼쪽)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진=뉴스핌DB] |
이날 오후 11시30분쯤 진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진 후보는 "이번 선거가 상식의 승리, 원칙의 승리 그리고 강서구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생각한다"며 "당선이 확정되는 즉시 오직 강서구민만을 바라보고 그간의 구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1분 1초라도 아껴가며 강서 구정을 정상화시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고 적었다. 그는 "더 겸허히 민심을 받들겠다.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치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라고 평했다.
이번 선거는 기초단체장 선거지만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둔 만큼 수도권 민심을 파악할 수 있는 가늠자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당 차원의 총력전을 펼쳤다.
'지역 발전론'을 앞세운 국민의힘은 '힘있는 여당 후보', '대통령과 핫라인이 있는 후보' 등을 강조했다. 김기현 대표·윤재옥 원내대표·이철규 사무총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매일 같이 강서구 지원 유세를 나가면서 기존 기초자치단체장 보궐선거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권 심판론'을 주장해왔다. 단식 중단 후 회복치료를 하던 이 대표는 퇴원 직후 곧바로 유세장을 찾아 "진 후보를 압도적으로 당선시켜서 국민의 무서움을, 이 나라의 주인이 진정 국민임을 여러분께서 확실히 증명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호소했다.
민주당이 두자릿수 격차로 국민의힘을 꺾으면서 '압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에서 기각됐던 데다 이번 선거까지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당분간 이 대표 체제가 공고해질 거라는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가 11일 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마련된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3.10.11 leehs@newspim.com |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가 (영장기각으로) 당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에서 이번 선거에서 두자릿수 이상으로 이겼다는 건 국민들까지 거기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우선 구속 문제가 해결되면서 사법리스크가 약간 감소했고 선거 승리까지 더해진 상황이니 연달아 호재가 터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승리를 정권 심판론과 연결짓기는 무리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강서구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 중 1% 조금 넘는 수준이다. 검찰 수사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정도가 아닐까"라며 "총선 민심은 또 따로 작용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압승이 내년 총선에는 민주당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있다. 비명(비이재명)계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민주당이 보선에서 이기면 이 체제로 공고히 해서 내년 총선도 이길 수 있다는 오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럴 경우 총선에서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굉장히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큰 차이로 패배한 국민의힘은 '수도권 위기론'이 본격화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은 물론 야당을 중심으로 김 후보를 특별사면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위기에 처한 여당이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거나 자진사퇴하는 모양새로 위기를 타개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엄 소장은 "지도부 책임론이 나올텐데 문제는 여권 상황이 지도부를 교체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국정 감사, 예산안 처리도 해야 하고 쌓여있는 현안도 많아서 지도부를 당장 교체하긴 힘들 것이다. 김 후보자 정도를 정리하며 재보선 정국을 탈출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대위는 현실적으로 힘들고 다만 적당한 때에 조기선대위를 띄우고 지도 체제는 직무 대행 체제로 간다든지 이런 식으로 수습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종 투표율은 전체 선거인 50만603명 중 총 24만3665명이 투표해 48.7%로 집계됐다. 이번 투표율은 2021년 서울시장 4·7 재보선 서울·부산시장 보선 투표율(56.8%), 지난해 4·5 경남 창녕군수 보선 투표율(57.5%)보다 낮으나 보궐선거 기준으로는 높은 수준이다. 지난 6~7일 실시된 사전투표에서는 역대 지방선거·재보궐선거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22.64%를 기록한 바 있다.
heyj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