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준 원장 "그만 하는 것은 쉽지만 시작하는 건 어려워"
중증환자 오면 업무 마비...응급 의료진 확충은 예산 부족
정부 지원도 1/4토막..."소청과 의료진 자부심 챙겨줘야"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국고보조금 지급 지연과 저수가, 중증 및 응급환자 내원 등으로 달빛어린이병원 경영이 어렵다는 의료 현장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김포시에 위치한 김포아이제일병원 이홍준 원장은 지난 18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달빛어린이병원을 계속 할지 정말 고심하고 있다"며 병원 운영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달빛어린이병원 2024.10.21 calebcao@newspim.com |
김포아이제일병원은 올해 1월 1일부터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지정됐다. 상급종합병원들의 의료공백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지속적인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던 이 원장의 결단이었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연장된 진료 시간을 통해 야간 및 공휴일에 소아 환자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다. 주로 일반 소아 진료를 받기 어려운 시간대에 열려 있어 부모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한다. 기존 응급실의 혼잡을 줄이고, 보다 적절한 의료 서비스 제공에 제도 설립 취지가 있다.
문제는 일반 진료만이 아니라 중증환자들의 내원이 늘고 있는 데 있다. 이 원장은 응급환자 내원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오후 6시 20분인 현재 기준으로 환자 20명 정도가 대기 중입니다. 만약 지금 열성경련 환자 한 명이 내원했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복합 열성경련은 굉장히 위험해 KTAS(응급환자 중증도 분류) 1~2등급 수준입니다. 뇌가 망가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증도를 판단할 의사 한 명이 있어야 하고, 주사를 놓고, 약을 준비하고, 접수를 받을 간호사가 각 1명씩 있어야 합니다. 상황이 빠르게 끝나면 괜찮지만 30분 이상 넘어가면 대기하고 있던 20여명의 환아 보호자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통상 응급실은 의료진 전원이 잉여인력으로 대기 상태에 있다. 하지만 이 원장의 병원처럼 일반 진료를 받는 상황에서 응급환자가 내원하면 근무 의료진 거의 전원의 업무가 해당 환자 한 명에게 집중되는 문제가 생긴다.
당초 설립 취지와 다르게 응급환자들이 달빛어린이병원으로 몰리는 이유는 환아 보호자들이 병원에 일단 내원하면 될 것이라는 인식 문제가 원인이다. 올해 초부터 지속되는 의정갈등으로 인해 대학병원 문턱이 높아졌다는 인식도 탓도 있다.
◆인구 감소와 낮은 수가...의료진 인건비에 못 미쳐
문제는 늘어난 업무 부담으로 인해 의료진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달빛어린이병원이 응급실 역할을 지속적으로 병행하려면 현재 인원(6명)에서 10명을 더 확충해야 한다. 하지만 낮게 책정된 진료 수가로 인해 실현 가능성이 없다.
달빛어린이병원 야간진료관리료(주당 40시간 이상 50시간 미만)는 1만 6670원이다. 이 원장의 병원을 기준으로 보면, 일 평균 40명 정도의 환자가 내원한다. 한달 기준으로 1670여만원의 수익이 나온다. 6명 이상 의료진의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젊은 부부가 많은 신도시에 위치한 이 원장의 병원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지방의 경우 적자 폭이 더 크다.
정부의 국고 보조금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 원장은 "우리는 43시간 운영 시간에 따라서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지원 비용이 1년에 1억 6천만 원이라고 정해졌다"면서 "한 달에 천만원 조금 넘는 수준인데, 실제 받은 금액은 처음 약속했던 것과 달라졌다"고 말했다.
당초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두 차례 지급하겠다고 약속됐던 국고 보조금은 10월달에 4000여만원이 지급됐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이홍준 김포아이제일병원 원장 2024.10.21 calebcao@newspim.com |
이 원장은 "달빛어린이병원을 그만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일이 고되니 뽑아 놓은 인력들이 금방 사직하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다시 시작하는 것은 어렵다. 기존 병원 직원들 한 사람씩 면담을 하면서 어렵게 결정해 진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힘든 일을 하는 의료진들에게 재정적인 보상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소아청소년과에서 일하는 자부심이 있어야 하는데, 결국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