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세계 4위이자 유럽 2위인 다국적 자동차 제조업체 스텔란티스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경영자(CEO)가 13일(현지시간) 중국 자동차의 공격적인 유럽 시장 잠식이 계속된다면 스텔란티스의 유럽 내 일부 공장 폐쇄와 해외 이전이 추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텔란티스는 도요타와 폭스바겐, 현대자동차에 이어 매출액 기준 세계 4위 자동차 업체이다. 크라이슬러와 시트로엥, 닷지, 피아트, 지프, 마세라티, 푸조, 오펠 등 15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미국·이탈리아 업체인 피아트·크라이슬러 자동차와 프랑스의 PSA 그룹이 합병해 탄생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가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모터쇼 미디어데이에서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 콘셉트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타바레스 최고경영자는 이날 프랑스 경제일간지 레제코(Les Echos)와 인터뷰에서 15개 브랜드 중 일부 매각과 공장 폐쇄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어떤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업체들이 공세를 강화해 유럽에서 1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다면 이는 150만대를 판다는 얘기"라면서 "이 수치는 완성차 제조공장 7개의 생산량과 맞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이 오면 유럽 제조업체들은 공장을 폐쇄하거나 중국으로 이전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폭스바겐이 지난달 초 독일 내 공장 2곳을 폐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것을 언급하며 "폭스바겐이 첫 포문을 열었다"면서 "스텔란티스 입장에선 중국 약진이 계속된다면 공장 가동률을 50% 이하로 가져가는 한이 있더라도 실적 악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고 45.3%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타바레스 최고경영자는 "중국 제품에 대해 국경을 폐쇄하는 것은 함정이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그들은 유럽 공장에 투자함으로써 장벽을 극복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 업체들은 저비용 국가에서 주는 국가 보조금으로 일부 자금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14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스텔란티스는 소비자들에게 전기자동차를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중국 경쟁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자동차 전환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동차 업체들이 기존 내연기관과 배터리 구동 자동차 양쪽에 모두 투자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면 결국 업계는 수익성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생존하기 위해 하는 일에 금기는 없다"면서 "단순히 일자리 감축이나 공장 폐쇄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며 연구·개발 가속화 등 다른 도구도 있다"고 말했다.
스텔란티스는 오는 2025년까지 재고를 현재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올 들어 주가는 연초 대비 40% 이상 폭락한 상태이다.
타바레스 최고경영자는 최근 2026년 초 계약이 끝나면 은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