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이사회 앞두고 현 경영진 리스크 구체적 언급
"당국 사실상 연임 반대 피력" vs "엄정한 검사 강조"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오는 31일 자회사대표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현 경영진의 리스크를 언급해 발언의 의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조 행장의 연임에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반면 금융당국은 통상적으로 은행권 내부통제에 대한 엄정한 검사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최근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우리은행의 금융사고를 거론하며 건전성 문제 등이 그룹 전반으로 전이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면밀히 관리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그러면서 우리금융의 내부통제와 건전성 관리 수준이 현 경영진이 추진 중인 외형확장 중심의 경영이 초래할 수 있는 잠재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지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우리금융 현 경영진이 초래할 수 있는 잠재리스크로 조직문화의 기저를 이루는 파벌주의 용인, 금융사고에 대한 안일한 인식,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경영체계 지속 등으로 건전성 및 내부통제 약화를 초래할 위험 등을 꼽았다.
이 원장이 우리금융 이사회를 이틀 앞두고 현 경영진의 잠재리스크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조 행장의 연임에 대해 사실상 간접적으로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지난 9월 1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2024.09.10 choipix16@newspim.com |
이 원장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의 부당대출과 관련해 우리금융 현 경영진을 강도높게 비판해왔다. 이 원장은 부당대출 사건이 불거진 직후에도 "전임 회장 관련 대출이 과거의 일이기는 하지만 그런 것을 발본색원할 의지가 있는지, 끼리끼리 나눠먹기 문화가 팽배해 있는데 조직 개혁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 등 (현 경영진의) 매니지먼트 책임이 있지 않냐는 것"이라며 "경영진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이사회나 주주들이 묻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오는 31일 자추위를 열고 내부통제 미비로 책임론이 불거진 조병규 행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행장은 우리은행의 호실적을 이끌어왔고 지난해 초 행장 선임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검증을 한 번 마쳤다는 점 등을 고려해 내부에선 연임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현 경영진의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이사회가 당국의 입장을 완전히 배제한 채 연임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리금융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정기검사를 진행중이라 내부적으로는 조심스러워 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우리금융 경영진의 사전 인지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거취를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해왔다"며 "조 행장의 연임을 놓고 당국과 복잡하게 엮여 있어 이사회에서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지난 2022년 당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을 놓고 금융당국 수장들이 손 회장의 거취와 관련해 공세 수위를 높인 것과 비교해보면 연임 반대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복현 원장은 당시 손 회장의 연임 여부, 징계 취소 소송 등에 대해 "당사자께서 현명한 판단을 하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용퇴를 압박했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장의 연임 여부는 이사회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y2kid@newspim.com