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내년 투자 만기...엑시트 본격화
대혀마트 침체에 슈퍼마켓부터 우선 매각
이마트·롯데·GS 등 경쟁 SSM 부진 속
알리 등 물망...홈플러스는 "고용 보장"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내년이면 홈플러스 투자 만기 10년을 맞는 MBK파트너스가 본격적인 홈플러스 매각 작업을 시작했다. 알짜 사업인 기업형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우선 매각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쪼개기 매각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오프라인 시장 침체로 대형마트까지 한꺼번에 인수할 수 있는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초 홈플러스 대표이사로 부임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홈플러스 매각에 시동을 걸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테스코로부터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내년이면 투자 만기 10년이 도래하면서 올해가 매각 적기라는 판단이다.
새단장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목동점 [사진=홈플러스] |
◆김광일 대표 취임 후 매각 작업 본격화
MBK는 올 초 홈플러스 인사에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을 홈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하면서 매각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번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추진은 홈플러스 전체 매각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분석이다. 김광일 부회장은 홈플러스 인수를 진두지휘한 장본인이다. MBK파트너스 인사가 홈플러스 대표이사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는 최근 모건스탠리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에 착수할 예정이다. 홈플러스에서도 "다수의 유통 업체들이 익스프레스 사업부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매각 작업이 본격적임을 알렸다.
현재 국내외 유통기업 10여곳이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인 GS더프레시, 롯데슈퍼, 이마트에브리데이가 우선 꼽힌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서울 수도권 지역에 235개를 비롯해 전국에 31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경쟁사 보다 서울 수도권 지역에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현재 4개 기업이 각각 시장점유율 20%대를 형성하고 있는 SSM 시장에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면 단숨에 시장 지배력을 공공히 할 수 있다는 이유다. 특히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경쟁사들과 달리 퀵커머스 시장에 자리를 잡았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지난 2021년 일찌감치 대표 장보기 플랫폼 '즉시배송' 서비스를 도입해 퀵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다져왔다. 현재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 310여 개 점포 중 약 80%에 해당하는 점포에서 '즉시배송'을 운영 중이다. 최근 1년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즉시배송' 전체 매출은 60% 증가했다.
다만 경쟁사들의 모기업인 이마트와 롯데쇼핑, GS리테일이 모두 허리띠 졸라매고 있는 형편이라 대형 M&A에 뛰어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최근 이마트와 합병을 결정했고 롯데슈퍼도 롯데마트와 통합 작업을 거치고 있다. GS리테일도 최근 부실사업을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경쟁사 부진 속 알리익스프레스도 후보군 거론
한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도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국내에 오프라인 거점이 없는 알리익스프레스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활용해 물류 거점으로 삼고 신선식품 사업을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홈플러스는 이와 함께 기존 점포를 폐점하거나 매각 후 재임차하는 방식으로 현금 자산을 마련하고 있다. MBK는 경기 안산점 등 20여개 점포를 유동화해 4조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4일 부천소사점도 매각·재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마련한 자금은 채무상환에 쓰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소식이 알려지자 직원들의 고용과 가맹점주들의 계약 기간 보장 문제가 불거졌다. 홈플러스는 4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부문 매각은 어떠한 경우에도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전제로 해 검토하겠다"며 "향후 매각으로 이어지더라도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해온 직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고용안정이 전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가맹점주들과 맺은 계약도 보장될 것임을 약속했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으로 확보된 자금을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전환과 온라인 배송 인프라, 서비스 강화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와 함께 차입금 상환을 통해 실적과 재무구조가 혁신적으로 개선되는 등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